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공개수업 소감을 이야기해볼까요?

예민한 엄마. 예민한 아이 키우기

by 복작북작


지난주 둘째 아이의 학부모공개수업이 있었다.

둘째 아이는 부설초등학교를 다니고 있다. 시간을 내어 추첨을 하고 매일 직접 등하교를 시키는 열정을 가진 부모들이 보내는 부설초등학교다. 그래서 그런지 대부분의 부모님들이 참석하셨다.


학부모 공개수업의 주제는 <용기 모자> 책이었다. 두려움이 많았던 아이가 할아버지가 만들어준 용기모자를 쓰고 무서운 마음을 극복했다는 내용이다. 수업에서 아이들은 무엇이 무서운지 쓰기도 하고 발표도 하고, 용기모자를 만들어서 무서움을 극복해 보겠다고 다짐도 하는 시간을 가졌다.


수업 중, 선생님께서

"여러분은 어떨 때 가장 무서운지, 그 이유를 적어 볼까요?"라고 질문을 하셨고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뭐가 무서운지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들린 우리 둘째의 목소리,

"얘들아, 너희는 엄마가 없어질까 봐 무섭지 않아? 나는 엄마가 없어지는 게 제일 무서워."

이 이야기를 듣고 이 아이는 역시 내 아들이구나, 생각했다.


내가 부모님과 함께 살 때, 우리 부모님은 새벽미사, 저녁 미사에 자주 가셨다. 부모님이 우리를 집에 두고 성당에 가실 때마다 혹시 부모님이 사고라도 나면 어떡하지, 고아가 되면 어떡하지 늘 걱정했다.

단 한 번도 사고가 난 적이 없지만 난 늘 부모님을 기다렸고 걱정했다.

내가 이런 불안을 가진 사람이라 마트를 갈 때 빼고는 아이들끼리 집에 두지 않는데도 아이가 나와 같은 불안을 갖고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아이들이 용기모자를 쓰고 친구들과 엄마들에게 자기의 두려움은 무엇이고 이 두려움을 이겨내려 노력해 보겠다고 이야기하면 이야기를 들은 사람은 모자에 스티커를 붙여주는 시간을 가졌다.


아이들은 바로 미션을 시작했는데 우리 둘째는 막 쭈뼛쭈뼛하더니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둘째의 마음이 너무 훤히 보였다. 책상에 가만히 앉아 발표하는 건 괜찮지만 이렇게 갑자기 많은 사람들이 복작복작 거리는 시간은 부담스럽다는 걸.


그래서 둘째를 불러서 말문을 터주었다.

"너는 어떤 게 두려워?"

"저는 거미가 무서워요. 거미 무서워하는 마음을 이겨보려고 노력할게요."

이렇게 아이는 나와 근처에 있는 엄마들의 스티커를 받았다. '엄마가 없어질까 봐 무서워요.'라고 말하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누가 보면 내가 애를 집에 방치하는 아동학대범(?)으로 생각할지도... 나 그런 사람 아닌데. 완전 집순인데.


어떤 아이들은 모자 한가득 스티커를 받았지만 우리 둘째는 스티커를 별로 받지 못했다. 그래도 자기 나름 최선을 다한 것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업이 끝날 때쯤 선생님께서 반 친구들에게 오늘 수업의 소감을 물었다.


"엄마 아빠가 와서 좋았어요."

"용기모자에 붙은 스티커 중에 '너는 할 수 있어'라는 말을 보니 기분이 좋아요."


그런데 우리 둘째가 손을 들더니 이렇게 발표했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정신없었어요."


아이가 발표를 할 때 나는 솔직히 아이가 가장 멋진 대답을 하길, 정답과 가까운 대답을 하길 기대한다. 그런데 예민한 우리 아이에게는 오늘이 정말 정신없었을 것이다. 어쩔 수 없지 뭐.


여하튼 아이는 학교에 다녀와서 머리가 아프다더니 미열이 나기 시작했다. 샤워하고 푹 쉬니 괜찮아져서 다행이었지만, 여하튼 둘째에게는 힘들었던 날이었던 거다.


너 나랑 꼭 닮았다.

신기한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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