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울면 글을 쓴다.

예민한 엄마 예민한 아이 키우기

by 복작북작

어린 시절 나는 학교에 다녀오면 누웠다. 누워서 뒹굴거리면서 책을 보든지 쉬었다.

도토리도 나와 같다.

남자아이들은 너무 산만하고 활동량이 많아서 힘들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만 도토리는 아기 때부터 조심스럽고 활동성이 적어서 키우기가 쉬웠다.


그런데 이렇게 활동성이 적다 보니 체력이 좀 약하고 운동을 잘 못한다. 운동은 학교에서 체육시간에만 하면 된다는 마음으로 나도 40년 넘게 살았고 도토리도 10여 년을 그렇게 살았다.

그러다가 지난 8,9월 수영장을 보냈더니 체력이 좋아졌다. 체력이 약하게 태어난 거라 믿고 살고 있었는데 아이 체력이 좋아지는 걸 보니 무슨 운동이라도 계속 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토리에게 매일 줄넘기를 해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을 했더니 도토리도 좋다고 했다. 그래서 매일 3분만 줄넘기를 하자고 했다.


월요일, 학교에 다녀와서 줄넘기를 했는데 생각보다 줄넘기가 잘 안 넘어갔다.

3번 뛰고 발이 걸리고, 5번 뛰고 걸렸다.

지난봄, 학교에서 줄넘기 숙제가 있어서 매일 줄넘기를 했을 때보다 잘 안 되니 도토리는 화가 나기 시작했다.


나는 도토리가 완벽하게 뛰는 걸, 오늘은 기대하지 않았다. 완벽하게 뛰는 건오늘 하루 만에 되기 어려운 일이다. 특히 운동신경이 부족한 도토리에게는. 시간을 믿고 매일 꾸준히 연습해야 잘 뛸 수 있다.


그런데 도토리는 오늘 완벽하게 뛰지 못했다고 울었다.

도토리를 토닥토닥 두드려주며, 줄넘기가 잘 안 돼서 속상하겠지만 우리가 오랜만에 하는 거라 발이 걸리고 잘 안 되는 건 당연하다고, 매일 연습하면 괜찮아질 거라고 이야기해 줬다.


그래도 말도 안 하고 계속 울기에 도토리는 그대로 두고 나는 샤인머스캣을 천천히 씻었다.

그리고 도토리에게 샤인 머스캣을 가져가 한 알 먹였다. 입을 벌리지 않으려고 하다가 입을 벌리고 한 알 먹더니 또 한 알 먹고, 또 먹었다.

그러다가 기분이 풀렸다.


기분이 나아진 도토리에게 이야기했다.

우리처럼 운동신경이 없는 사람은 하루아침에 운동을 잘할 수 없다고. 그런데 매일 하다 보면 나아질 거라고.

도토리는 기분이 진정이 되었다.


그리고 오늘, 도토리는 좋아하는 5분짜리 음악을 들으며 힘들 땐 서서 돌리는 동작을 하고 최선을 다해 기분 좋게 줄넘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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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걱정이 많은 아이였다.

내가 좋은 평가를 받을 때는 진짜로 잘하고 있는지 걱정되었고, 내가 잘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이것이 영원할까 봐 걱정이 되었다.

엄마 아빠는 잘한다고만 했지 내 불안을 이해할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외로웠고 고등학교에 올라가서 진짜로 성적이 떨어졌을 때 무너진 적이 있다.


늘 잘한다는 소리를 듣고 자란 아이는 진짜로 못하게 되는 상황이 되면 잘 무너진다. 나도 그런 아이였다.

나는 아주 오래 내가 왜 이런 걸까 생각했다. 성공가도를 달려야 하는 내가 왜 주저앉았는가 하는 생각부터 나는 애초에 바보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그래서 심리학을 공부했고 감정 코칭도 알게 되었다.

나를 돌이켜보면 나는 메타인지도 부족했고, 회복 탄력성도 부족했다. 나 자신에 대해 잘 몰랐고 내가 원하는 대로 안 되면 그저 나 자신을 미워했다.


자신을 보듬고 더 나은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 이것이 국영수보다 중요한 일이라는 걸 아주 나중에서야 알았다.

내 20대는 실패의 인생이지만 귀한 깨달음을 얻었다.

나는 내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다양한 일에서 실패하길 바란다. 그 실패에서 일어나는 방법을 배우고 다시 나아가는 마음의 근육을 기르길 바란다. 시간을 자기편으로 삼고 천천히 목표를 향해 나아가길 바란다.


그래서 이 글을 쓴다.

아이의 실패에 대해서.

그때 우리가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는가에 대해서.

앞으로 실패를 잊고 지내는 시간에 이 글을 다시 읽으면서 우리는 늘 실패를 잘 다루려고 노력하며 살아왔다는 이야기를 또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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