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좋아하는 영화를 하나만 꼽으라면, 그리고 한 장만 쓰라면
제일 좋아하는 영화를 하나만 꼽으라면, 단연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의 <퍼스널 쇼퍼(2016)>이다.
첫 번째 이유는 영화의 분위기이다. 이 영화의 장르는 심리 스릴러라고 일컬어진다. 전반적으로 어둡고 미스테리한 분위기 속에서 스토리가 진행되는데, 이러한 분위기는 낮은 채도의 색감으로 구현되는 동시에 배우들의 연기에도 충분히 묻어난다. 특히 주인공 ‘모린’을 맡은 크리스틴 스튜어트 배우의 연기는 이처럼 탁하고 무거운 분위기를 인물의 언행과 감정상태에 효과적으로 반영하여, 영화 속에서 이 작품 자체와 동화되는 인물로 느껴지기도 한다. 더하여 배우의 고유한 비주얼과 아우라도 작품과 무척 잘 어울린다고 느꼈다.
두 번째 이유는 <퍼스널 쇼퍼>가 선사한 다른 영화와의 차별성이다.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이는 개인적 경험에서 비롯된 특징임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 기본적으로 내가 영화를 보는 태도는 외부의 사건과 이를 둘러싼 등장인물들의 관계에 집중하며 관조적으로 감상하는 태도였다. 영화 자체에 몰입하는 것과 특정 인물의 내면에 몰입하는 것을 구분한다면 전적으로 전자에 해당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볼 때마다 나는 주인공 ‘모린’만을 바라본다. 영화에서는 ‘모린’을 둘러싸고 살인과 같은 범죄나 미지의 존재로부터 끊임없이 메시지를 받는 등의 흥미진진한 사건들이 발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범인의 정체나 메시지를 보내는 사람의 정체를 궁금해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그 사건 속에 놓인 ‘모린’ 자체에 집중한다. 이러한 태도는 영화의 뛰어난 연출이 관객에게 의도한 바라고 느꼈고, 이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모린’의 내면, 혼란스럽고 황폐한 그의 내면을 바라보는 영화라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의 마지막 신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마지막 신은 대사 또한 묘하다. 분명히 그녀의 주위엔 영적인 존재가 있는 듯하다. 아무도 없는 방에서 그것에게 정체가 무엇이냐 묻던 ‘모린’은 마지막에 결국 ‘아니면 그냥 나?’ 라는 대사를 하고, 미지의 존재는 이에 벽을 치는 소리로 응답한다. 그리고 그 소리에 놀란 ‘모린’은 정면의 카메라를 쳐다보고 숨죽여 ‘모린’을 바라보던 우리와 눈이 마주친다. 직후 화이트 아웃과 함께 영화는 끝이 난다. 영화에서 카메라를 직시하는 것은 일종의 금기이다. 일반적으로 영화는 의도적으로 촬영되었다는 사실을 관객이 인지하지 못하도록 하기 때문에, 카메라를 의식하는 행위는 그 경계를 무너뜨려 몰입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영화의 연출은 그러한 장치를 오히려 효과적으로 역이용한 듯하다. 약 100분 간 ‘모린’의 내면만을 바라보던 내가 ‘모린’과 눈이 마주치며 느꼈던 그 허탈하고 오묘한 기분은 오랫동안 잊히지 않는다. ‘모린’과 눈이 마주쳤다는 사실에서 “난 어떤 존재의 시선이었나?” 하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마지막이 일반적인 블랙아웃이 아니라 화이트아웃이라는 점도 독특했다. 빛이 소멸되는 것이 아닌, 광채가 뿜어져 나오는 기분이 들어 이 장면이 영화의 진정한 끝이 아닌 듯한 느낌을 주었다. 결국 마지막 신까지 끌고 오던 텐션을 아예 경계를 무너뜨려버리는 방식으로 놓아버림으로써 깊은 여운을 생성했고, 이는 영화의 주요 소재였던 ‘영매’와 관련하여서도 관객의 시선이 가진 정체성에 대한 좋은 질문을 던졌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