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한 엄마 예민한 아이 키우기
몇 년 전 일이다. 갑자기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너 바지 사이즈가 뭐지? 24? 25? 엄마가 백화점 왔는데 브랜드 청바지 할인 많이 하네. 사서 보낼게~"
"엄마. 나 이제 24. 25 아니야. 27 정도 입어. 애들 낳고 살쪘잖아."
"네가 27이라고? 설마~ 네가 잘못 알고 있는 거 아니야? 우선 25 사서 보낼게."
"엄마. 나 진짜 27인데... 하하... 그럼 살 빼서 입을게."
출산 전에 나는 날씬했다. 그런데 아이 낳고 몸매도 체중도 많이 변했다. 그래서 27이라고 했는데 엄마에겐 내 변화가 느껴지지 않은 모양이다. 엄마에게 나는 아직도 어리고 날씬하고 예쁜 딸인 것 같다.
부모가 생각하는 자식과 실제 자식은 많이 다를 수 있다. 그런데 부모는 자식이 당연히 부모의 생각과 같은 상태라고 착각하기 쉬운 것 같다.
지인과 지인 딸의 tci 검사결과를 본 적이 있다.
(나는 심리학 전공자)
Tci는 기질 검사다. 기질은 타고 태어난 것, 다듬어지지 않은 것이다. 타고 태어난 기질에 환경과 교육의 영향으로 성격이 형성된다. 기질은 바뀔 일이 없기 때문에 인정해야만 하는 부분이다.
(기질을 인정해야 아이를 도와줄 수 있다.)
지인이 평소에 말하는 딸의 모습과 검사 결과가 다른 부분이 있었다. 그런데 그 다른 부분을 자세히 보니, 지인이 갖고 있는 이상과의 차이였던 것 같다. 딸이 이런 모습을 갖고 있으면 좋겠다는 걸 투영한 것이다.
엄마와 지인을 보면서 부모는 자기의 바람대로 자식을 보기 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아마도 아이를 객관적으로 이해하기보다는 내 바람대로 아이가 크고 있을 거라 착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토리는 내향적이고 단짝도 없지만 친구들과 두루두루 적당한 거리를 두고 갈등 없이 원만하게 지내고 있는 걸로 알고 있지만, 내가 아는 것과 다른 부분이 있을지도 모른다.
밤톨이는 외향적이고 친구를 잘 사귀고 리더십도 있는 걸로 알고 있지만, 의외로 친구 사이의 어려움이 있을지도 모른다.
내 아이를 객관적으로 보고 진짜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학교 선생님이나 친구 엄마의 평을 들어보는 건 필수인 것 같다. 그리고 아이의 부족을 숨겨야 할 대상으로 여기기보다는, 그것을 어떻게 잘 다룰 수 있을지 고민해 봐야 하는 것 같다.
그게 안 된다면
"저희 아이는 집에서 정말 착하다고요!!"를 외치는 빌런의 엄마가 될지도 모른다.
엄마가 안 보이는 곳에서의 아이도,
엄마 눈앞의 아이도,
엄마가 잘 알고 있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니 잘 알기 위해 노력하는 수밖에.
+ 엄마가 사 주신 청바지는 아직도 못 입고 있다. 살 언제 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