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의 백미러 : 굴절된 친밀감

거울 속의 착각, 백 명을 사랑하는 마음의 딜레마

by 신지후

"사물이 거울에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음."


일상에서 무심히 지나치는 이 문구가 불현듯 낯설게 다가왔다. 그러자 문득 내 삶의 모든 백미러에도 동일한 경고문이 적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실제 사이는 내 생각보다 멀 수 있음."


나는 거의 모든 주변 사람들에게 강한 친밀감을 느낀다. 그들의 기쁨에 쉽게 동화되고, 그들의 어려움에 마음 깊이 연루된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100명이나 된다는 사실에 기쁘면서도 솔직히 웃프고 두렵다. 이 풍요로운 친밀감은 혹시 나만의 백미러에 투영된 착시일까. 관계 속 상대방이 내 감정의 굴절을 통해 필요 이상으로 가깝게 인식되는 것은 아닐까.


특히 가족이나 학창 시절 친구와 닮았다고 느껴지는 사람들을 마주할 때 이 거리감의 착각은 극대화된다. 무의식적으로 과거의 신뢰와 느슨한 경계선을 끌어와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전제를 깔기 때문이다.


때로 나의 과도한 기대가 상대에게 부담을 주거나, 조절되지 않은 간섭이 본의 아닌 민폐가 될 수 있다. 친밀함을 가장한 무례함으로 상대를 불편하게 만들고, 미세한 차이에서 해묵은 오해가 싹트기도 한다.


인간관계의 조향(操向)은, 끊임없이 거리의 감각을 재조정하는 과정이다. 나의 마음속 백미러를 조심스레 들여다본다. 눈앞의 친밀감에 속지 않고, 실제 거리를 정확하게 읽어내는 신중함이야말로 타인을 향한 가장 사려 깊은 태도임을 잊지 않기 위해서.


깊은 친밀감을 느끼게 하는 사람일수록 오히려 신중하게 거리감을 적용해야 한다. 어쩐지 너무 늦은 감이 있지만, 100명의 사랑하는 사람들을 진정으로 존중하는 방식을 이제야 제대로 알 것 같다. 정말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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