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무제한 타면 지구가 살아날까

할인은 반갑다. 하지만 기후위기는 더 빠르다

by 김정선

김정선 (서울시 전문서기관)

*『높이 오르지 않아도 꿈꿀 수 있는 이유』(2025.1.出,, 북랩) 저자



“버스·지하철 요금이 내려간다고요" 정말 반가운 소식입니다.

하지만, 이건 단지 교통비 절약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매달 일정 금액을 내고 버스·지하철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정액제 교통카드, 게다가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의미’도 더해졌습니다.


이 글은 ‘기후동행카드’라는 이름이 진짜로 ‘기후’ 를 바꿀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합니다.


기후동행카드, 시민의 열띤 환영을 받다

요즘 서울시의 기후동행카드가 시민들로부터 매우 환영받는 정책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대중교통 이용객들에게는 요금을 많이 할인해 주는 효과가 있으니 너도 나도 구매를 할 수밖에…


게다가 기후재난 시대에 온실가스 감축을 통한 탄소중립에 기여할 수 있다는 명분을 십분 활용하였다.


서울시의 기후동행카드 외에 K-패스, 더 경기패스, 인천 I-패스 등 국토교통부와 경기·인천이 마련한 대중교통요금 할인제도가 경쟁적으로 출시되면서 상호 경쟁하고 있다.


요금할인 방식에 따라, 매월 일정 금액 충전으로 무제한 사용 가능한 정액제 방식과 매월 일정 횟수 이상 사용한 경우에 그 사용 금액의 일부를 할인해 주는 정률제(K-패스) 방식이 있다.


특히, 정액제 교통카드 발급 도입에 대해서는 아주 오래전부터 논의되었는데, 관건은 정책 시행에 따른 교통기관의 손실 발생분 보전에 필요한 공적재원 마련을 어떻게 담보할 것인가 였다.


게다가 시내버스 준공영제 시행으로 인한 버스업계 운송적자 발생과 이에 상응하는 막대한 규모의 재정 지원, 지하철 운영적자 규모 증가, 지하철 전동차 노후화에 따른 전동차 교체 비용 등을 이유로 그동안 추진되지 못했던 것인데, 최근 급격한 기후변화로 인한 기후재난 시대에 진입하면서 그 도입 명분을 확보할 수 있었고 드디어 시동을 걸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주요 이동 수단으로 하여 온실가스(탄소) 배출 감소에 기여한 다수의 시민에게 보상 차원에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의미도 있다. 교통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해진 만큼 그 절감된 비용을 다른 문화예술 활동이나 소비활동에 지출을 늘려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이라는 주장도 인정할 만하다.


대중교통을 넘어 도시구조를 바꿔야 한다

관건은 승용차 이용자들의 대중교통수단으로 전환일 텐데, 그리 쉽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승용차 이용에서 대중교통으로 전환하는 시민들은 존재하겠지만 대중교통요금 할인만으로는 그렇게 많아지지는 않을 것 같다.

지난 코로나19 시국에 승용차 수단분담율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아무래도 대인 접촉을 기피하다 보니 다수가 좁은 공간을 공유해야 하는 버스나 지하철을 벗어나서 승용차와 자전거 등 PM(개인이동장치)으로 일부가 이전되는 경향을 보였던 것이다.


어차피 버스나 지하철, 따릉이를 탈 수밖에 없는 시민들에게 교통비를 아낄 수 있게 해주는 ‘교통복지’적 측면에서는 큰 의미가 있다.


그러나 기후동행카드 이름에 어울리는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매년 수 백억 원의 재정투자 규모를 초과하는 온실가스(탄소) 감축 효과가 나타나야 할 것이다.


앞으로 GTX노선이 확충되면 수도권의 승용차 수단분담율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요금할인 정책이 GTX에 까지 적용된다면 요금할인분을 보전해야 하는 공공부문의 재정투자 규모가 상상외로 큰 규모가 될 것이다. 수도권 전 지역이 위와 같은 대중교통요금제가 통용된다면 추가되는 비용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전할 것인지? 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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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경우 매년 버스, 지하철 운영 적자가 눈덩이처럼 쌓여가고 있는 상황에서 막대한 재정이 투자되는 기후동행카드 사업이 장기적으로 그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재원확보가 관건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서울은 지하철 노후전동차 교체에 따른 비용과 지하철 운영에 따른 운송적자 증가를 이유로 중앙정부에 지속적으로 국비 지원을 요구해 왔었는데, 이제는 지원요청 명분이 상당히 감소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수익자부담 원칙에 입각한 대중교통 요금 인상도 예전보다는 더 어려워질 것 같다.


