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지원 Dec 23. 2024

통상임금 고정성과 명절상여금

보상 18 _ 통상임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조건부 상여금

그동안 미뤄왔던 대법원의 통상임금 전원합의체 판결이 드디어 나오게 되었다.

많은 기업들이 고정성 요건에 대해서 기존 판례를 신뢰하여 각종 제도들을 유지하고 있었으며,

(앞의 글, 보상16_명절상여금의 통상임금 여부. 참고)

노동조합이나 구성원들의 지속적인 요구에도 판례 변경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특정 기업이 단독으로 판례와 다른 제도를 운영하기에는 무리가 있었기에, (고정성 요건을 유지하는 것에 다소 논리적으로 부족한 측면이 있어도) 대부분의 회사들은 버티었을 것이다.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명확하게 기재하였고, 그 이후에도 수많은 하급심들이 이를 따라왔는데, (그동안 법원 내부적으로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갑작스럽게 변경하는 것이 (그것도 판결문에 상당 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많은 페이지의 판결문을 통해서 자세하게) 많이 당황스러운 상황이다.


고정성 요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변경되었다.

*고정성 : (간단하게 표현하면) 지급조건이 명확하게 예측이 가능하다는 의미.

통상임금이 반영되어 어떤 금전 (주로 연장 야간 휴일근로수당, 연차휴가수당, 이들 수당이 반영된 퇴직금)이 계산되어야 할 때, 추가적인 조건과 관계없이 당연히 지급될 것으로 이미 확정되어 있는 금전인지 여부

따라서, 이미 결정된 지급 기준이 정해져 있는 소정근로의 대가이면 부가적인 지급 조건이 있어도 그 지급조건 충족과는 별개로 고정성은 인정되는 것으로 인정되었다.


*법원의 판단 기준 (판례 요약)

1) 법령 부합 : 근로기준법 제6조 1항의 정의 규정에 고정성에 대한 법령상 근거가 없음. 

2) 강행성 : 당사자가 재직조건 등과 같은 지급 조건을 부가하여 쉽게 그 임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할 수 있는데 이는 법령상 통상임금의 강행성이 문제를 줌.

3) 소정근로 가치 반영성 : 통상임금은 소정근로의 가치를 평가한 개념인데 실근로 개념이 조건으로 부가되는 것은 맞지 않음.

4) 사전적 산정 가능성 : 통상임금은 법정수당 산정을 위한 도구개념이므로 연장 근로 등을 제공하기 전에 이미 산정되어 있어야 함. 임금의 지급 여부나 지급액의 확정 여부에 따라 통상임금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문제임.

5) 정책 부합성 : 통상임금의 범위를 축소하여 오히려 연장근로가 증가할 수 있음. 법은 연장근로수당을 높게 지급하여 연장근로를 억제하고 만약 하게 되면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하게 하려는 것이 법취지임.


즉, 고정성 요건은 폐기되었고, 소정근로의 대가성만 남았다.

이제는 통상임금 요건은 1) 정기성, 2) 일률성, 3) 소정근로의 대가성으로 재편되었다.




그럼, 이번 판결로 인해서 회사들이 고민해야 하는 추가적인 문제들은 무엇이 있을까?

(회사별로 많은 문제들이 있고, 향후에도 많은 논의들이 있겠지만, 대표적인 것들만 한번 추려보기로 한다.)


1. 제도 개선 필요

법원 판결 이후에도 재직자 조건 등이 붙은 상여금 등을 향후에도 통상임금에서 제외할 경우, (판결일 이후의 발생분부터는) 임금 미지급으로 인한 형사책임의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본 판결일 12/19 이후부터의 연장근로 등 발생 시 통상임금을 변경 산정하여 반영해 주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변경 반영하기 위한 규정 개정 및 내부 시스템 변경 등의 물리적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예를 들자면 최소의 검토기간 및 시스템 개발 기간 동안에는 기존 통상임금으로 지급하다가 2~3개월 후부터 소급분으로 일괄 반영해서 지급처리하는 것이 어떨까 한다.

(만약 이 기간에 대한 임금 체불 이슈가 있어도, (이 기간 동안 퇴직한 퇴직자까지도) 단기간 내 지급처리한다면 실제로 고용노동부 단계에서 형사처리 절차가 진행될 가능성은 없다.)




2. 월급여에 포함된 월고정 OT의 실제 증액 계산 및 반영 지급 여부

기업들은 포괄임금 형태로 월급여에 OT 가 포함된 경우도 많이 운영하고 있다.

