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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지원 Dec 23. 2023

영화 _ 오토라는 남자 _ 정년퇴직

정년퇴직 이후 노년기의 멋지고 의미 있는 삶 그리고 정년연장 논의

영화 '오토라는 남자'는 오토라는 까칠해진 남자가 부인을 여의고 외롭게 살아가다가 이웃들과의 새로운 삶을 살게 되는 스토리를 다룬 영화였다.
부인과의 사별 후 회사를 다니면서 점점 모난 성격을 가지게 되었고, 회사의 사업변동으로 정년퇴직 직전에 스스로 퇴직하게 되는 상황까지 발생한다.
퇴직을 하고 혼자 지내면서 결국 결심하게 되는 건 "자살".

여러 번의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하지만 결국은 실패하고 이때 주변 이웃의 도움이 다가오게 된다.
다소 부족한 사람들이지만 그래도 오토에게 관심을 가져주고, 결국 오토는 이들과 함께 하며 특정인과는 더욱 신뢰를 쌓으며 수년을 더 살아가게 된다.

이 영화는 고령자들이 고립되지 않고 사회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 주었다.
누구에게나 인생의 굴곡과 변곡점은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열정을 바쳤던 회사에서의 퇴직, 예쁘게 커주던 자녀들의 성장과 독립 등등.
그러나, 이런 모든 장면에서 결국 한 명의 개인을 지탱해 주는 것은 회사이든, 이웃이든, 가족이든 결국 작은 공동체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만약 오토라는 사람의 주변 상황은 모두 동일한데, 직장이라도 정상적으로 계속 다니면서 회사 속에서의 인정과 배려 속에서 살아갈 수 있었다면 말이다.




문득 60세라는 나이를 생각해 보게 된다.

정년퇴직으로 갑자기 회사에서 나오게 되지만, 준비가 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는 매우 클 것이다.
임금피크제들을 주로 도입하고 있다고 가정했을 때, 임금피크 훨씬 이전부터 본인의 은퇴 이후 삶에 대해서 소득이 지속되는 다른 직업 또는 소득과 무관하게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임금피크 기간에라도 향후 퇴직 시 본인의 인생설계를 하고 준비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임금피크 기간을 그저 월급이 줄어드는 상황만 한탄하면서 기존에 잘하던 업무도 소홀하게 되는 경우가 있지 않은지 스스로들 점검이 필요할 것이다.

어찌 보면 임금피크 기간이 향후 적게는 20년 많게는 30년 가까이를 잘 살기 위해 기존 30년을 잘 정리해서 그 노하우가 발휘되도록  준비하는 마지막 시간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최근 정년연장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국민연금 측면에서는 일반적인 정년퇴직 연령이 60세인데 연금 수급 개시 시점이 65세이니 5년간의 공백이 발생하고, 건강보험 측면에서도 직장가입자가 퇴직 후 지역가입자로 변경되면서 보험금의 급격한 증가를 가져오게 된다.
또한 노년 대비가 비교적 부족했던 연령층인 부모세대를 부양하면서 재산 형성에 차질이 발생하기도 했었을 것이며, 사회적인 취업의 어려움 등으로 자녀들이 사회 진출을 포기하거나 어려워하는 일명 캥거루족들의 증가로 자녀 양육의 시간이 증가된 것도 이슈가 되는 사회현실이다.

그래서, 정년을 연장해서 사회적 안전망이 해결하지 못하는 영역을 기업과 개인들이 채우게 되는 역할을 사회가 원하는 듯하다.

(그리고, 일본의 선행 사례를 보았을 때, 저출산 고령화 문제로 인한 노동력 부족 현상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도 같이 고민될 수 있다.)


그런데, 인사적인 측면에서 고려해야 할 것은 아무래도 1) 연공급으로 인한 임금의 커브를 획기적으로 꺾을 수 있는지?, 2) 장년층의 노동생산성의 수준일 것이다.

기존 정년 60세를 그 이상의 연령기준으로 높이는 일반 정년연장은 어느 기업에게나 부담이 크다.

일본의 경우에는 1994년에 정년 60세를 도입한 후, 2006년부터는 저출산 고령화대응안으로서 ‘65세 고용확보조치’를 취하게 되었다.

즉,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1) 정년을 연장하거나, 2) 촉탁계약직 방식으로 재고용하던가, 3) 정년을 폐지하던가 중에 하나를 선택해서 운영하게 되었다.

