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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이 예쁜 딸이 박테리아?

by 김지민

2025년 01월 01일 >>>


5만 원권 지폐는 2009년에 최초 발행됐는데, 나는 그 4~5년 뒤에 처음으로 자세히 봤다. 발행 당시엔 내가 미국에 주로 있었고, 또 나중에 귀국해서는 딱히 그걸 쓸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어느 날 마침내 그 지폐를 들여다본 순간, 나는 깜짝 놀랐다. 우리 누나가 그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밑에 깨알 같은 글씨로 “신사임당”이라고 적혀 있었지만, 내 눈엔 그냥 우리 누나였다. 어느 한 구석도 고칠 데 없는, 평생 봐 온 “100% 우리 누나 얼굴”이었다. 내가 곧장 누나에게 전화를 해 봤더니, 안 그래도 그런 말 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고 했다. 수백 년 간격을 두고 아주 우연히, 두 사람이 거의 똑같은 얼굴을 한 것이 분명하다.


확률이 희박하긴 해도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사람 이목구비(耳目口鼻)가 그 기본 형태는 다 똑같고, 전체 얼굴 대비 그 상대적인 크기나 위치도 상당 부분 일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커튼 뒤에 가려진 어떤 사람의 얼굴을 한번 그려 보라 했을 때, 수백만 명이 도전하면 한 명 정도는 실물과 많이 닮게 그릴 수도 있다. 그런데 그 대상을 “사람 얼굴”에 국한시키지 않고 훨씬 더 확대하면 어떻게 될까? 그래도 이런 우연이 가능할까? 학자들에 의하면, 아직 발견/분류되지 않은 미지의 동식물 종(種)들이 깊은 산과 바닷속에 무수히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실제로도 새로운 발견들이 계속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런 상상을 해 보자. 우리 인간이 전혀 본 적 없는 육상동물(陸上動物) 20종을 동물학자들이 새로이 발견했다. 그리고 그 공개에 앞서, 큰 상금을 걸고 “상상도(想像圖) 경연대회”를 열었다. 각 종(種)마다 아주 비슷하게, 그리고 가장 비슷하게 그려 내는 사람에게 그 상금을 나눠주는 것이다. 과연 당첨자가 나올 수 있을까?


“육상동물”은 몸 전체를 다 그려야 하므로, “사람 얼굴”과는 달리 그 “경우의 수”가 천문학적이다. 즉, 얼굴 등 동물 몸의 부위가 총 10개라면, 얼굴만 그릴 때에 비해 그 가능성이 10승(乘) 배로 증가한다. 10배가 아니고 10승(乘) 배인 이유는, 부위별로 모든 가능한 경우의 수를 다 “곱해” 줘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상초유의 신종이므로, 기존의 곤충, 포유류, 또는 파충류와 얼마나 비슷하며 어떻게 다른지, 그 수많은 가능성 때문에 다시 한 번 승수가 배가(倍加)된다. 결국 상상될 수 있는 생김새는 끝이 없고, 따라서 이 대회에서 상을 타기는 불가능하다. 백보 양보해서 누가 요행히 한 종(種)은 좀 닮게 그릴 수 있다 쳐도, 20종 모두 당첨자가 나올 확률은 0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20종 모두 “당첨된” 상상도가 나왔다고 해 보자. 어찌된 일일까? 확률적으로 불가능한 일이 아주 “우연히” 일어난 것일까? 아니면 사람들이 그 20종을 어떻게든 미리 살짝 훔쳐보고 그린 것일까? 실제로 내게도 2년 반 전에 이와 비슷한 “확률 논쟁”이 한 번 있었다. 짧지만 격(激)한 싸움이었고, 그 스토리는 이러하다. 자식들의 미래가 달린, 우리 모두의 스토리다.