(앞의 글, 근로시간 12_포괄임금 고정 OT가 포함된 급여를 받고 있어요. 참고)

이 경우에, 월 20시간분의 고정 OT가 포함된 경우, 대략 87.5%는 기본급이고 12.5%는 연장근로수당이다.

그럼, 87.5%의 기본급에 고정성 폐기로 인한 명절상여금 등이 반영되면, 기본급 기반의 통상임금이 인상될 것이고, 이를 기초로 고정 OT가 재산정되어야 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회사들이 월급여에 포함되어 운영하고 있었으므로, 통상임금 증가로 인해 실제 OT발생 시 지급하는 연장근로수당의 증가와는 다르게 생각할 것이다.

그래서, 고정 OT를 증액시키지 않고 기존 내용을 유지하게 된다면?

고정 OT의 특성상 위의 예에서 월 20시간분을 반영해 놓았으면, 주 40시간을 초과해서 근로가 발생해도 월 20시간 한도에서는 연장근로수당을 별도로 지급하지 않았고 월급여에 포함되어 있게 운영하였다.

그런데 통상임금의 증가로 인해서 이 지급 금액이 모자라게 된 현실이다.

차액분을 미지급 시 임금 체불로 해석될 수 있다.

만약 이러한 증액 조치를 취하지 않게 되면, 기존 포괄임금이 연장근로수당 해당분이라는 회사들의 주장도 부정하게 될 수 있는 셈이라서, 별도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3. 임금인상률 관리

(갑작스러운 인건비 부담 증가로) 25년 임금인상에서 통상임금 효과를 반영하여 실제 임금인상률이 낮아질 수 있는 현상  (또는, 복리후생 등 추가 도입 불가) 및 불만 관리가 필요하다.

우려되는 것은 25년도 사업계획은 이미 수립되었을 텐데, 인건비 계획에 차질이 발생될 것이다.

최근 경기둔화 및 경영실적 악화인 회사들이 많으며, 통상임금 증가로 인한 인건비 증가요인을 어떻게 해소해야 할지 고민이 커질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회사의 가용 재원의 한계가 있을 것이고, 인건비 계획 내에서 통상임금 증가분까지도 소화해야 할 것이다.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이번 통상임금에서 명절상여금 등 지급조건부 금전들을 통상임금에 반영해야 한다면, (단순하게만 계산해도) 임금인상률 1~2% 수준의 재원이 소요될 수 있다.

그럼, 25년도 임금인상률 예상치보다 이만큼을 감액해야 한다는 계산이다.

노동조합이 있으면 교섭 타결이 어려울 것이다.

노동조합이 없어도 최근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임금인상일 수 있어서 구성원들의 불만이 많을 것이다.

특히, 연장근로가 많은 생산직 등 직군은 총보상이 높아지고, 연장근로가 많지 않은 사무직은 (임금인상률이 낮아지면서) 총보상이 상대적으로 감소되는 현상이 예상된다.

이는 결국 직군 간 갈등이슈, 세대 간 갈등이나 노동조합 조합원 대 비조합원 이슈로까지도 번질 수 있다.

결국, 통상임금 판결로 인해 단순하게 금전적 소요가 늘어나는 부담 외 기업들은 사내 갈등 해소에 많은 에너지와 추가적인 금전 부담이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2013년 통상임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인해서 약 3년 이상 각종 소송과 갈등기간이 있었으며, 사회적 비용이 많이 소요되었다.

2024년 통상임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또 얼마나 오랫동안, 얼마나 많은 비용이 소요되면서 연착륙할 것인지 모르겠다.

부디 빠르게 정착되고 사회적 비용도 최소화되었으면 한다.




4. 임금체계 변경 및 일하는 방식의 변경 필요성 증가

위에서 살펴본, 고정 OT 제도를 포함한 임금체계는 유지하더라도 부분 변경을 통한 개선이 필요할 것이다.

이 제도의 개편 이외에도 통상임금은 상승하게 되었으니, 연장근로 등 통상임금이 반영되는 사항의 양적 측면에서의 감소 방안이 필요할 것이다.

이번 판례에서도 적시되었듯이, 연장근로 등은 가급적 안 시키기 위해서 가산수당을 지급하는 것이라는 점이 명확해졌다.

단지, 소득 감소를 우려하여 일정 수준의 연장근로를 필수적으로 유지될 것을 주장했던 의견은 이제 합리적 수준에서 서로 조정이 필요할 것이다.  

