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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지원 Dec 03. 2023

드라마 ‘스타트업’ _ 스타트업 HR

스타트업 인사를 드라마로 배웠어요.

어느 기업이든 안정적인 도에 오른 사업이 있고 그 사업의 전망이 지속적으로 밝지 않은 경우에는 신사업을 꿈꾸게 된다.

그런데, 원래 사업을 시작하고 투자받고 키우는 것이 중간의 주된 목적으로 운영되는 그야말로 '시작하는' 회사들이 있다. 바로 ‘스타트업’이다.

(대기업 내에서도 신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 ‘스타트업’처럼 운영하는 별도의 사업부나 CIC (Company In Company) 등을 운영하기도 하고, 때로는 분사하여 실제로 독립사업화 하기도 한다.)


회사에서 이런 고민을 하면서 신사업 HR을 어떻게 지원할까 고민하고 있던 차에 제목 자체가 ‘스타트업’인 드라마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역시 1회 보는 게 힘들지 1회 보면 16회 완결본까지는 정말 열심히 보게 되는 거 같다. 물론, 1회를 못 보고 포기한 드라마가 훨씬 많다는 ……)




드라마 스타트업은 이미 창업하여 수년째 발전이 없는 삼산텍이라는 개발회사 대표 남도산과 여러 가지 집안 사정으로 어렵게 자수성가하려는 CEO 지망생 서달미의 스타트업 성공기이자 연애사도 같이 다룬 드라마이다.

스타트업이 어떻게 운영되고 어떤 패턴으로 투자받고 어떻게 실패와 성공을 하는지를 아주 빠르게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드라마였다.

특히, 업무나 이론을 통해서 다소 딱딱하게 느꼈을 스타트업 전문 용어들을 아주 자연스럽게 학습할 수도 있었다.

그냥 멜로드라마로 보았으면 이런 단어들이 단지 스쳐 지나가는 주석에 그쳤겠지만, 업무에 활용하려고 집중해서 보니 매우 유용하였다. (실제로 각 회차별 제목이 주로 전문용어들로 구성되어 있다.)


HR입장에서도 스타트업 관련 사항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 볼 수 있었던 드라마였다.

아마도 실제 스타트업에서 근무하면서 HR을 운영하시는 분들은 오히려 그냥 드라마로 느껴졌을 것이나, 나와 같이 스타트업에 근무해 보지 않은 사람들이나 다른 종류의 기업 HR담당자들에게는 교육 교보재 같은 드라마였다고 생각된다.




"스톡옵션 등 주식보상 (앞의 글, 보상 7_신규보상제도:주식보상), 지분 배분 관계에 따른 이해관계, 최초 설립자와 영입된 전문경영인의 관계, 자본 투자가인 벤처캐피털(VC) 등의 역할, 공격적 투자를 통한 기업인수합병, 전문가와 경영자의 차이, 대표이사의 인사관리 마인드 중요성, 개발자 영입과 내부의 core 기술력 등"이 드라마에서 다루어지고 있었다.


예를 들어 한 대목을 소개하면, 드라마 중반부에 삼산텍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던 미국계 투자사에서 남도산을 채용 방식으로 영입하려 하는데 이에 응하지 않자, 아예 삼산텍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추진을 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이러한 방식을 ‘애퀴하이어 (Acqui-hire)’라고 하는데, 인수(Acquisition)와 고용(Hire)의 합성어로 우수한 인재를 고용할 목적으로 특정기업을 흡수합병 방식으로 인수하는 형태를 말한다. 강소기업으로 창업한 회사의 특급 인력이 이직을 거부하면, 해당 회사 전체를 인수하여 해당 직원이 근무하게 한다. 인수 작업 시 기업 가치 산정은 해당 인재 영입을 위해 실제 기대수익보다 높게 산정하고, 해당 기업의 CEO와의 인수계약을 원활하게 진행한다.


문제는 기업을 인수하면 1) 해당 기업을 별도 자회사로 존치시키고 기존 경영방식과 조직형태를 유지할 수도 있으나, 2) 위와 같이 특정 인재영입을 위한 인수에서는 의도적으로 기존 기업의 조직형태를 분해하고 우수인재와 그 외 인력을 분리한다. 그리고, 드라마에서처럼 핵심기술을 가진 개발자들만 인수하고, 경영진과 디자이너 등 다른 인력들로 대체 가능한 인력은 모두 해고하기도 한다.

(드라마에서는 미국 기업이 인수하여 미국 회사 소속이 되고, 미국 노동법에 따라 해고 또는 임원 위임계약의 해지 등 여러 가지가 고려된 상황이지만, 한국에서는 영업양수도나 매수 형태로 인수합병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인수사의 근로자가 되고 인수된 인원을 해고하려면 사실상 근로기준법상 정당한 이유가 존재해야 한다. 따라서, 이러한 일방적 방식의 해고는 법적 제약이 따르게 된다. 물론, 경영진의 경우에는 근로자가 아니므로 별도의 해임 절차를 진행하는 경우도 있을 텐데, 한국의 노동법 체계에서는 소송 등 추가적인 분쟁이 예상된다.)