그 논쟁이 있기 12년 전인 2010년, 성경을 66일 동안에 1회 필사(筆寫)해 봤던 나는 곧장 “천지창조의 시기”에 의문이 생겼다. 언젠가 “처음”이 있었으매 지금 내가 있는 바, 그 처음이 너무 궁금해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관심을 갖고 살펴보니, 아래에 나열하는 얘기들이 소위 “과학”의 미명(美名) 하에 마치 사실인 양 알려져 있었다. 누구 하나 감히 틀렸다 하고 나서는 자가 없으니 대충 그냥 다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을 믿는” 것이 아니라, 어영부영 대세를 타고 굳어진 “믿음을 사실로” 다들 알고 --- 또 학교에서 가르치고 배우고 --- 있는 것이었다.


1. 138억 년 전에 빅뱅으로 천지가 창조됐다.

2. 46억 년 전에 지구가 탄생했다.

3. 36억 년 전에 박테리아라는 원시 생명체가 지구에 “우연히” 생겨났다.

4. 이후 많은 생명체가 탄생/진화/명멸을 거듭하던 중, 공룡은 6500만 년 전에 멸종됐다.

5.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는 약 20만 년 전에 출현했다.


물론 이것은 내가 필사를 해서 알고 있었던 성경 이야기와 완전 판이했다. 성경에 의하면 천지창조는 단 6일 만에 됐다. 그리고 창세기 인물들의 수명을 가지고 역산해 올라가 보면, 그 천지 만물과 인간의 탄생은 고작 6천여 년 전의 일이다. 그 이전에는 시간도 공간도 물질도,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엄청난 괴리를 교회는, 그리고 각각의 크리스쳔은, 어떻게 소화하고 있을까?”

나의 이 의문에 대한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속이 거북해야 소화를 시키려고 애쓸 텐데, 아무도 속이 안 거북한 것이었다. 내겐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커 보이는 그 “괴리”가, 대부분의 크리스쳔들에겐 그냥 대수롭지 않은 것임에 틀림없었다. 그러니 아무리 누굴 잡고 물어봐도 뾰족한 답이 없는 것이었다. 내가 천지창조에 관해 교회에서 직접 들었거나 또는 기독교 TV 방송에서 들은 바를 순서대로 정리해 보면 대략 이러하다.


1. 시카고 G교회 목사님 --- “나는 그런 거 다 초월했다. 다른 분한테 물어봐라.”


2. 시카고 L 목사님 --- “성경에서 아브라함 이전은 다 설화다. 9백 몇 십 년씩 살았다는 초기 조상들의 수명은 그저 존경의 표시다. 존경을 많이 받은 분일수록 긴 수명이 부여됐다. (천지창조에 대한 의견까지는 못 들었으나, 그분은 분명 성경을 글자 그대로 믿지는 않으셨다. 장애인이시라 몸이 힘드셔서, 아쉽지만 내가 거기서 더 파고들 수는 없었다.)


3. 뉴저지 C 목사님 --- “3주 동안 두문불출, 이것만 골똘히 연구했다. 약간의 오차범위를 허용한다 할 때, 8천 년 전쯤에 천지창조가 일어났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아무리 멀어도 1만 년을 넘어갈 수는 없다.


4. 한국의 어느 장로님 --- “천지창조가 두 번 있었던 것 같다. 지구가 없는 우주의 창조가 아주 오래 전에 먼저 한 번 있었고, 한참 뒤에 지구가 그 우주 속에 다시 한 번 따로 창조되었다.”


5. 서울 J 목사님 --- “지금 이 시간은 천지창조가 언제 됐는가 하는 그런 쓸데없는 얘기를 하는 시간이 아니다.” (그분이 목사님으로서 어떻게 천지창조를 두고 “쓸데없다”는 형용사를 쓰셨는지 지금도 매우 궁금하다.)