이 결과, 십수 년이 흐르면서 일본은 사실상 정년이 적어도 65세까지는 연장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3년 입법을 통해서 2016년부터 정년 60세가 법제화되면서 많은 기업들이 강제적으로 정년연장을 맞이하였다.

임금체계는 호봉제 등 연공급인데 갑자기 법으로 정년을 연장하면서 임금피크제로 이를 보완하려는 등 어려움도 많았다.

직원들은 임금이 줄어든 것이 불만이고, 기업은 생산성 대비 임금이 너무 높은 것이 부담이었다.

만약의 정년연장 시에도 일본의 사례처럼 사회적 합의하에서 임금은 낮추고 고용은 연장할 수 있는 방식이 도출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와 유사한 시도가 우리나라에서도 있었다.

국내의 기존 사례는 생산직이나 기술직의 경우, 숙련된 기술 보유자들이 정년 이후에 2년 정도 계약직으로 더 근무하게 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런데, 생산직이나 기술보유 직종이 아닌 곳에서도 이러한 시도가 있었다. 최근 현대자동차에서 영업직 정년 이후 재고용 제도를 도입하여 운영한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
영업직이었던 분들이 정년퇴직을 하게 되면, 분기 단위로 일정 영업실적을 보이면 분기 단위 갱신되는 방식으로 최대 1년까지 재고용하는 제도이다.
기존에 생산직이나 특정 기술직의 경우에는 종종 이런 사례들이 회사들마다 있었지만,
영업직 등 다른 직군으로까지의 확장은 흔하지 않은 사례라서 주목받은 점이 있는 듯하다.
여기에서도 핵심은 1) 임금은 신입사원 수준, 2) 일정 규모의 판매대수였다는 것이다.
정년 이후에는 생산성이 매우 줄어드는 것으로 가정하고 임금은 낮추되, 고용은 연장하는 방식을 취한 것이다.
(노동조합의 정년연장 요구를 수용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일정한 절충안을 모색한 것이 아닐까 생각되기도 하지만,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은 높이 살만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면서도 복리후생 등 기타 근로조건은 유지해 준다.
한국 사회의 특성상 학자금, 의료비 등 복리후생을 중요한 요소들로 판단하고 있으며, 연봉은 줄어들어도 고용유지 하에서의 복리후생은 포기하지 못하는 현실도 반영되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 오토는 퇴직을 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한다.
"계산기 없이는 쉬운 계산도 못하는 저런 담당자가 내 업무를 한다고 하니 내가 퇴직을 하지."

열정을 가지고 열심히 일했던 본인의 모습, 그리고 아직 열심히 일할 수 있는데 퇴직을 할 수밖에 없는 아쉬움이 교차했을 것이다. 그래서, 후배들이 일하는 모습이 안타까워서 하는 말이었을 것이다.


영화 내용과는 다소 무관할 수 있지만, 우리 주변에서도 이러한 긍정적인 움직임이 많았으면 한다.

장년층들이 정년이 다가오면 소극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기 보다는 본인의 노하우가 담긴 업무영역에서 프라이드를 가지고 더욱 완벽을 추구하고, 만약 정년 이후 지속 근무할 수 있다면 비록 임금은 낮아져도 어느 정도의 복지혜택과 함께 소득이 지속되면서 사회 속에서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음에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

또한 회사도 (정년연장을 무작정 반대할 것이 아니라) 장년층들이 위와 같이 활동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주어야 하고, 장년층 근로자들의 정년연장을 도입을 결심해야 하는 순간도 머지않았음을 예상해 보아야 하고 다양한 준비를 해야 한다.

정부는 임금체계 개편을 국정 과제로 진행해 보았지만, (아주 많은 시도를 해 보았지만) 개별 기업들의 임금체계를 변경하는 것은 생각보다 매우 어려운 일임을 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무작정 법으로 65세를 강제하는 것은 사회적 갈등이 클 수 있다.

법은 사실상의 정년연장의 다양한 방안을 기업들이 선택할 수 있게 열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리고, 장년층 직원들은 본인들의 작은 사고 변화와 움직임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원동력으로 작동될 수도 있음을 생각해 주셨으면 한다.


[커버 이미지 출처 : 네이버 - 영화 - 포토 -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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