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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지원 Dec 10. 2023

영화 '에린브로코비치'_고객 중심 일하는 방식

정말 진정성 있게 고객에게 다가가면, 결국 기업이윤도 극대화된다.

미국 영화 중에는 법정 영화가 많다. 아주 심도 있게 법정 장면이 연출되는 영화도 있지만, 변호사 및 법률사무소를 둘러싼 주변의 이야기들을 소재로 펼쳐지는 영화도 많은 듯하다.

‘에린 브로코비치’라는 법률사무소 직원을 주인공으로 한 실화 바탕의 환경소송 영화를 보게 되었다.

과거부터 환경소송을 주제로 한 영화나 소설들은 여러 가지가 있다. 서서히 아프거나 죽게 되는 환경 재난에서 어떤 과정들을 통해서 그 사건이 해결되는지를 우리는 쉽게 접할 수 있다.

최근에는 이런 환경소송 영화는 영화 속 주제뿐만 아니고 우리의 주변에서도 자주 발생하는 사건들이어서 다가오는 메시지는 항상 엄중한 것 같다.


한편 이 영화에서도 법률드라마 또는 환경이슈에 대한 주된 스토리 이외에도 HR 관련 의미가 있다는 측면에서 몇 가지 포인트를 중심으로 적어보고자 한다.


영화의 줄거리는 에린이라는 이혼녀가 자녀부양을 위해서 직장을 찾던 중 자동차 사고가 있었고 사고보상을 의뢰했지만 한 푼도 못 받아 준 변호사의 사무실에 취업하게 된다. 그러던 중 사무실 서류에서 대기업 화학공장에서 유출되는 화학물질들이 주변 마을 사람들의 암 등 각종 병을 유발하고 악화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이 법정 분쟁을 통해서 최대의 보상을 받아내게 되고 재발방지 서약 및 조치를 취하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일반적인 법률 영화의 일반적인 스토리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착안해야 하는 점은 법률 사무 보조원에 불과한 에린이 전문 변호사들도 못해내는 업무를 수행하게 되고, 결국 로펌까지 성장 성공 시켰다는 점이다.

이게 가능한가? 변호사들이 주류를 이루는 법률사무소에서, 법률 지식도 없는 에린이 거액의 보상을 받아내게 승소하는 등 공신이 된다는 것이...


여기에는 1) 진정한 고객 중심 사고 속에서의 업무방식 결정, 2) 사안을 통찰하고 문제해결 관점에서의 노력 그리고 고객과의 신뢰와 진심이라는 영역이 있었다고 본다.


에린의 직장 상사였던 에드 변호사는 환경소송의 특성상 아주 긴 시간의 법정 다툼이 필요하고 많은 비용이 소요되며 그 장기간의 쟁송시간에도 패소할 가능성이 있으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게다가 본인이 생각하기에 아주 유능한 타로펌 변호사와 파트너십 관계를 가져가게 되고 이 파트너 변호사가 지도하는 데로 이끌려 간다.

이 파트너 변호사가 제안한 방법은 “중재”. 소송으로 갔을 때의 리스크 요인을 좀 낮추고 현실적인 금전적 이득을 받자는 판단이었다.

맞는 이야기이다. 로펌이 자선단체는 아니므로 소송 중간 비용들을 계속 감당하면서 엄청 긴 소송기간을 소요하는 것도 어렵다. 그런데 정작 이슈는 고객들은 중재를 원하지 않았다. 고객들이 원한 것은 소송을 통한 응징, 진심 어린 사과, 그리고 손해배상이었다. 불법행위라는 것을 인정받고 이에 대한 손해를 배상받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데, 소송이 아닌 중재라니……

중재를 받으려면 원고와 피고의 합의가 필요한데, 화학회사에서 내건 조건은 90% 이상의 중재 진행에 대한 동의율이었다.

결국 중재라는 것을 오픈하면 중재에 대한 동의를 받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중재를 강하게 진행했던 파트너로펌에서도 동의율을 올리기 위해서 노력하지만 결국 실패한다.


여기에서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고객 관점이다. 고객이 원했던 것에 적당한 합의를 통한 적당한 보상이었나? 이것은 로펌이 원하는 사항이 아닌가? (적정한 수임료라도 벌고 중간비용을 회수하는 것)

그럼, 로펌이 원하는 사항을 진행하면 중재 진행이 되나? 동의율이 낮아서 안될 것이다.


우리가 기업에서 일하는 방식을 한번 잘 고찰해 보자. 정말 고객이 원하는 사항을 해 주는가?

기업이 이익집단이라고는 하지만 이제는 진정으로 고객을 위해서 기업이 활동을 하면 이익은 당연히 따라온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 결국은 기업을 위한 방식으로 일을 한다. 그리고 결과도 그렇게 낸다.

고객들이 우리 회사의 상품과 서비스를 왜 구매하는지,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고찰하기보다는 우리가 제공할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고객이 만족하기를 바란다.

그래서 기업이 고객 관점에서 성공했는지를 생각해 보면 때로는 적중하고 때로는 실패하는 것 같다.


물론 영화에서는 결국 중재 사건으로 결론은 났다.