6. 어느 TV 출연 목사님 --- “천지창조에 있어서의 하루는 첫날에서 둘째 날까지가 80억 년, 둘째 날에서 셋째 날까지가 40억 년, 셋째 날에서 넷째 날까지가 20억 년, 이런 식으로 점점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똑같은 성경 첫 페이지 첫 줄을 두고 소위 교회의 지도자들이 어쩌면 그렇게 말씀이 다를 수 있는지, 정말 놀라웠다. 게다가 C 목사님을 제외, 다른 분들은 모두 지극히 “비성경적”인 견해를 가졌거나 아니면 교묘히 답변을 회피한 것이었다. 진화론을 “믿는” 과학자들이나, 성경을 “못 믿는” 성직자들이나, 실망스럽기는 매한가지였다. 결국 나는 이 문제를 스스로 풀기로 작정했고, 많은 책을 읽고 인터넷 강의를 듣고 자료들을 찾아 보던 중에 접한 것이

“들어봤니? 공룡이 인간이랑 함께 살았대!”

라는 책이었다. 2017년에 “도서출판물맷돌”에서 한국창조과학회의 감수를 받아 펴낸 것으로, 초등학생도 볼 수 있는 쉽고 재미난 “공룡 그림책”이다. 그런데 이 평범한 아이들 그림책이 성경책에 이어 두 번째로 --- 둘 다 보태도 솔직히 얼마 안 되는 믿음이지만 --- 내게 “믿음”을 선사해 주었다. 성경책이 영감(靈感)을 통해 눈에 안 보이는 “씨”를 심어 주었다면, 이 그림책은 시각을 통해 눈에 보이는 “싹”을 틔워 주었다고나 할까?


화석의 발견으로 그 존재가 알려지고, 공룡(dino-saur, 무서운-도마뱀)이라 이름 붙여지고, 복원된 뼈대들에 근거, 컴퓨터 그래픽스로 상상도들이 그려지고, “쥬라기 공원(Jurassic Park)” 시리즈 같은 영화에 공룡들이 뛰어다니게 되고 한 것은 모두 최근 200년 안쪽의 일이다. 그런데 위의 그림책에는 “사람이 손으로” 제작한 공룡 동굴벽화, 조각품, 돌장식품들이 수십 가지 나온다. 그리고 많은 작품들이 현대의 컴퓨터제작 상상도들과 모습이 흡사하다. 비교가 편하게끔 일부러 “좌-우” 페이지에 “사람작품-컴퓨터상상도” 이렇게 배치해 놨는데, 그 유사성이 실로 놀랍다. 매치(match)되는 컴퓨터 상상도가 없는 작품들도, 그것들이 “공룡”임은 누구나 한눈에 알 수 있다. 문제는 “연대(年代)”다. 전세계의 그런 공룡 그림과 조각상들이 전부, 그 제작 연도가 5백 년 전부터 심지어 5천 년 전까지로 거슬러올라가는 것이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한가? 위에서 본 “상상도 경연대회”의 예(例)와 비슷하지 않은가? 많은 사람들이 지구 곳곳에서 수천 년에 걸쳐 무심코 제작해 온 벽화, 문양, 조각품 등이, 까마득한 과거에 멸종한 동물들과 “우연히” 다 닮은 것일까? 아니면 실제로 “공룡을 본” 사람들이 그것들을 제작했고, 공룡이 수억 년 전에 탄생했느니 6천5백만 년 전에 멸종했느니 하는 설(說) 자체가 전부 허구일까? 어느 편이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가?


2년 반 전, 2022년 여름에 나는 이 그림책을 딸/사위에게 한 권 선사했다. 그날 밤, 샌프란시스코 가파른 경사 길의 그 2층집. 책을 건네고 1~2분 만에 격렬한 “확률 논쟁”이 불을 뿜었다. 어느 한 편도 한 발짝도 물러설 수 없는 전쟁. 내가 본격적으로 포문을 열었다.


