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았던 기억을 이력으로 삼는 사람
나는 우리 반에서 '펭수' 같은 존재였다. 자의식이 강하고 손도 많이 가지만 귀여움을 받는 아이.
교복 입은 아이들이 다 거기서 거기 같아 보여서, 누구에게 인사를 했는지 안 했는지도 기억 못 하겠는 나는 어느 순간부터 마주치는 누구에게든 수줍게 "안녕?" 하고 인사를 건넸다.
어떤 친구는 "너 때문에 학교 오는 재미가 있다"면서 웃곤 했다. 그 말을 들을 때면 나도 학교에 보탬이 되는 사람인 것 같았다.
나는 내성적인 아이였는데 결벽증이 있어서 머리카락 한 올만 건드려도 정색하고, 내 교과서 귀퉁이가 접히기라도 하면 매섭게 화를 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우스울 정도로 과했지만 그때는 정말 진지했고 절박했다. 조금이라도 흐트러진 것들을 마주하면 흔들리는 기분이 들어서 감당할 수가 없었다.
고마운 친구들은 그런 나를 받아줬다. 이상한 애라고, 예민하다고, 피하거나 비난하지 않고 오히려 나의 모든 유별난 성정들을 하나의 캐릭터처럼 이해해주고 감싸줬다.
펭수 열풍이 한창일 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 그 시절 나도 누군가에게 그렇게 사랑받고 있었구나. 그 시절의 나는 누군가에게 예쁘고 소중한 친구였겠구나.
여전히 어딘가 이상하고 어설프고 때때로 미움받을까 겁을 내지만, 한때 다정한 인사 하나로 누군가의 하루를 밝히던 나였다. 잊지 말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