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한 엄마 예민한 아이 키우기
나는 내향인이다.
내가 관찰한 바로는 내향인들은 뭔가 일이 잘못되면 자기 탓을 먼저 하고 외향인들은 일이 잘못되면 남 탓을 먼저 한다.
나와 도토리는 내향인.
그래서 도토리가 속상한 일이 있으면 나는 어느 누구보다 도토리의 마음이 되어 이야기를 나누고 달래준다.
그런데 밤톨이는 외향인이다.
밤톨이가 속상하면 나에게 짜증을 팍! 내는데 그럼 나는 아이를 달래줘야겠다는 생각보다 억울하고 짜증 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나랑 성향 같은 도토리 챙기듯 밤톨이를 챙기기 어렵다.
외향형인 남편이 밤톨이를 챙겨줘서 다행이다.
오늘도 그렇다.
영재원에 가는 토요일.
준비물이 노트북이었다.
경상남도에서는 초3부터 학교에서 태블릿 노트북인 아이북을 제공해 준다. 그래서 어제 미리 충전해서 아침에 가방에 넣어줬고 영재원에 데려다줬다.
그런데 영재원 가서 조금 있다가 문자가 왔다.
엄마. 아이북 아이디랑 비밀번호 뭐야?
??????????????(물음표를 300개 보낸 듯)
엄마는 전혀 모르는데.
왜 몰라!
그러고는 연락두절.
텍스트로만 보면 그냥 대화 같지만 내 머릿속에는 밤톨이의 짜증 내는 얼굴과 목소리가 재생되었다.
감정 폭탄 맞은 느낌.
괜히 억울했다.
그러다 갑자기 작년 담임 선생님이 노트북 아이디와 비번 알려주신 기억이 나서 캡처해서 보내줬다.
어때? 비번 맞아?
무응답.
뭐 자기 알아서 잘하겠지.
또 나중에는 자기 혼자 기분 풀고 나에게 헤헤 거릴거다.
내 기분이 어땠을지에 대한 생각은 별로 안 하는 것 같다.
여하튼 나는 기분을 다스리며 빨래를 널었다.
그때 우리 도토리가 와서 내 손을 부드럽게 쓸면서
"엄마~ 누나 때문에 속상해?"라고 묻는다.
도토리의 모습에 마음이 사르르 녹는다.
"엄마는 누나를 너무 사랑하지만 누나가 엄마한테 짜증내면 억울하고 짜증이 날 때가 있어."
도토리가 "맞아. 맞아." 공감해 준다.
나랑 성향이 다른 아이는 이해하기가 어렵다.
밤톨이가 나중에 혼자 기분 풀리고 친한 척하면 나도 아이에게 기분 좋게 대하는 것. 아이에 대한 억울함을 스스로 증발시키는 것. 이것이 우선은 내가 해야 할 일 같다.
여하튼... 밤톨이에게는 내가 채워줄 수 없는 구멍이 있을 수도 있을 텐데, 남편이 채워주려는 의지가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