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by 김세

살고 있는 빌라에는 총 11가구가 산다.

이곳의 11가구 중 나의 집 바로 위인 302호에만 경상도의 친근하기도, 욕 같기도 한 별난 가시나가 둘 산다.

나이는 세 살과 네 살...

요즘 같은 코로나의 여파로 어린이집을 가지 않는 날이 많아지면서 그 별난 가시네둘의 울음과 웃음과 뛰어다니는 소리와 무언가 찍어대는 작업 소리? 또 그 어미,아비가 따라다니며 고함치는 목소리와 발망치로 하루 종일 그집은 시끄럽다.

거기에다 지은 지 오래된 빌라인지라 윗집 남자의 변기로 떨어지는 희한한 물소리에 염불을 틀어놓고 마음을 정제해보려 여러 시간을 듣지만 이미 나의 속칭 과부하 된 대가리에서는 올라가라, 바로 위 3층으로 올라가서 한바탕 큰소리로 야단을 쳐 분노에 찬 마음을 가라 앉히라 유혹을 한다.

"조용해지겠지 이제는..."

"이제는 자겠지...."

그러기를 14시간,욕하고 싶은 마음을 절구 방망이로 꾹꾹 다지며 밤 10시를 넘겼다.

하지만 별난 그 가시네 둘은 10시가 넘어도 끓어오르는 열기를 아직도 식히지 못했는지 여전히 고함소리와 뛰어다니기를 계속했다.

이제 나 김세의 인내심은 뻑뻑 소리 나는 바닥을 드러내고 마침내 산발한 머리로 중문을 나서 현관문을 열고, 슬리퍼를 신고 아무 상관없는 나의 현관문을 아프게 쾅 닫고 3층으로 씩씩되며 올라갔다.

눌렀다.

3층 남자가 현관문을 열기 전 중얼대는 소리가 들린다.

"아이씨..."

아이씨는 아래층이 올라와 귀찮지만 그 별난 두 가시네가 떠들어 내가 문밖에 버티고 있는 이유를 알고 있다는 뜻으로 들렸다.

진정 난 절구 방망이로 때려 열고 싶었던 문이 서서히 열리고 남자의 얼굴을 보니 이미 귀찮은 그래서 얼른 이 상황을 끝내고 싶은 얼굴이 역력했다.

"죄송해요... 죄송하다고요"

"전혀 죄송한 얼굴은 아닌데요?"

"애들이 좀 신이 나서 그래요"

그렇게 말하고는 문을 닫아버린다.

나는 닫혀버린 문 앞에서 큰소리로 고함을 쳤다.

"몇 달 동안 봐주지 않았냐고, 남도 좀 생각하면서 살아되지 않냐고, 어떻게 하루 종일 밤이 되도록 뛰어다니냐?"

소에 경읽기였다.

302호의 내외는 좀 많이 이기적이었다.

이사를 온 이후 잦은 부부싸움에 경찰도 여러번 왔었고, 한날은 여자가 자살을 하려 했는지 앰블란서에 경찰차까지 빌라 앞에 장사진을 이룬 적도 있었다.

더 이상한 것은 302호 여자의 말버릇이다.

이 빌라 모두의 나이를 불문하고 모두에게 반말에 욕을 한다.

4년 전 막 이사를 와 집을 꾸미는지 남자는 늦게 퇴근을 하고 와 11시가 넘어 가구를 끌고 다니기 시작했다.

남편이 올라갔다.

"죄송합니다. 제가 퇴근을 너무 늦게 해서 이 시간 말고는 할 시간이 없어서요"

그래서 이해는 했다.

그리고 또 한 3일 후면 또 늦은 시간까지 무엇인가를 끌고 다닌다.

신혼부부의 가구 배치가 영 맘에 안 드는지 그들은 그렇게 여러번을 옮기는것을 보면 금방 가구의 아귀가 맞지 않아 뒤트릴 정도였고, 날이 새는지도 모르고 참 열심히도 끌고 다넜다.

그리고 결혼후 정식 신혼생활을 시작한 부부는 그날부터 기싸움을 하기시작했다.

나는 신혼의 기싸움 이리라 생각하고 평소 가진 미친 오지랖으로 전날 부부 싸움한 3층 여자를 위로하겠다고, 또 그나마 살고있는 빌라에서 제일 젊은 여자라 친하게 지내기 위해 인사차 올라갔다.

"띵똥!"

"누구세요?"

"202호인데요"

문이 열리고 여자는 낯선 나를 경계하듯 쳐다본다.