임금체계 또한 같은 연장근로 시에도 임금이 높은 사람이 하면 보상이 높아지는 현재의 방식보다는 직무급 등 실제 투입 근로의 질에 따라 임금 규모가 연동될 수 있는 방식으로 변경 목소리가 높아질 것이다.

매번 주장만 나오고 실제 실행이 되지 않았던 영역에 대한 실행이 좀 더 빠르게 다가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5. 연봉 분할 체계 변경의 필요성

또한, 연봉을 12 분할하여 월급여로 지급하던 방식이 아니고, 20 분할, 18 분할, 14 분할 등으로 분할체계를 유지했던 회사들은 고민이 될 수 있다.

통상임금에 정기상여금이 (예전에) 포함되었고, 이제는 명절상여금 등도 포함되게 되었다.

(약간의 착시 효과인데) 이렇게 되면 이제는 12분 할로 지급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검토가 진행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신중해야 한다.

통상임금 산입 범위 확대와 그 회사의 임금 분할체계는 별도의 문제이다.

즉, 예를 들어 명절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하여, 법원이 명절상여금 제도를 없애라고 한 적인 없다.

예를 들어, 14 분할을 운영하던 회사에서 명절상여금이 통상임금이라고 하여 12분 할로 지급하게 되면 명절상여금 제도를 폐지하는 것이다.

최초에 명절상여금을 왜 지급했는지를 명확하게 다시 한번 판단해 보고 그 제도를 없애는 것이 맞으면 없애야 하는 것이지, 통상임금에 산입 되었다고 하여 제도를 없앨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다시 반복하지만, 최초에 왜 임금을 20 분할, 18 분할 등으로 구분했는지를 잘 고민해 보아야 한다.

분명히 이 분할체계를 통해서 각종 보상체계가 연동되어 있을 것이다.

섣불리 기존에 운영하던 보상제도를 없앨 일은 아니다.




6. 조건부 상여금의 일할계산 지급 여부 및 방식

한편, 통상임금 포함여부와는 별개로 다음과 같은 문제도 있을 것이다.

연봉에 각종 상여금들이 포함되어 있는데 (상여금은 어떤 지급 조건이 있고) 그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상여금이 지급되지 않는 것이다.

즉, 연봉계약은 연봉계약일뿐, 조건을 미충족 하면 소정근로일에 소정근로시간을 모두 일해도 연봉보다 미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조건으로 인해서 예를 들면, 추석 당일 재직자 지급으로 추석 상여금을 지급하는 기준이 설정된 회사는 추석 전날이 퇴직일이면 추석 상여금을 지급받지 못했다.

그래서, 이런 경우, 예전부터 명절 상여금을 재직기간에 비례하여 일할 해서라도 지급해 달라는 요청이 있어 왔다.  

예를 들어, 이번에 대법원 판결의 대상 회사였던 곳의 ‘상여금 지급 세칙‘을 보면, 명절상여금의 기준 기간이 '추석 상여금은 설날 당월에서 추석 전까지의 기간'으로 한다고 되어 있다.

즉, 명절부터 다음 명절까지의 기간을 기준으로 명절상여금이 지급되었다.

물론 지급조건과 통상임금 포함여부는 별개이다.

앞으로도 지급조건 미충족시 아예 지급되지 않는 명절상여금 기준을 계속 유지하게 된다면 별개의 지급청구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이 남아 있다.

이에 대해서는 회사 규정에 근거한 지급이므로 정당하다는 판단이 나올 수 있을까?

통상임금 포함과 별개이지만, 소정근로에 대한 대가성 입장에서는 단 하루가 모자라서 앞의 5~6개월에 해당하는 상여금이 미지급되는 것은 문제라고 재판부가 바라볼 소지가 있다.




갑작스런 판결로 인해서 무엇을 검토해야 할지도 애매한 인사담당자들을 위해서 일단 우선 검토 과제들만 기재해 보았다.

열거한 해결과제 이외에도 기업들이 고민해서 개선해야 하는 사항은 훨씬 더 많을 것이다.

항상 임금 관련 대법원 판결 사항은 사회적으로 파장이 크다.

이번에도 이 여파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예상되지는 않지만, 사회적 갈등이나 비용이 최소화된 상태에서 잘 마무리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판례도 이를 우려해서 장래효만 인정한다고 했다.

회사도 최대한 빠르게 회사 제도를 정비하여 통상임금 산입 범위를 판례 법리에 맞추어 개선해야 한다.

노동조합도 (과거에 이 주제로 많은 갈등이 있었더라도)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의 증가를 감안하여 적어도 25년 한 번만이라도 무리한 임금인상 요구는 하지 않기를 바라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