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을 잃지 않기 위해 문장을 고르는 날들
행복과 불행, 천국과 지옥, 모든 것은 디테일에 있다는 말을 좋아한다. 누군가의 사소한 말투, 무심히 누른 이모티콘 하나, 문장의 온도에서 그 사람의 진심이 묻어 나오기도 한다.
예전에 나를 오랫동안 조롱하던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은 어느 날 비방글 아래에 자신이 받은 모욕죄 벌금 통지서 사진을 첨부했다. 그런데 사진의 수평이 완벽하게 맞춰져 있었다. 종이의 가장자리와 테이블의 선이 평행했고, 그림자의 길이마저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그 정성스러움에 잠시 숨이 막혔다. 자신의 잘못조차 정교하게 정리해 보여주는 섬세함에는 반성도 부끄러움도 없었다. 악의에도 미학이 있을 수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이상하게도 나는 무기력할 때마다 그 장면을 떠올린다. 악의가 이렇게까지 세밀할 수 있다면 선함도 그만큼 세밀해야 하지 않을까. 결국 모든 건 디테일의 문제다. 누군가는 그 정성을 조롱에 쓰고 누군가는 그 정성을 이해에 쓴다.
나는 글을 쓰며 단어 하나를 고르거나 문장의 리듬을 다듬을 때, 그 사람이 맞춰두었던 기묘한 수평을 떠올린다. 정확하게 다듬어진 문장보다 중요한 건 정확히 따뜻한 마음이라는 걸 잊지 않으려 한다. 어쩌면 행복도, 불행도 미세한 온도의 차이로 갈리는 것이기에 오늘도 조용히 문장을 고른다. 누군가의 하루에 미약하게나마 따뜻한 숨결을 남길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