기후재난 시대 승용차 구매 욕구를 떨어뜨리기 위해 보다 더 과감한 규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인센티브와 디센티브를 함께 시행해야 한다. 승용차 유지비용이 부담으로 느껴질 정도로 커져서 승용차 구매 욕구를 떨어뜨려야 한다. 단순히 대중교통 요금 인하와 같은 효과를 내는 인센티브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고가의 자동차를 10년 주기로 재구매한다고 가정하면 연간 4백에서 5백만 원 정도 감가상각이 되는 상황에서 절감되는 대중교통비 때문에 자동차를 집에 고이 모셔두고 대중교통으로 갈아탄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정기적으로 납부하는 고액의 자동차세와 자동차보험료를 생각한다면 더 강한 인센티브와 디센티브가 함께 제공되어야 만이 자동차 이용률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다.


왜 여전히 승용차를 몰까?

자율주행시대를 맞이하면서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생활·문화 공간으로까지 인식될 것이다.


보다 근본적인 대책은 자동차를 구매하지 않아도 될 만큼 편리(저렴)하고 안전한 대중교통시스템이 마련되고, 장거리 이동 시에는 자동차를 쉽고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자동차 공유 사용’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자동차를 한번 구매한 이후에는 위와 같은 이유로 대중교통수단으로 갈아타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와 더불어 자동차 유지·관리에 드는 비용이 더 비싸져야 한다.


엄두가 나지 않아 자동차 구매를 주저하게 되고 구매한 경우에도 평상시에는 주거지 내 주차장에 고이 모셔두고 주말이나 유사시에만 최소한 이용하게끔 해야 한다.


일본이나 중국의 대도시에서는 자동차를 구매하는 것을 어렵게하는 조치를 일찌감치 시행하고 있다.


도쿄에서는 차고지 증명제를 시행하고 있는데, 자동차를 구매하려면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을 주거지 내에 확보해야 한다. 아파트의 경우 승용차 대당 월 주차요금으로 20∼30만 원을 부담해야 한다고 한다.


북경에서는 운행 가능한 자동차 총량을 정해놓고 그 이상으로 자동차가 늘어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그래서 시민이 자동차를 구매하기 위해서는 먼저 정원(T/O)을 확보해야만 가능하다고 한다. 티오(T/O) 확보에 많은 비용이 드는 게 사실이다.


영국 런던의 경우에는 런던시 외곽에서 런던 도심으로 들어오는 거의 모든 차량에 대해 최고 2만 원 상당의 혼잡통행로를 부과하고 있다.


최근, 언론보도 등에 의하면 미국 뉴욕시에서도 올해(2025년) 1월부터 맨해튼 도심부로 진입하는 승용차에 혼잡통행료를 최고 9달러(약 1만 3천 원) 부과하기로 하였다고 한다.


반면 한국은 위와 같은 규제장치 없이 누구나 쉽게 자동차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자동차세나 보험료 등 필수 비용 이외에 다른 국가들에서 부과하는 유지관리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예전에는 불법주차 단속을 강화하여 도심으로의 자동차 통행량을 감소시키고자 하였는데, 지금은 그 의미가 많이 퇴색되어 서울시나 자치구에서는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주차단속 시 차주가 부담하는 건당 과태료 부과액 3만 2천 원∼4만 원이 어찌 보면 승용차를 운행하는데 소요되는 유지비용이 아닐까 싶다.


기후동행카드의 ‘진짜 성과’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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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됐든 서울의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20%를 점유하고있는 수송 부문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해서는 내연기관차, 전기차 구분할 것 없이 시민들의 승용차에 대한 구매 욕구를 떨어뜨려야 하고, 이왕 구매한 경우에는 운행거리를 최대한 감축하게 하는 교통수요관리대책이 강구되어 시행되어야 한다.


참고로, 전기차도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다는 것을 아시나요?

