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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귀여운 여인 Mar 15. 2024

거부당하는 연습

구직활동하며 인생공부 중입니다

오늘은 또 오늘의 태양이 떴다.

여전히 바람이 차갑지만, 그래도 이 쌀쌀한 공기가 싫지 않은 이유는 봄이 오고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곧 따뜻한 햇살이 일상에 온기를 더해주리라.


어제와 똑같은 분주한 일상이 반복된다. 남편 출근길 배웅하고, 삼 남매 차례로 등교시킨 후 어질러진 집을 대충 정돈한다. 커피 한 잔의 여유 없이 노트북을 켜고 매의 눈으로 '오늘의 채용공고'를 훑어본다.


채용공고가 나오는 대로 지원을 하고 있는데 한동안 면접은 고사하고 1차 서류 합격 소식도 없었다. 구직에 어려움을 겪어본 적이 없었기에 꽤나 당황스러웠다. 처음으로 1차 서류심사 합격 전화를 받았을 때 얼마나 감격하고 감사하던지, 꼭 최종 합격한 것처럼 기뻤다. 드디어 기회가 왔구나 싶었고 꼭 붙을 줄 알았다.


면접 보러 가는 날, 아들이 떨리지 않냐고 물었을 때 나는 씩씩하게 대답했다.


"응, 엄마는 너희 셋을 낳아 키우고 있잖아. 하나도 안 떨려."


정말 그랬다. 내가 하려는 일은 교육 관련 일이어서 그동안 쌓은 경력에 삼 남매를 양육한 경험이 더해져 자신 있었고, 내가 적임자라고 생각했다. 그 후로 몇 번의 면접을 봤지만 결과는 모두 불합격! 평균 경쟁률이 자그마치 50대 1이란다. 그제야 내가 우물 안 개구리였음을 깨달았다.


'1차 합격도 기적이었구나.'


그렇다고 낙심하거나 포기하지 않았다. 칼바람 불던 아이엠에프 때도 별 어려움 없이 취업했고, 육아 중에도 경력단절을 넘어서 원하던 때에 일을 할 수 있었기에 구직에 막연하게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수많은 지원서를 내고 연이어 불합격하자 거부당했다는 느낌이 강했다. 잠시 자존감이 내려가기도 했다.


'거부당하는 연습'


문득 떠오른 말이다. 지금은 거부당하는 연습 중이고 이 역시 인생에 큰 공부가 될 것이다.



 

아들이 들어가고 싶은 동아리에 면접을 보고 와서는 경쟁률이 높아서 떨어질 것 같다고 지레 걱정했다. 이미 지원한 학교에 떨어져 본 경험이 있기에 소심해진 아들에게 본이 되어주고 싶었다.


"엄마 또 불합격인가 봐. 연락이 없네?"


나름 쿨한 목소리로 아이들에게 지원 결과를 이야기하고 선택되지 못한 씁쓸함을 솔직하게 표현했다. 아들은 내 어깨를 주물러주며 무언의 격려를 해주었다.


"어휴, 우리 엄마 진가를 잘 몰라보네. 엄마, 하나님이 더 좋은 곳에서 일하게 해 주실 거야."


딸들은 엄마 속상할까 봐 호들갑스럽게 위로의 말을 건네기 바빴다. 대견하고 사랑스러워서 눈물이 났다. 그 무엇보다 우리 삼 남매 자체가 힘이 되었다.


"합격 못해서 아쉽고 속상하지만 괜찮아. 엄마는 계속 도전할 거니까. 그럼 언젠가 되겠지?"


낙심하지 않고 계속 도전하는 엄마를 보며 우리 삼 남매도 앞으로 만나게 되는 어떤 일의 성패에 의연해지길 바란다. 지금의 나처럼 감정에 솔직하고 힘을 냈으면 좋겠다. 구직활동을 계기로 아이들과 함께 생각을 나누고 서로 용기를 줄 수 있어서 감사하다.


아들도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뜻대로 되지 않더라도 너무 연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최선을 다할 뿐 합격, 불합격은 나의 영역이 아니니까 말이다.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은 역시나 힘들지만 나에게 딱 맞는 일을 찾아서 기쁘다. 비록 새로 도전하는 일에 인정되는 경력은 아니나 이미 필요한 역량은 갖추고 있으니 계속 보완하며 도전한다면 꼭 구직에 성공하리라 믿는다.




오늘도 다섯 곳이나 1차 합격 발표가 났는데 아무 소식이 없다. 불합격 소식을 전하자 딸이 말한다.


"엄마, 계속 도전해 봐. 아이유는 100군데 오디션을 보고 붙었대."


피식 웃음이 났다. 딸의 응원에 마음이 편안해진다.


"소원아, 너도 앞으로 뜻대로 잘 안되더라도 계속 도전하기야. 약속~~"


"응, 엄마."


지금은 인생 공부 제대로 하고 있는 중! 될 때까지 열심히 두드릴 거다.


겨울이 가고 이제 봄이다. 사계절을 닮은 우리의 인생, 봄이 오면 꽃이 만개하듯 때가 되면 나의 새로운 도전도 이루어질 거라 믿으며 힘을 내본다. 또다시 도전할 용기가 샘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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