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부엉이의 밤

용서할 수 있는 용기와 용서하지 않을 자유 사이에서

by 신지후

아버지는 내 추억들에 금이 가게 만든다. 가끔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미소 짓다가도, 어느 틈에 그 틈이 보인다. 금이 간 채로 나를 바라보는 기억들 중 하나는 진혁이가 만든 전등갓이다. 부엉이인지, 올빼미인지 모를 귀여운 조각상. 수많은 구멍 사이로 고요하고 따뜻한 빛이 새어 나오던 그것은, 어느 날 아버지의 손에 던져져 산산이 부서졌다.


끔찍하게 싫었던 아버지의 이유 모를 분노 때문에 따스한 순간들은 급격히 시들고 상해버렸다. 부엉이 전등갓은 거실 바닥에 부딪히며 깨졌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수백 개의 구멍으로 퍼지던 불빛도 자취를 감췄다. 진혁이의 조용한 자랑, 우리 집안에 잠시 깃들었던 평화와 말없이 쌓이던 애정. 모든 것들이 흩어졌다. 아버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깨진 조각들처럼 우리들의 마음도 침묵 속에 흩어졌다.


전등갓이 완성된 날, 진혁이는 우리를 모두 거실로 불러 모았다. 그날따라 진혁이는 평소보다 말이 없었고, 손에 땀이 잔뜩 밴 채로 전기선을 손질했다. 곁에 서있던 엄마가 콘센트를 꽂았고, 나는 조심스럽게 스위치를 눌렀다. 딸깍.

그 순간, 조각상 안에서 노란빛이 퍼지기 시작했다. 촘촘하게 뚫린 작은 구멍들 사이로 쏟아진 빛들이 벽에, 천장에, 우리 얼굴 위에 따뜻한 점으로 흩어졌다. 다들 동시에 "와아!" 감탄하고 숨을 들이쉬었다. 엄마는 "내 보배 내 아들 혁이, 진짜 대단하다!"라고 말하며 손뼉을 치면서 기뻐했다. 엄마의 표정은 마치 온 세상에 자랑하고 싶은 것 같았다. 엄마의 눈빛에는 뿌듯함과 애정, 놀라움이 겹겹이 얹혀 있었다. 밤이 되면 엄마는 혼자 불을 켜놓고 빛이 퍼지는 걸 감상하셨다.

아빠도 웃었다. 진혁이의 머리를 툭 치며, "너 이거 어디서 배웠냐?" 하고 물었고, 진혁이는 쑥스러운 듯이 "별거 아니에요. 그냥 혼자 만들어본 거예요." 대답했다. 평범한 대화였지만 그날의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날의 모든 장면이 나에게는 특별히 각인된 추억이었다. 가족이라는 단어가 구체적인 온도와 색으로 떠오르던 저녁. 우리 집 전체에 스미던 온기 같은 것. 조용한 불빛 아래, 우리 가족 모두가 같은 곳을 함께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 마음을 밝혔던 전등갓은 얼마 지나지 않아 산산이 부서졌다. 딱히 이유는 없었다. 아니, 적어도 우리에게 설명되지 않았다. 아버지는 그날 무언가에 분노해 있었고, 말이 전혀 통하지 않는 사람처럼 거실을 휘젓고 다녔다. 모두 숨을 죽이고 있었는데 그 순간 아버지의 손이 진혁이의 전등갓을 움켜쥐더니, 그대로 내던졌다.


부엉이 모양의 조각상이 공중에서 돌다가 바닥에 닿으며 깨졌다. 순간적으로 둔탁하고 몹시 아픈 비명 같은 소리가 거실에 울려 퍼졌다. 마치 우리 사이에 흘러가던 무언의 평화까지 함께 깨져버리는 소리였다.


진혁이는 말없이 고개를 숙인 채 조각들을 주워 담았다. 엄마도 말없이 곁에 앉아 작은 조각들을 집어 들고 닦았다. 나는 그 장면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만 울고 있었다. 그때 아버지가 끔찍하리만치 싫었다. 이유 없는 분노가, 가족을 이렇게 망가뜨릴 수 있다니. 아버지의 나쁜 기분이 우리의 따뜻한 순간들을 이다지도 쉽게 상하게 할 수 있다니. 처음으로 느껴본 슬픔이나 절망이 아니었음에도 심장이 욱신거릴 정도로 충격이었다.


오래전 있었던 지나간 일이지만, 나는 아직도 그 순간을 전부 기억한다. 바닥에 흩어진 조각들 사이에 웅크리고 앉아 있던 진혁이의 어깨와 그저 천천히 그것들을 닦아내던 엄마의 허망한 손놀림과 거실 구석에서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보던, 스물둘의 여린 나를 기억한다.


많은 감정을 말로 설명할 수 있지만, 그 장면을 떠올릴 때마다 나는 여전히 침묵 속에 갇힌다.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누구에게도 닿을 수 없었던 그때처럼.


아버지는 자신의 분노가 어떤 온기를 꺼뜨렸는지 모를 것이다. 진혁이의 손끝에서 나왔던 빛이었고, 엄마의 눈동자에 깃들었던 자랑이었고, 당시 우리 가족에게는 공표된 평화의 상징이었는데. 아버지는 그것들을 전부 짓밟았고 부수고 말았다.


나는 그 장면을 잊지 못한다. 아니, 잊고 싶지 않다. 자주 그날을 떠올린다. 나도 모르게 이렇게 되묻는다. "아버지를 미움 없이 마음껏 사랑하려면, 내가 어디까지 낮아져야 하나요?"


'당신의 분노에 상처 입은 순간들을 모두 용서해야 하나요. 깨진 전등갓처럼 산산이 흩어진 기억들을 주워 담아 다시 사랑이라 부를 수 있을까요. 그것은 포기일까요, 아니면 용기일까요.'


어쩌면 사랑은 낮아지는 일인지도 모른다. 가장 아팠던 기억 앞에서 다시 웃어보려는 시도는 사랑 같아. 미움을 누르고 스스로를 작게 줄여 그의 어두운 얼굴마저 감싸보려 애쓰지만, 아직도 무서워요. 사랑이 피어나려는 마음속에 또다시 아버지의 火가, 나를 덮치면 어떡하죠. 그래서 오늘도 다가가지 못하고 멀리서 이렇게 혼잣말이나 합니다.


나는 정말로 아버지를 미움 없이 마음껏 사랑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