그러나, 고객이 원하는 목표로 가기 위한 여정 속에서 쉽게 중재를 결정하고 고객에게 중재가 답임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소송을 진행하면서 결정적인 증거들을 더욱 확보하고 노력하던 중고객이 원하는 여러 가지 목표 중 주된 목표였던 손해배상금의 최대화를 통해서 고객이 원하는 바를 얻어내게 되었던 것을 볼 수 있다.


(영화에서 분명하게 제시되지 않지만, 에린의 부단한 노력으로 소송을 통해서 얻을 수 있었던 형사처벌, 손해 입증, 진심 어린 사과, 재발방지 노력 공표, 천문학적인 징벌적 손해배상금 중에서 형사처벌이 없고 징벌적 손해배상금이 중재금액으로 변경된 것 이외에는 고객이 원하는 사항을 거의 충족하게 되었다고 보인다.)    


우리가 기업 내부에서 의사결정을 할 때, 업무를 진행하면서 판단영역이 있을 때, 말만 ‘고객’ 관점을 외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관점을 철저하게 가져가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영화에서 결국 이러한 의사결정으로 에딘의 법률사무소는 돈도 많이 벌고 유명해지고 크게 성장하게 되었다. 적당히 과거에 일하던 대로 일했으면, 그 이전의 수준에서 유지만 했을 것이라고 추측된다.)


추가적으로 고객 관점에서는 ‘전문가들의 판단이 반드시 맞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도 중요한 사항일 것이다.

우리들은 흔히 해당 영역의 전문가들이 “이렇게 해야 합니다.”라고 하게 되면 그 방법 밖에 없다고 믿고 따르게 된다. 이런 상황은 꼭 전문가 그룹에서만 있는 사항은 아니고 회사 생활 중 상사와 부하 관계에서도 이런 사안이 흔히 발생하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판단이 반드시 맞다고 볼 수는 없다.

사안은 그때그때 다른 것이며, 결과가 동일하다 해도 과정에서 가져오는 중간결과도 나중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 사안을 제일 잘 알고 제대로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그 업무를 정말로 열심히 분석하고 제일 많이 아는 그 업무담당자 본인 자신’ 일 것이다.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 전문가들의 도움은 꼭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결정을 전문가들에게 맡기는 업무방식은 한계가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사안을 통찰하고 문제 해결 관점에서 노력하면서 고객과 신뢰와 진심으로 다가가야 한다.


에린은 변호사도 아니고 로펌 직원에 불과했다. 법률 지식도 송무 지식도 별로 없다. 그러나, 사안을 해결하기 위한 집념과 그 과정에서 생겨난 수많은 고객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노력했다.

만약 에린이 그냥 로펌 직원이고 법률 지식도 없으니, 변호사가 지시하는 내용을 고객에게 전달하고 수집하는 역할만 했다면 이런 결과는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진정으로 고객과 소통하고 그 과정에서 나오는 개인적인 이슈영역들까지 진심으로 노력하면서 고객들의 신뢰를  받게 된다.

그리고, 파트너 로펌에서 중재를 추진하고 고객들의 이탈이 발생하는 장면에서도 그 진가는 발휘한다.

만약 에린이 환경소송이니까 환경 전문가를 투입시켜 달라고 하고, 법률도 잘 모르니 변호사들의 판단에 의존해서 진행했다고 가정하자,

업무에 대한 전문적인 내용은 더욱 보완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 해결은 이러한 전문성만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 사안을 깊숙하고 진정성 있게 볼 수 있어야 하고 고객의 니즈를 파악해야 문제해결이 보이게 된다.


그런데, (조금 다른 장면일 수도 있으나) 회사에서 신사업 진행을 위한 조직을 운영하다 보면 이런 경우와 다르게 반대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소규모 사업 단위로 애자일 스쿼드가 진행되게 되면, 그 스쿼드에는 각 영역별로 사업기획, 개발, 디자인, 영업 등 담당자들이 모여서 사업을 논의하고 진행하게 된다.

그런데 사업을 진행하다 보면 원래 영역과 차이가 있는 공백업무가 발생하게 된다.

이때, ‘필요한 인력을 당장 채용해 주지 않으면 업무를 못 하겠습니다.’라는 경우와 ‘일단 사업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은 저희이고 제가 (배워서든) 어떻게 든 먼저 해 보고 필요한 영역만 다시 요청드리겠습니다.’라는 경우로 크게 대비가 되곤 한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서 사업의 결과를 보면 전자의 경우는 실패가 많았고, 후자의 경우에 성공이 많았던 듯하다.

어찌 보면 너무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다. 그 사업에 대해서 진정성을 가지고 성공을 위해서 노력하는 경우와 그냥 평범한 직장인으로서 내 영역의 업무만 수행하고 근로시간만 채우면 된다는 마인드의 차이는 이미 업무 승패가 결정 난 것으로도 보인다.


법률 영화로 분류되는 영화였지만, HR 관점에서 ‘고객 중심으로 일하는 방식’을 느끼기에 충분한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회사 필수 교육을 통해 교과서 속에서 ‘고객 중심 사고’를 배우고, 억지로 ‘고객 지표’를 업무 평가목표에 넣는 방식보다는 이런 영화 한 편 제대로 보면서 진정한 고객 중심 일방식을 느껴 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커버 이미지 출처 : 네이버 - 영화 - 포토 -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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