"이사하셨어요?"

"그런데요... 뭐 어쩌라고요?"

말이 싹수없었다.

"아 그냥 인사라도.."

"그래서 뭐 어쩌라고"

아! 이년은 인간성이 말종이다라는 생각에 쪽팔리지만 조용히 아무런 말도 않고 그냥 내려왔다.

그 처음의 네 가지 없는 만남으로 2층과 3층의 안면 트기, 이웃의 정, 그리고 편한 인간관계는 끝이 나버렸다.

그리고 뭐 이런저런 잦은 부딪침으로 302호는 빌라 안에서는 다른 집과도 싸우게 되고 , 20대 후반 네 가지 없는 여인은 그렇게 고립이 되어가고 아무도, 누구도 그 부부 내외와 친하게 지내는 사람은 없었다.

마지막으로 결정적인 것은 3층의 싱크대에서 2층 나의 집으로 하루 종일 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이야기를 해도 들은척 만척 결론은 그냥 안면몰수에 무심이었다.

잠시 외출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주차장에서 건방지고 네 가지가 없는 여자와 정면으로 마주쳤다.

이때가 아니면 얼굴을 쳐다보고 말을 할 수가 없어 올라가려던 여자를 멈추어 세웠다.

왜냐 3층에 일이 있어 올라가면 없는 척 문을 절대 열지 않기에 지금 그 순간이 면상에 대고 욕을 날릴 수 있는 마지막 순간이 될것같아 나는 잔인한 욕살을 저주와 함께 담아 선빵을 날렸다.

"야.."

"왜 반말이야?"

"너는 아무에게나 반말하는데 듣는 반말을 영 기분이 안 좋은가 보다?"

"...."

(오우 김세 잘했어)

난 속으로 선빵 날린 나를 칭찬했다.

"니 남편한테 싱크대 물이 새서 아래층 우리 집으로 흘러내렸다는 말 못 들었어?"

"그걸 왜 나한테 말해 나는 몰라?"

그리고는 돈 이야기를 할까 휙 하고 올라가버린다.

열이 쏟구쳐 고함을 지르지 않고는 오늘 저녁밥을 못할 것 같았다.

"인간이 참 싹수없네. 몸이 불편해서 열등감에 쩔은 것인지 성격 참 이상하네. 여자야 몸에 장애가 있으면 맘이라도 좀 곱게 쓰던지 몸도 마음도 다 장애인이네 넌"

올라가려던 여자는 한쪽 다리의 불편함으로 계단 난간을 잡은 손을 놓더니 나를 돌아봤다.

"말 다했어?"

"아니... 더 해주고 싶은데 니깐년의 인성에 내 말이 살아가는데 도움이 될까 더 안 하려고... 나는 내가 너무 아깝거든"

나는 살아오면서 장애인? 몸이 불편하신 분들을 이상하게 보지 말라고 애들에게 말했고, 특수학교에 근무 중인 친구 딸을 어리지만 존경하고 있었다.

내 입에서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한 난 그 302호 여자와 남자를 앞으로 내 삶에 도움을 주고 싶지도 내가 어려워도 도움을 요청하지 않을 제0순위로 올려놓기로 했다.

그리고 그 0순위를 내 인생에서 완전히 지워 버리기로 했다.

하지만, 난 도움을 청하고 말았다. 3일 전 조용히 해달라고 부탁했다.

너무나 시끄러워 그 소음들을 듣지 않으려 티브이 소리는 점점 더 커지고 그래서 전기요금이 많이 나올까 어쩔 수 없이 부탁하고 말았다.

사람 좀 살자고, 같이 잘 살아보자고...

부탁반 화병반으로 고함을 치고 내려오니, 기분이 좋지도 나쁘지도 않고 그냥 이곳에서 빨리 이사를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층간소음으로 살인까지 한다는 뉴스를 종종 본다.

댓글에는 살인은 아니다, 애들을 다 키워봤으니 이해해주라는 식으로 쓴 사람도 있다.

이해는 얼굴을 보고, 웃는 얼굴로 미안해하고, 그리고 욕 없이 인성의 바닥이 보이지 않을 때, 양보하고,이해하고, 웃는 것이지, 무조건 아랫집이라 나이 많다고, 애를 키워봐서 이해하라는 말은 전혀 아니다.

대전에 사는 302호의 그 사람들은 장애인이다.

몸이 불편하신 분이 아닌, 하나에서 열까지 갖고 있는 평범한 인생 모든 것이 네가지없는 장애,그래서 장애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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