“이 사진들을 봐라. 공룡은 분명히 인간하고 같이 살았다. 직접 보고 제작한 것이 아닌데 이 많은 고대 벽화와 조각상들이 다 이처럼 컴퓨터 상상도와 닮을 수는 없다. 그리고 상식적으로, 6500만 년 된 공룡화석에서 부드러운 피부 조직과 혈액 성분이 발견되기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그들이 정말 그렇게 같이 살았다면, 6500만 년 전에 소행성의 유카탄 반도 충돌로 공룡 등 많은 생물이 멸종했다는 설(說)은 자연히 거짓이 된다. 그렇게 되면 6500만 년이라는 수치도 무의미해지고, “탄소동위원소 연대측정법”은 그 부정확성이 다시 한 번 증명된다. 그렇게 하나하나 따져 들어가면, 진화론이니 빅뱅이니 하는 것들이 전부 허무맹랑한 소리들임을 알 수 있다. 우리는 모두 “과학” 덕분에 편한 삶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생명의 기원, 우주의 기원을 연구하는 소위 “기원(起源)과학”은 과학이 아니다. 왜냐하면, 수없이 반복되는 실험에서 계속 똑같은 결과가 나옴을 보여 줌으로써 가시적인 증거를 제시할 수 있는, 그런 과학 본연의 과학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 딸과 사위가 어떤 아이들인가? 무일푼으로 시작, 10년 만에 세계가 알아주는 큰 회사를 만든 똑똑이들 아닌가? 기가 막힌다는 듯이 듣고 있던 딸이 얼굴을 붉히며 대꾸했다.


“아니 그럼, 우리가 만든 교재들도 다 틀렸다는 말이예요? 아빠가 우리 브릴리언트(brilliant.org)의 에디터(editor, 편집인)인데 그런 말씀을 하시면 어떡해요?”


과학자들도 다 인정하는 바지, 저희도 학교에서도 그렇게 배웠지, 수학/과학 사이트인 우리 브릴리언트(brilliant.org)에도 극히 일부지만 그런 내용들이 적혀 있지, 그러니 그들이 내 말에 동의하기란 “절대불가”한 일이었다. 내가 아빠만 아니었어도 그 자리에서 즉각 “You are fired! (당장 해고야!)” 소리가 나왔을 법한, 그런 험악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물러서지 않고 내가 사위에게 물었다.


“사일러스!(Silas!) 그렇다면 이렇게 예쁜 니 딸이 아주 옛날에는 박테리아였다는 말이냐?”


진화론도 믿지만 천주교 신자이기도 한 사일러스는 대답을 못했다. 과학, 신앙, 상식이 머릿속에 마구 얽히고설키며 정답을 찾는데, 자꾸 에러가 나는 듯했다. 몇 번이나 무슨 말인가를 하려고 딸막거리다가, 모기 소리만하게 “Yes!” 할 듯 말 듯, 결국 약 15초 만에 완전히 입을 닫았다. (그런 모습은 그날 이전에도 이후에도 한 번도 못 봤다.) 최초에 박테리아 한 마리가 꿈틀꿈틀. 그 뒤엔 어찌어찌해서 물고기가 됐고, 수십억 년 뒤엔 내가 됐고 내 딸이 됐고, 또 나중엔 어떤 해괴한 모습으로 변할지 모른다는 “진화(進化)”의 논리에 자신이 없어진 게 분명했다. 물고기-4족보행원숭이-2족보행원숭이-직립보행영장류-현생인류(호모사피엔스), 이런 순서로 굽은 허리가 펴지며 점점 사람 모습이 돼 가는 인류 진화도(進化圖). 수연이/사일러스가 어릴 때부터 봤고, 지금도 학교에서 가르치는 이 그림. 하하, 미안하지만 이 그림은 아무 근거도 없는 순전한 상상도다. 그것은 “인간이 박테리아에서부터 안 왔으면 어디서 왔겠느냐? 달리 설명할 방법이 있느냐? 하늘에서 떨어졌겠느냐?” 하는 연역적 “추론”, 진화론적 “믿음”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뿐이다. 그래서 내가 두 사람에게 진화론자들이 밟았을 그 추론의 과정을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 주었다.


1. 만물이 다 작은 데서 점점 커지니까, 제일 작은 것에서 시작해야지? 오케이, 박테리아.