한국은 전력생산 총량의 60% 이상(‘23년)을 화석연료를 사용하여 발전하고 있어, 전기차 운행시에도 여전히 탄소를 배출하고 있다. 일반 내연기관 차량의 50% 수준의 탄소를 배출한다고 한다.

*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 : 전기차 0.99톤, 내연기관차 1.96톤


현재 서울의 교통수요관리대책은 규제 완화 차원에서 이전보다 낮은 수준으로 시행되고 있다. 과거 확실한 차량운행 감축효과를 거두었던 불법주차 단속 정책은 후퇴하고 있다.


그 위상이 많이 낮아졌는데, 추진부서가 원래는 도시교통실 소속 정규부서(교통지도과)였던 것이, 지난 해(‘24.7.)에는 추진반(교통지도반)으로 지위가 강등되었다. 자동차 자율주행 시대가 본격화되면 자동차 출고 시에 불법주차가 시스템상 불가능하게 프로그램화될 것이기에, 서울시가 미래 상황을 고려하여 선제적으로 담당 조직을 축소하였다고 하면 적극행정의 한 방편이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할 수도 있겠지만….

혼잡통행료 징수 정책 후퇴(축소), 흔들리고 있는 대중교통전용지구 정책 등등을 보면 대중교통 활성화를 위해 더 강하게 시행하지는 못하더라도 현상유지는 해야 하는데, 오히려 축소하여 시행하고 있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기후동행카드와 같은 대중교통요금할인 정책 하나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다른 수단들도 함께 병용해야 기후재난 시대에 교통 부문의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할 것이다.


교통 정책과 복지 정책은 상당 부분 궤를 같이하고 있다.

수도권거주 노인들은 전철을 무료로 타고 수도권 지역을 자유롭게 다닐 수 있다. 전철은 노인들의 해방구다. 전철은 승객이 많으나 적으나 정해진 경로를 따라 운행한다.


초고령화 추세에 따라 수도권 전철에 대한 급증하는 노인의 무임승차가 결국은 서울지하철 운영기관의 운송수익 적자로 연결되는 것이 문제긴 하지만, 보편적 복지 차원에서 국가적으로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 할 수 있다. 다만, 혼잡한 출퇴근시간대만 노인들이 전철 이용을 자제하거나 약간의 요금을 부담하게 하는 것은 필요하겠지만, 그 외 시간대에 노인들이 자유롭게 전철을 타고 수도권 어디든 이동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노인 건강에 도움을 주어 국가적으로 재정 지출 절감 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기후동행카드 등 다양한 대중교통요금 할인제 시행과 함께 노인들의 전철무임승차 문제는 더 이상 공론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마무리 : 요금 인하에서 도시 대전환까지

기후동행카드는 요금 인하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어야 합니다. 정책의 진정한 성공은 시민의 이동행태를 바꾸고, 그로 인해 도시의 환경과 구조가 달라졌을 때 비로소 평가받을 수 있습니다. 지금 이 정책은 출발선에 섰습니다.


지속가능한 재정, 강력한 디센티브, 실증 데이터 기반의 정책평가, 그리고 용기 있는 제도 설계만이 이 정책의 미래를 지켜줄 것입니다.


특히, 서울시 교통수단 분담률 통계를 보면, 코로나19 직후인 2020년에 승용차 분담률이 28.0%로 급증한 이후 점차 하락하고 있으나, 여전히 팬데믹 이전 수준(2019년: 23.6%)에는 도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시민들이 대중교통을 회피하는 사회심리적 요인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음을 보여줍니다.

따라서 기후동행카드의 실질적 성과는 단지 발급 수나 만족도 조사로만 평가할 것이 아니라, 승용차 이용자의 전환율, 온실가스 감축량, 교통수단 분담률 회복 추이 등 구체적 지표로 검증되어야 합니다.


교통복지는 포용적 사회의 기반이지만, 그것이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시대정신과 연결될 때에야 진정한 정책의 지속 가능성이 확보될 수 있습니다.


요금인하에 머무르지 않는 정책적 상상력, 대중교통과 보행 중심 도시로의 전환 의지, 그리고 차량 의존 구조를 줄이기 위한 장기 전략이 지금 절실히 요구되고 있습니다.



.*이 글은 글쓴이의 저서 『높이 오르지 않아도 꿈꿀 수 있는 이유』 의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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