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한 엄마. 예민한 아이 키우기.
지난달 성당 레크리에이션 데이가 있었다.
첫째는 갑자기 친구 생일파티에 초대받아서 친구를 만나러 갔고 둘째는 레크리에이션 데이에 참석했다.
여태껏 아이들은 성당 레크리에이션 데이마다 결석을 했다. 아이들은 피곤할 것 같다며 참여하기 싫다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이번에 모처럼 둘째가 참여를 하겠다고 했다. 의외의 일이었다.
성당에 도착해서 점심으로 자장면을 먹었다. 그리고 흥겨운 음악을 배경으로 자유시간을 보내다가 오후 일정을 시작했다. (원래는 오전 일정도 있었는데 오후부터 참석했다.)
민트팀. 노란 팀이 상대방 구역으로 풍선을 보내는 게임을 했는데 우리 아들이 이렇게 열심히 게임에 참석하는 모습을 보니 새로웠다.
삼세판. 한 판, 한 판 할수록 아이는 금세 방전되는 것 같아 보였다. 결국 아이의 팀은 졌는데, 아이는 지치기도 하고 지기도 해서 기분이 나빠졌다.
그래서 그 뒤 게임부터는 다 참여하지도 않고 친구들과 어울리지도 않고 방구석에 처박혀 있었다. 간식도 먹지 않았다.
다른 아이들이 신나게 놀고 간식도 먹는 모습과 우리 아이가 기분 나빠하는 모습을 비교하니 속상했다. 우리 아이는 왜 이런 날 밖에서 재밌게 놀지 못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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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은 시끄러운 곳을 좋아하지 않는다.
예전에 첫째가 유치원에 다니던 시절, 체육관에서 유치원 체육대회를 했다. 아이들과 학부모님들이 북적이는 공간, 신나는 음악이 보통은 즐거운 시간이겠지만, 우리 아이들은 엄마 아빠 뒤에 숨기 바빴고 기어이 시끄럽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이것이 모두 나를 닮아서 그런 것이었다.
나도 어릴 때 사람들이 많이 모이고 시끌벅적한 날을 좋아하지 않았다. 운동회날은 좀 뻘쭘한 날이었다. 안 그래도 제대로 하는 운동이 하나도 없고 달리기도 꼴찌인데 저 많은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고 있다니 민망했다. 그리고 아이들과 접촉이 생기는 상황이 싫었다. 콩주머니를 던지는 게임에서 나는 다른 아이들의 팔에 맞을까 봐, 콩주머니에 맞을까 봐 신경이 쓰였다. 엄마 아빠와 맛있는 점심 도시락을 먹는 시간만 좋았다.
수련회에 가면 엠프로 신나는 음악을 틀어주곤 했는데 나는 이 소리가 너무 시끄러워서 흥이 떨어졌다. 캠프 파이어 시간, 감성적인 음악을 '크게'틀고 '크게'멘트를 하니 감성을 다 죽이는 것 같았다.
대학생이 되고 나서는 남들 다 간다는 클럽을 단 한 번도 안 갔다. 시끄러운 장소에서 춤을 추고 술을 마신다니, 내가 싫어하는 삼 요소를 모두 갖춘 곳이었기 때문이었다. 내 성격이 조신해서가 아니라 내 기질이 예민해서 그렇게 자극적인 곳은 가고 싶지도 않았다.
아이는 나를 꼭 닮았다.
시끄럽고 북적이면 에너지가 떨어지고 기분이 다운된다.
하지만 이렇게 사람이 많은 곳에서 기분 나쁜 티를 내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게 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아이와 이야기를 했다.
"사람들이 많고 음악소리도 크니까 지치지? 우리 조용한 곳으로 가서 쉴까? 좀 쉬고 나면 기분이 나아질 거야."
아이와 나는 다른 층에 가서 쉬었다. 하지만 기분이 좋아지지는 않았다. 원래는 6시에 미사를 보고 집에 가는 일정이었는데 아이는 미사 보기가 너무 힘들다며 눈물을 흘렸다. 그래서 근처 카페에 갔다.
아이가 먹겠다는 아이스 음료와 따뜻하고 달달한 음료를 시켜 아이와 나누어 먹었다. 그랬더니 아이는 서서히 진정되기 시작했다.
레크리에이션 데이에 끝까지 참여하지 못하는 것. 힘들다고 미사에 빠지게 두는 것이 남들이 보기엔 너무 유별나 보일지도 모르겠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아무도 아이 사정을 고려해 주지 않을 것이다. 아이가 사회에 적응해야 하는 부분이다. 그런데 예민한 사람으로서 모든 것을 다 감당하려다 보면 너무 힘든 일이다.
아이의 마음이 좀 더 단단해질 때까지 기회는 자주 제공하지만 강요는 하지 않는 것. 그리고 힘들었을 때 위로를 해주고 다음에는 더 잘 참여해 보자고 격려하는 것이 내 전략이긴 한데... 과연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기질은 변하지 않으니까.
여튼 계속 고민해 볼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