2. 박테리아가 자라려면 물이 필요했을 텐데, 그렇게 물에서 자랐다면 동물 중에는 당연히 물고기가 제일 먼저 생겼겠지? 오케이, 일단 물고기부터 한 마리 그려 넣고……


3. 물고기가 금방 사람이 되지는 않았을 테니 그 중간 단계들이 필요한데, 뭐가 좋을까? 아, 온몸이 까만 털로 덮여 있고 네 발로 걷는 작은 원숭이 모양의 동물이 좋겠네.


4. 그 다음은 뭘 그리지? 결국 사람까지 가야 하니까, 몸집도 좀 키우고, 털도 좀 빼고, 허리도 더 곧추세우고, 걸음도 두 발로 걷게 해야겠지? 그러면 오케이, 두 발로 걷는 원숭이.


5. 두 발로 걷는 원숭이와 사람은 여전히 좀 거리가 있는데…… 그 중간에 하나쯤 또 적당한 것이 없을까? 아, 그래, 털도 없고 거의 사람에 가까운, 완벽하게 직립보행하는 영장류!


6. 그러다가 현생인류인 호모사피엔스가 모든 직립보행영장류를 물리치고 유일하게 생존, 오늘의 우리 “사람”이 된 거지? 오케이, 끝!


그러나 이미 진화론으로 “세뇌”가 돼 있는 딸/사위의 생각을 이런 설교로 바꿀 수는 없었다. 공부해서 아는 것보다 더 무서운 것이 세뇌돼서 입력된 것. 더 이상 귀담아 듣지도 않고 “뜻밖의 골칫거리가 하나 생겼네” 하는 표정들만 하고 있길래, 나는 그쯤에서 말을 마쳤다. 아이들도 일어서서 자기들 방으로 갔다. 그리고 2년 반, 우리는 이 주제에 관해 침묵 중이다. 그날 밤 내가 야심 차게 터뜨렸던 몇 발의 포성은 결과적으로 “선전포고용”에 그쳤고, 지금은 휴전상태다. 언제일지 모르나, 진짜 싸움이 남았다. 그런데 내가 그때 더 설명해 주지 못해 안타까웠던 것은 바로 그 다음 얘기다. 진화론이라는 번듯한 이론에 위와 같이 진화도(進化圖)까지 그렸으니, 이제 증거를 보여 줄 차례. 그래서 진화론자들이 제시한 것이 위의 4(원숭이)와 6(사람)을 연결해 준다는 5(직립보행영장류)의 잔해들. 다시 말해, 소위 “원숭이-인간” 또는 유인원(類人猿)들의 뼈다. 더 이상 살아 있지는 않지만, 그들이 바로 원숭이와 사람 사이의 빠진 고리(missing link), 또는 원숭이와 사람의 공통 조상(common ancestors)이라는 것이었다. 수고들은 많이 했는데, 당연히 전부 허위로 밝혀졌다. (워낙 널리 알려져,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들이 아직 진짜로 알고 있다.)


1. 필트다운 인(人) --- 처음에 원숭이-인간으로 발표됐으나, 원숭이 턱뼈와 사람 두개골을 붙여 조작한 것으로 나중에 밝혀짐.


2. 자바 인(人) --- 발견자가 원숭이-인간의 두개골이라고 최초 주장했으나, 후에 학자들은 단순한 인간의 두개골로 결론 내림.


3. 루시(Lucy) --- 최근까지 원숭이-인간의 대명사로 불릴 정도로 유명한 발견이었으나, 결국 학자들에 의해 원숭이로 밝혀짐.


4. 네안데르탈 인(人) --- 등이 심하게 굽었다는 이유로 유인원으로 추정됐으나, 비타민 D 결핍으로 꼽추병에 걸린 사람으로 후에 밝혀짐.


