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는 15년된 러시안블루 숫놈 한마리가 있다.
워낙 조용하고 순한종이라 특별히 말썽을 부리거나,심술을 부리는것없이 사료만 주면 조용하다.
간혹 본능적인 그날이오면 창문에 올라가던지 베란다 문에 서서 고함몇번치고 내려온다.
지금은 빌라2층에 살아 들고 나오고는 하지 못하지만 6년전 주택에 살때는 수시로 들락날락했었다.
늘 저녁이되거나 배가고프면 들어오던놈이 보름간 집에 돌아오지않는 날이 있었다.
너무 멀리가서 집을 잃어버렸거니 생각하고 다시 돌아오지 않을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보름후 돌아온 놈은 오른쪽 눈위에는 세개의 담배불로 지져 상처가 있었고 도망을 못가게 오른쪽 다리 맨위를 묶어놓았는지 털이빠져 붉은 상처가 있었고,그리고 다리를 심하게 쩔뚝거렸다.
아무나 따라다니던 보리는 그때부터 사람을 경계했고 한동안 집밖을 나가지않았다.
그리고 그때이후로 남편과 비슷한 남자에게 해코지를 당한것인지 남편을 대하는것이 틀려졌다.
옥상위에 앉아있어 팔을 뻗으면 남편의 손을 물었고,비가올것같아 창문을 닫으려 내려오라는 시늉을하거나 강제로 창문을 닫으려면 그때도 손을 물어버린다.
여러번 병원가 주사도 맞았다.
아직도 오른손아귀에는 그때 물린 흔적이 보인다.
어느날은 일본에서 난 한달을 보낸적이 있었다.
출국할때는 남편과 나갔지만 남편은 회사일때문에 5일만 체류하고 한국으로 돌아갔다.
고양이가 5일동안 사료와 물을 충분히 먹게 많은 양을 떠놓고 미리 모래도 충분히 불편없이 쓰도록 많이 부어두고 일본으로 나왔다.
고양이 저도 사료도 눅눅해지고 물은 안싱싱해서 기분은 나쁘겄지만 워쪄 그래도 조금이라도 참아주지 남편이 도착하여 중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발 뒷꿈치를 물어버렸다.
남편도 이쯤대면 고양이가 무서워진다는 말을 했다.
"저새끼는 내가 서열상 지 아래인가 왜 나만 물고 난리야"
나에게 서열1위는 남편이었지만 고양이 보리에게는 남편이 가장 서열이 낮은 사람으로 여기는것같았다.
평소에도 자주 그런다면 몰라도 평소에는 남편의 손이 보이면 다가가 머리도 비비적거리고 앞발을 남편의 허벅지 올려놓고 그윽한 눈으로 남편과 눈을 맞출때도있다.
그런 모습을 보면 서열이 낮은것같지는 않은데...
아마도 보리는 언젠가 보름동안의 시달림에 남편이 강제로 잡으려한 모습에 그 남자를 떠올리는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카톡에 남편의 회한의 시를 보낸적이 있었다
"살으리 살으리 고양이를 없는 세상에 살으리랏다.
똥냄새 찌린내없는 상쾌한 집에서 살으리랏다.
너 안나가면 갈곳없는 나는 어디가서 살란말이야.
이제는 너도 늙었으니 어여어여 저세상 가거라""
이것도 시라고 나에게 평소 큰일아니면 보내지않던 남편의 카톡을보니 정말 고양이 보리와는 맞지않는듯했다.
내가 집에없는 날 고양이 화장실을 치우면 사람 화장실에서는 욕을 얼마나해대는지,내가 그 모습을 지켜보지않아도 뻔했다.
그 모습을 또 고양이는 열어 놓은 화장실 문앞에서 물끄러미보며 아주 기쁨과 만족의 쾌재를 부른다나뭐라나...
아무튼 많이 늙은 고양이 죽을때도 다 되었는데 끝까지 돌봐주고 이제 동물은 키우지말자라고 했지만 남편은 사료를 먹는 고양이를 보며
"저 새끼 먹는것보면 아직10년은 더 살거야.한번 봐봐라.사료를 얼마나 잘 먹는지..."
우리집 고양이 보리는 식욕이 얼마나 좋은지 남편을 처다보며 먹는 사료가 꼭 남편을 씹어주는것 같아 서열은 정해진것같다.
이제는 보리도 늙어 갑작스럽게 잡는 남편을 물지는 않으나,웬만하면 창문에서 내려오라고하는 말은 내가하니 물리지도않고 남편의 엄살도 상처도 없어 집안은 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