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은 간을 볼 필요가 없다

by 김세

남편은 식성이 아주 좋다.

그리고 자신은 식복이 있어 어디가서든 누군가 자기에게 먹을 것을 잘 사준다고 했다.

내가 봐도 그렇게는 보였다.

하지만 자기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은 생각 안 하는지 신용카드의 청구서는 늘 남의 이야기이고 어떤 날의 아침에 가져가는 신용카드는 아 오늘이 그날이구나 싶을 정도로 단번에 쭉 결제를 하고 온다.

뭐 글이 삼천포로 빠져버렸네

술을 먹고 오는 날에는 평소도 아침은 역시 국이었지만 술을 먹은 아침의 국은 아주 중요하게 여기는 남자였다.

그래서 국을 끓인다.

하지만 국, 국 하면서도 막상 국을 대하는 자세는 국을 천대한다.

내가 끓인 국은 꼭 식탁 위에 놓여지면 맛이 변한다.

분명히 딱 맞아떨어진 국의 간은 국그릇에 담아 식탁 위에 놓이면 싱겁던지 짜던지 마늘이 안 들어간 무슨 밍밍한 맛이 되어있었다.

"여보 국이 싱겁지?"

"..."

남편은 나의 싱겁지라고 물어본 것에 앞에 있던 김치를 숟가락을 퍼 국에다 투입을 한다.

그리고는 막 간아 맞아떨어져라라고 주문을 외운다음 적당히 색깔도 어중간해지고 아 이 정도면 개밥이 될 정도다라고 생각하면 밥을 말아 숨도 쉬지 않고 딱 3분정에 모두 클리어 해버린다.

딸은 옆에서 이렇게 말한다.

"엄마 내 옆에서 뭐가 지나갔는데 뭔지를 모르겠어"

남편은 식탁에서 잠깐 스쳐가는 바람이었고 우리 가족은 아빠라는 사람과 식탁 위에서 차분한 대화를 해본 적이 손을 꼽을 정도였다.

"여보 국이 짜지?"

"......"

남편은 나에게 정수기에 뜨거운 물을 좀 달라고 하던지 아니면 자기가 벌떡 일어나 뜨거운 물을 받아와 국에다 벌컥 부어버리고는 식탁 위의 김치를 넣어 다시 개밥을 만든다.

아 나는 남편과는 차분하고 우아하고 단정하고 조용하게 먹는다는 것은 내 인생에는 없다는 것을 30년이 다되어도 포기가 되지 않는데 남편은 정말 변하지 않고 늘 일관성 있는 삶을 살고 있다.

남편 왈"국은 싱거우면 김치를 많이 넣고 짜면 물을 더 넣어 김치를 넣고 그렇게 먹으면 돼"

아... 남편아

남편은 주위 사람들에게 잘생겼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하지만 참 식성은.....

어떨 때는 개밥으로 만들어 버리는 남편이 미워 김치를 없애버리고 주지 않을 때도 있다.

그렇치만 남편은 김치를 대신할 무언가를 또 찾는다

어유 환장하네

식탁 위에 있는 모든 음식은 클리어라는 신념으로 사는 사람이라 남편에게는 국조차 간을 볼 필요가 없는 것이라 했다.

음식에 진심인 남편은 식성과 식복은 정말 타고난 남자였고 살다 보니 정말 편한 사람이었다.

요즘은 과일을 먹기 시작했다.

과일은 장모님과 여자들만 먹는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이었는데 아프고 난 이후에는 과일도 먹어 보기 시작했다.

식성이 좋은 남편을 만나 행복하고 걱정 없는 삶을 살고 있지만 제발 개밥은 너무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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