물고기가 원숭이, 원숭이가 사람 됐다는 말이 어떻게 믿어지는지 모르겠다. 진정 이를 믿는다면, 제사 많이 모시는 집은 박테리아/물고기/원숭이 영정에도 절을 해야 할 것이다. 사람들은 잘 모른다. 진화론자들 최대의 무기가 바로 “시간”임을. 몇 천만, 몇 억 년 운운하면 너무 까마득하여 사람들이 질려 버릴 때, 이것저것 막 내밀며 증거니 이론이니 한다. 아무도 본 자가 없으니, “시간만 충분히 길면 어떤 일도 가능하다”며 맘 놓고 떠드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도 못 봤어도, 한 번 박테리아는 영원히 박테리아, 한 번 원숭이는 영원히 원숭이, 한 번 사람은 영원히 사람이다. 종간(種間)에 섞이며 진화한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이론적으로 이것이 불가능함은 진화론자들도 잘 안다. 하지만 “대격변처럼 큰 진화가 한 번씩 일어났을 수밖에 없다”고 다짜고짜로 우긴다. 과학적 증거는 전혀 없고, “안 그랬으면 그 작은 박테리아로부터 어떻게 사람까지 왔겠느냐?”는 것이다. 끔찍이 “비과학적인” 논리지만, “창조(創造)”를 논외로 하자니 그 방법뿐이다. 나는 창조론 신자(信者) 이전에 철저한 진화론 불신자(不信者)다. 내 진짜 “뿌리”가 너무 궁금하여 코로나 시절 2~3년 깊이 공부해 본 바, 진화론은 요행히 “과학”의 이름을 업고 대세를 탔을 뿐, 다 “끼워 맞추기”다. 박테리아가 첫 생명이라는 믿음에 모든 것을 갖다 맞추는 일종의 “신앙”이다.


하하, 이쯤에서 사람들이 뭐라고 말할지 나는 너무 잘 안다.


“당신은 경제학을 공부한 사람, 소위 문과생(文科生) 아니오? 이 세상 수백, 수천 만 명의 이과생(理科生) 내지 과학자들이 다 입 다물고 있는데, 당신이 뭘 안다고 이렇게 떠드는 것이오? 조금이라도 틀린 데가 있었다면 요즘처럼 오픈된 세상, 진작에 고쳐지지 않았겠소?”


언뜻 맞는 말 같으나, 사실은 뭘 모르시는 말씀이다. 나 같은 사람 아니면 아무도 못 떠들 뿐 아니라, 또 진화론은 틀렸어도 결코 안 고쳐진다. 지금 소위 “과학”을 하는 사람들은 고생대, 중생대 하며 전부 진화론 교육을 받았다. 기원(起源)과학자든 일반 과학자든 다 똑같다. 따라서 진화론은 일종의 성역이요 “기븐(given)”이다. 전제로 주어졌지 논의의 대상이 아니다. 그러니 혹여 누가 진화론이 틀렸다 하면 그건 중대한 도전이다. 게다가 그 도전이 공룡을 포함한 것이면 더욱 용납이 안 된다. 큰 박물관마다 그 위용을 자랑하는 공룡화석들을 보라. 공룡은 진화의 “간판스타”다. 태동/진화/명멸의 유구한 자연사(自然史) 속에 6500만 년 전 홀연히 사라졌다고 믿어지매 더욱 신비롭고 인기가 많다. 이런 마당에, 가령 그 공룡 그림책을 본 어느 과학자가 “공룡은 오래 전에 멸종한 게 아니고 인간과 함께 살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쳐 보자. 어떤 일이 생길까? 진화론에서 공룡 부분을 부인함은 진화론 전체, 나아가 과학 자체를 상당 부분 부인하는 행위! 연구비도 끊기고, 교수직도 뺏기고, 다른 대학으로도 못 가고, 완전히 인생 망친다. 온 가족이 다 굶는다. 죽음보다는 “양심불량”이 낫지 않겠는가? 그러니 “침묵”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또 그렇게 다들 침묵하니 틀려도 안 고쳐지는 것이고, 하하, 딱 나 같은 “문과생”이 떠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미셸 쏠러(Michelle Thaller)라는 미국의 유명한 여성 천문학자가 있다. 1992년에 하버드대 천체물리학과를 졸업, 1998년에 박사학위를 받고 27년간의 나사(NASA) 근무를 작년에 마쳤다. 우주의 기원, 지구의 역사, 생명의 탄생 등을 다루는 히스토리 채널(History Channel)과 사이언스 채널(Science Channel) TV 프로그램들의 단골 출연자다. 당연히 빅뱅이론과 진화론을 믿는 “전형적인” 기원(起源)과학자다. 그녀가 얼마 전에 한번은 40분짜리 에피소드의 맨 끝 씬(scene)에서 이렇게 말했다.