또한, 이런 에퀴하이어 상황의 경우 특급 인력이 어떤 환경에서 기존의 업무 결과를 달성하고 성과를 창출했는지를 면밀하게 고려해서 진행하지 않으면, 많은 대금을 주고 인수한 목적과 다르게 특급인재가 실력을 발휘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 드라마는 스타트업을 성공시키는 핵심 요인이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게 해 주었다.

여러 가지 정말 다양한 요인이 있겠지만 아래와 같이 3가지로 정리해 보았다.


첫째로 스타트업의 성공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아무래도 CEO의 성공의지이지 않을까 한다.

기업체 소속의 소위 월급쟁이 임원들과는 다른 '꿈과 열정 그리고 희망'

그래서, 아주 유능한 개발자를 데리고 있다고 스타트업이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CEO가 제대로 생각하고 제대로 이끌어야 한다.

드라마에서 이와 관련된 아주 좋은 팁을 하나 발견했다.

남도산은 개발자로서 회사를 세우고 CEO를 해 보았다. 그런데 서달미는 개발자는 아니지만 기업을 만들어서 성공시켜 보겠다는 의지가 활활 타오른다.

“프로그래밍할 때 가슴이 뛴다면 좋은 조건으로 개발자를 하면 되고, 기업을 만들고 이끌 때 희열이 느껴진다면 대표를 하면 된다.”

너무 명쾌하게 정리해 주는 대사라서 한 줄 적어본다.


둘째로 스타트업은 정말 소규모의 인원이 모여서 시작하게 된다. 따라서, CEO의 인사 마인드가 매우 중요하다.

내부 인원들 간의 갈등이나 대립이 있을 수 있지만, 그로 인한 갈등이 심화되면 안 된다.

CEO는 이를 봉합하고 해결해야 한다.

“인사는 만사야. 너 그거 못하면 대표도 아니야.”라는 대사에서처럼, 제대로 된 사람을 앉히고 관리하고 지분관계도 깔끔하게 하고 열정을 유지하면서 일할 수 있게 잘 이끌어야 한다.

사실 스타트업은 최초에 대표와 개발자 그리고 마케팅/영업 정도의 핵심멤버들이 모여서 시작하게 된다.

HR은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힌 다음, 대표가 권한을 나누면서 인사관리 기능을 담당할 CHO나 인사팀장을 두게 된다. 이 정도 되면 이 회사는 스타트업으로 시작해서 어느 정도 괘도에 오르고 투자를 받은 상태라고 생각이 되었다.

(물론 HR 기능을 신설해도 인사가 만사다. CEO의 HR Mind는 더 큰 회사로 키울 수 있을지, 아니면 혼자 일 다하면서 성장 규모를 스스로 한정시킬지가 판가름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셋째로, 스타트업을 성공시키는 것은 매우 힘든 과정이다. 그래서, 구성원들이 진정한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하게 해야 한다.

정말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하나의 조직문화에 탑승하여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잘, 해야 한다.

(지분 관계로 얽혀서 회사의 성장이 내 자산의 잭팟을 터트릴 수 있겠다는 의지 또는 지분이 없더라도) 모든 구성원들이 정말 자기 회사로 생각하고 일해야 한다.

흔히들 회사원들은 ‘주인정신’이라는 말을 왜곡해서 듣는 경향이 있다. “노비에게 왜 주인정신을 강요하냐고.”

물론, 기업 규모가 매우 크고 각 개별 구성원 한 명 한 명의 영향도가 적은 기업은 해당되지 않겠지만, 스타트업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내가 탈 차 아닌데 굳이 타이어 체크하고 라이닝 갈았냐고 할 필요 없지 않냐."

"힘들 때도 많은데 버틸 수 있는 힘은 바로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단 빌어. 그리고 네가 이루면 돼”

(드라마 중 느낌이 왔던 몇 가지 대사들입니다.)




정말 하고 싶은 사람들이 모였다. 그래서 힘들어도 내가 좋아서 하는 것이고 Moon shot Goal 같이 정말 달성하고 싶은 목표를 세우고 앞으로 나아가게 된다.

이런 것이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의미를 느끼게 하는 기본이 아닐까 한다.


드라마를 보면서, 스타트업의 성공 확률은 정말 낮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그런데, 그런 열정과 의지를 가지고 인생에 한번 정도 창업을 해 봐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멀리 갈 거 없다고 생각한다. HR 주제로 한 스타트업도 많이 이미 있고 성공한 곳도 있으니, HR에서의 새로운 아이템으로 사업에 도전해 보는 것을 어떨까?


(이미지 출처 : tvN 공식홈페이지 - 사진첩 - 사진명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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