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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귀여운 여인 Dec 13. 2022

고통 중에 소망하다

겨울나무에게 배우는 인생

   12월, 시린 겨울이 찾아왔다. 12월의 시간은 잠시 스쳐가는 바람인지, 느긋하게 누릴 새 없이 훌쩍 흘러간다. 위태롭게 붙어있던 몇 장의 나뭇잎마저
기나긴 여행을 떠난 후 남겨진 앙상한 나무들이 애처롭다. 잠시 멈춰 서서 쓸쓸한 나뭇가지를 내 눈 가득 찬찬히 담아본다.


   얼마 전 길을 걷다 나무 가지치기 작업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 이후로 유독 가지치기된 나무들이 눈에 들어온다. 가지 끝이 잘려나가 뭉뚝해진 나무들. 나무의 의지와 상관없이 잘려나간 가지가 나에게 아픔으로 다가왔다. 나 혹은 우리의 인생과 많이 닮아있기에.


나무는 축적하는 것이 아니라 비우고 떨구듯 버리는 것으로 혹독한 겨울 준비를 마친다.

                    안녕, 나의 빨강머리 앤 p.158

   헐벗고 제 몸의 일부가 잘려나가는 고통을 감내한 나무들은 시린 바람과 차가운 눈비를 잠잠히 견뎌낸다.

언제나 그 자리에 서서 곧 이 시린 겨울이 지나간다는 믿음으로 미련스레 참아낸다. 성장한 모습으로 새봄을 만난다는 걸 아는 걸까? 분명 키도 자라고 잎사귀도 더 무성해진다는 희망으로 성장통을 기꺼이 이겨내는 것이리라.


   고통과 시련을 견딘 나무는 더욱 풍성한 나뭇잎과 열매로 다시 태어난다. 나는 안다. 지금의 힘든 시간은 반드시 지나간다는 사실을. 자연의 법칙이 인생에도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가. 또한 살아온 날들 동안 수많은 경험을 통해 배웠다. 그러니 넘어지더라도 인생이 힘들다고 불평하지 말고, 다만 견디고 인내하자. 이 절망의 순간들이 지나가기를 바라며. 겨울나무처럼...

   내가 지금 겪는 고통스러운 시간들은 반드시 나를 더 성장시킨다는 믿음을 갖고 열매로 보상받는 그 순간을 기대하며 성장통을 참아본다. 혹여 우리의 삶이 타인에 의해서 가지치기될지라도 결국에는 유익이라 긍정하면서.

   고통이 없으면 기쁨도 없다. 고통 중에 인내의 기쁨을 누리며 열매 맺길 소망한다. 인생이 나무의 삶과 닮아서 다행이다. 나무의 묵묵함에서 배우고 인내할 용기를 얻으니 얼마나 감사한가. 가지치기된 나무는 더 기쁘게 봄을 맞이할 것이다. 나 또한.


                12월의 어느 날 가지치기된 나무를 보며



가장 빛나는 별을 보기 위해선

가장 깊은 어둠 속으로 걸어가야 한다.

그것이 가장 아름다운 별을 보는 방법이다.

가장 큰 희망은 가장 큰 절망에서부터 시작된다.


안녕, 나의 빨강머리 앤 p.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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