“여태까지는 지구상의 물이 오랜 세월 동안 계속 조금씩 모여 왔다고 생각했다. 혜성/소행성에 실려 다니다가 그것들의 지구 충돌 때에 지구로 옮겨졌다고 여겼다. 그런데 그랬다고 믿기엔 지구에 물이 너무 많다는 판단을 우리 과학자들이 하게 됐다. 따라서 최근에는 원래부터 지구에 물이 있었다는 쪽으로 연구의 방향을 돌리고 있다. 과학이란 게 이런 거다. 그럴듯한 가설이 하나 나오면 저쪽으로 확 몰려 갔다가, 더 그럴듯한 가설이 등장하면 또 이쪽으로 확 몰렸다가…… 원래 다 이렇게 하는 거다.”


기원과학의 한계를 엿보게 하는 매우 희망적인 고백이다. 그리고 “원래부터”라 할 때 그 “원래”는 언제를 말하는지도 궁금하다. 성경에도 천지창조 첫날부터 물은 있었던 것으로 나오니, 하하, 과학자들이 드디어 성경을 보기 시작한 것인가? 물이 있는 곳에 생명이 있는데, 그 물이 언제 얼마나 있었는지, 어떻게 생겨났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애당초 무슨 배짱으로 “생명”을 논했을까? 그것도 36억 년 전이라고 버젓이 연대까지 붙여서 첫 “생명”인 박테리아의 자연발생 운운한 것이 진화론이니…… 위와 같이 “물”의 기원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면 “생명”의 기원에 대한 생각도 달라질까? 그래서 그 내용이며 증거며 연대며 모든 “진화론 영업(營業)"이, 하하, 확 “신장개업(新裝開業)”하는 날이 곧 오려나?


공룡이 함께 살았는지 6500만 년 전에 멸종했는지는 단순한 “연대(年代)” 문제가 아니다. 내게 그것은 내 자식들, 사위, 손녀손자의 미래와 운명이 달린 문제다. 어떻게든 그들을 진화론의 올무에서 빼내 주는 것이 최대의 과제요 유일하게 남은 숙제다. 그 뒤의 발걸음들은 저기 높으신 곳에서부터 자상한 인도하심이 있으리. 나는 기회 있을 때마다 이 공룡 그림책을 사서 나눈다. 출판사에서 직접 우편으로 가게도 한다. 이 땅에 사는 동안 최소 1만 권은 전하고 싶다. 누구든 진화론에 조금의 “의심”만 생겨도 만족이다. 작은 바늘 구멍 하나가 결국 댐을 무너뜨리는 법이니까. 학교 교실을 장악하고 인터넷을 도배한 진화론의 거대한 바위산 앞에, 이 그림책은 작은 조약돌 하나. 하지만 천하무적 골리앗을 눕힌 것도 다윗의 물맷돌. 곧 승리하는 날이 오리라.


하하, 나는 문과(文科)라서 너무 좋다. 이럴 때 아무 말이라도 다 할 수 있고, 설사 틀려도 “저놈이 뭘 몰라서 저러려니” 하고 말 테니까. 나는 교회 직분이 없어서 너무 감사하다. 일일이 높으신 분들 눈치 안 보고 소신껏 목소리 높일 수 있으니까. 나는 나이가 많아서도 너무 좋다. 지금 짤려도 매달 연금이 나와서 최소한 마누라 밥은 안 굶길 테니까. 하하, 범사에 감사하라 돼 있는데, 둘러보니 정말 다 감사 제목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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