땰의 나이 5세때
나는 남편의 새차를 산 기념으로 아주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했다.
그것은 남편의 차 뒷좌석에 숨어 퇴근시간에 까꿍을 해주는것이었다.
물론 그남자가 나의 까꿍은 절대 원하지는 않을것이다.
나보다 딸의 까꿍을 원했겠지만 덤으로 덤으로 가는것이라 나의 까꿍도 남편의 이해심을 가지고 타이트하게 한번은 쭉 땡겨 볼만은 했다.
그래서 나와 딸은 남편의 직장근처에서 감시하듯 배회했고, 먹을거 다먹고 쇼핑할 것 다하고 남편의 차안에서 지친다리를 풀고 있었다.
지금 20년전의 이야기를 하는것이지만,그당시 아들은 어디에 있었는지 전혀 기억이 안난다.
환장하겄네!
어느덧 5시 55분 ...
6시 10분 ...
"아니 이 인간은 왜 안나오지?"
6시20분이 되니 이제야 회사의 문앞에 모습을 들어내었다.
밖이 컴컴해도 참 짧은 숏다리에 작은 나의 눈에도 확연이 잘 띈 남편은 서서히 우리에게 다가왔다.
겨울이라 차 안은 깜깜했고 난 운전석의자 뒤에 딸은 조수석의 의자뒤에 바싹 붙어 앉아 있으니 남편은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하는듯 했다.
딸과 나는 손가락하나는 입으로 붙혀'쉿'이라는 모습을하고 숨어 있었다.
딸은 즐겼다.
평소 차분하고 얌전한 딸이었지만,그날 만큼은 개구진 오빠만큼이나 장난스러웠다.
참고로 아들은 이세상 둘도없는 장난에 정말 말썽꾸러기이다.
서플라이즈가 뭔지도 모르는 딸은 그냥 아빠를 놀래켜준다는 것만으로도 신이나있었고, 그 따라하는 똘기는 충분히 나의 장난기를 닮은듯했다.
이윽고 남편은 운전석에 앉았다.
(자 남편아 출발하자.운전을 하다 신호등앞에 멈추어 서면 까꿍을 들려줄마음이었다..출발,출발...)
이라고 속으로 외쳤지만 차는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드디어 시동을 걸었다.
남편은 약간의 시간이 흐른뒤 시동을 걸었지만 쉽사리 이동하지않았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했다.
(아 안되는데 ...아이고 다리 저려)
남편은 운전석에서 머리를 내밀고 '미스땡'을 불렀다.
"미스 땡! 이차 타...이앞까지 내려가서 세워 줄께"
"아니 ...괜찮아요"
"춥다. 그냥 타라!"
"아! 괜찮은데 실장님"
미스땡은 남편의 강요에 차 문을 잡았고 나는 이 장면의 뒤는 분명 남녀간의 더군다나 남편의 일방적인 여직원에 대한 대쉬가 있을까 그리고 의심스러운 말이 오갈까 듣는것이 괜히 두려웠다.
나는 더 이상 모른척 있을 수 없었다.
"괜찮다잖어 왜 자꾸 타라고 하는데?"
나는 내 남편이 바람피우려는 속물 남편이 된것같아 집요하게 타라는 말에 화가 났다.
"아이고 뭐꼬? ...아이고 놀래라 뭐하는데 여어서"
미스땡도 놀라 얼른 인사를 하고 사라졌다.
딸은 내가 먼저 아빠에게 말을하니 그제서야 미리 준비한 '까꿍'을 한다.
"아저씨야 왜 안타겠다는 여자 자꾸 타라고하냐?"
"응?"
냠편은 빨리 대댭을 못했고,그 얼버무리는 대답에 나는 화가 나기 시작했다.
이 인간은 변명도 안하는것이 더 기분이 찝찝했다
그날은 기분이 좋치도 않았지만 아무런 변명을 하지않는 남편에 슬슬 배신감이 들기 시작했다.
서로 말을하지않은 밤이 지나고 남편은 정시에 출근을 하고 정시에 퇴근을 했다.
그리고 퇴근 한 저녁 나에게 2G폰의 사진을 앞에서 보여주었다.
그것은 다리에 깁스를 한 여인의 다리였고 그 다리의 주인은 미스땡이었다.
"뭐 말로하면 변명같고 미리 찍어왔다 됐제?"
난 남편이 바람을 피우려고 젊은 아가씨를 꼬시려한 현장으로 오해를 하였지만 나에게만 보여주었던 다정함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다그렇게 마찬가지인것이 웬지 낯설고 속상했다.
모든이에 친절하고 다정하면 좋을것 같았지만 싫었다.
괜히 그냥 싫었다.
내거 아닌 내것같은 남자가 되어버린것이 내 남편이 아닌것같았다.
하지만
20년이 흐른 지금 남편은 자동차에 관여된 일을 하고는 많이 거칠어졌다.
간혹 전화를 할때면 쌍욕이 튀어 나올때도 있었다.
"왜 그렇게 말을 험하게해 사람들 오해하겠다"
"아이고.. 오해 안한다."
"욕하지말고 말해 상대방 상처 받을라"
"이사람아 사람이 사는데는 말의 톤도 중요하더라"
"경상도는 톤을 안높혀도 누가 들으면 싸우는줄 아는데 거기다 쌍욕까지 붙으면 싸우자는줄 안다.조심해라 쫌!"
처음 자동차 일을 시작하고,유난히 흰얼굴에 남자치고는 작은체구에 그쪽의 사람들은 남편을 '샌님'이라고 불렀다.
속상해도 참고 일하려니, 원래 성격은 전형적인 경상도 상남자인데 다정하게 말했다가는 한쪽으로 치일것같아,원래의 성격대로,자라온 동네에서 사용하던 말을 하기로 마음먹었다나 뭐라나...
다정하고 부드럽게 말하던 남편은 상남자들 사이에서는 또 다른 전형적인 상남자가 되어있었지만,여전히 아들과 딸에게는 '야'라는 말을 한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난후 시크릿자동차 까꿍은 여러번 더있었다.
한동안 아이들이 중학교를 들어가기전까지,남편은 미리 뒷좌석을 한번 먼저 훑어 본 후에 차 시동을 걸었다.
지금은 나이50중반이 되어 다리가 저려 차 까꿍은 하지않는다.
하지만 집 책상밑이나 세탁실등 여러곳에 숨어 한번씩 까꿍은 해준다.
남편왈
"나이가 도대체 몇살이고?"고 한다.
줌요한것은 남편도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까꿍한다.
숨지않고 당당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