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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은 Mar 23. 2024

사람은 ‘이것’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필자가 본격적으로 독서를 시작했던 때는 2018년이다. 2018년에 울산으로 거처를 옮겼고 그와 동시에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아이의 적응을 돕기 위해 필자는 한 해 동안 휴직을 했다.     


휴직하기 직전 중요한 시험을 준비하면서 많은 양의 전공 서적을 읽었다. 사고력이나 독해력이 좀 향상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공부 습관을 조금이나마 이어가고 싶었다. 그 방편으로 독서를 택했고 그렇게 독서에 흥미를 붙이던 시기를 거쳐 2019년부터는 연 100권씩 읽어나갔다. 월별 독서량을 기록하기 시작했고, 2021년부터는 독서기록앱을 활용했다.    

 

이 무렵에는 책을 읽으면 마음에 와닿는 문장이 무수히 많았다. 인덱스 탭으로 도움이 되는 문장들을 가려냈다. 마음에 든 문장을 잊지 않기 위해 읽고 또 읽었다. <공부머리 독서법>의 저자 최승필 작가는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인간의 뇌는 1,000억 개의 신경세포(뉴런)로 이루어져 있는데 1,000억 개의 신경세포들은 시냅스라는 틈으로 서로 연결돼 있습니다. 이 틈이 얼마나 조밀하고 원활하게 연결되어 있느냐가 그 사람의 지적, 정신적 능력을 결정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사람의 뇌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이 연결방식이 계속해서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뇌과학에서는 이것을 ‘뇌의 신경 가소성’이라고 합니다. (중략) 머리는 쓰면 쓸수록 좋아집니다. 책 읽기는 머리를 활발하게 쓰는 활동입니다. 독서야말로 두뇌를 업그레이드하는 가장 쉽고 훌륭한 방법입니다.”     


반복 독서는 필자가 책을 소화하는 방식이었다. 이때 필자는 뇌 신경 가소성 이론에 도취 되어 책을 읽어 뇌에 어떤 흔적이라도 남기고 싶었던 것 같다. 휴직 기간에 그렇게 시작한 독서가 습관으로 자리 잡았고 그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어떤 일을 힘들이지 않고 하려면 그 일을 습관으로 만들면 된다고 했다. 필자의 독서 경험이 그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2018년이 개인적으로 몰입 독서의 시작이었다면 2022년에는 공개적인 장에서 글을 썼다. 읽은 책의 권수가 쌓이고 인풋이 충족되자 아웃풋에 대한 욕구가 일었다. 그즈음 인터넷 신문사나 지역 언론사 등에 글을 썼고, 수기나 독후감 공모전에도 글을 보냈다. 기관에서 발행하는 책자 만드는 일에도 참여했다.      


그중에 기억에 남는 글이 있는데 지역 언론사에 쓴 ‘연 100권씩 5년째입니다’라는 기고문이 그것이다. 마감 기한은 다가오는데 글의 소재가 떠오르지 않아 애를 먹고 있던 터라 평소 자신 있던 독서에 관한 글을 썼다. 글의 취지는 독서 이력과 독서의 장점 등을 소개하며 독서를 독려하는 것이었다. 그 글이 발행되고 약 1년이 지나서 한 통의 전화를 받았는데 그것은 칼럼과 관련한 내용을 진솔하게 풀어달라는 요청과 함께 강의를 의뢰하는 전화였다. 그렇게 기고문 한편이 계기가 되어 선생님들 앞에 서서 독서와 글쓰기에 대한 경험을 나눌 수 있게 된다.      


강의를 수강하신 선생님들의 환대와 친절도 물론 기분 좋은 일이었지만 필자가 겪은 시행착오를 참고해 강의에서 소개한 방식대로 해보려고 한다며 도움이 되었다는 말 한마디가 진한 감동을 주었다. 강의나 컨설팅을 하면서 남이 안 되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강의를 준비한 마음이 전달된 것 같아 전에 없던 기쁨을 느꼈다.     


사실 강의를 준비하면서 필자가 얻은 것이 적지 않다. 강의 주제에 맞는 소주제를 정하고 강의의 흐름을 알 수 있도록 대강의 얼개를 짰다. 개요에 맞는 자료를 선별하고 수집하는 과정에서 지난 6년간의 독서와 글쓰기 자취를 파악할 수 있었다. 어떤 것이 도움이 되었고, 어떤 일이 부차적인 것이었는지, 무엇이 필자를 이 길로 이끌었는지 등을 돌아보는 계기였다. 또 관련 자료를 준비하면서 동영상, 책자 등을 참고하기도 했는데 그것은 기존에 필자가 가진 믿음을 더 강화해 주었고 앞으로 할 일에 대한 근거가 되어 주었다. 강의에도 인용했던 최재천 교수님의 강연이 도움이 되었다.     


“(독서) 5년 차에 접어들어 지난날을 되돌아보면 저는 부자가 되지도 않았고, 다니던 직장 계속 다니고 있습니다. 저자나 강연은 꿈도 못 꾸고 이런저런 매체에 글을 올리는 정도입니다.”


1년 전 ‘연 100권씩 5년째입니다’에 담았던 진심이다. 1년이 지난 지금은 어떻게 변했을까? 이룬 것도 있고 진행 중인 것도 있지만 원하는 삶의 모습에 한 발짝 다가선 것만은 분명하다. 이것이 필자가 독서와 글쓰기를 평생의 화두로 삼는 이유다. (울산경제 2024.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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