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오늘도 펜을 잡는 이유

<기록의 쓸모> 이승희

by 옆집 군대생


나는 글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


하얀 바탕의 검정 글씨를 쳐다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타인의 가치관과 대화하고 여태껏 알지 못했던 이야기와 만나고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공간을 그려낼 수 있다. 그렇다면 나에게 이런 경험을 하게 해주는 ‘글’이란 무엇일까. 이 책의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글을 쓰는 과정은 나라는 사람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우리는 글을 쓰거나 사진을 찍는 등 삶의 한 순간에 대한 기록을 남김으로써 그 기록 속에 나를 녹여낸다. 별생각 없이 적어낸 한 줄의 글 속에도 나라는 사람이 걸어온 길이 담기기 때문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글을 읽음으로써 그 기록 속에 담긴 길을 슬쩍 꺼내볼 수 있다. 타인이 좋아하는 것, 관심 있는 것에 대한 얘기를 들을 수 있고, 그를 통해 나의 가치관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고 알지 못했던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



이 책의 저자는 마케터이다.


마케터는 회사의 제품을 어떻게 해야 소비자들에게 잘 팔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직업이다. 다시 말하자면 어떻게 해야 회사의 제품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닿게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직업이다. 저자는 이 일을 잘하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본인은 취향이 무딘 편이고 공감을 잘하기에 타인의 선호에 쉽게 공감한다고 했다. 또 그만큼 타인의 선호에 대해 늘 관심을 기울인다고 했다. 글을 쓰고 읽으면서 타인, 그리고 나 자신과 소통하며 좋은 글이란 무엇일지 끊임없이 고민한다고 했다. 나는 이런 저자의 성격적인 면에서 나와 많은 비슷한 점을 볼 수 있었다.



이 책은 나와 비슷한 성격을 가지고

나와 같은 방향의 생각을 하며 살아온

한 사람의 기록이다.


이 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잘 모르겠다고 답할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음으로써 얻은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인생의 선배라고 답할 것이다. 나보다 사회를 먼저 겪어보고 내가 끊임없이 고민해 온 인간의 선호에 대해 더 생각해본 그런 사람의 기록이다.


일관성이 없는 책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것이 자유로운 기록이고 우리는 그런 기록들로 우리의 삶을 채워가고 있지 않은가. 오늘도 나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교환학생을 가서 문화와 부딪히고 있는 친구의 기록과 소통했고, ‘브런치’를 통해 they의 사용에 대한 젠더이슈를 다룬 기록을 접했다. 또 이 이슈를 나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려서 나의 친구들과 이 이슈에 관해 토론했다. 기록이란 그런 것이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고 생각과 생각을 닿게 해 주며 그를 통해 모두의 삶에 자그마한 변화를 주는 것. 기록은 이렇게 차곡차곡 쌓여서 나라는 사람을 만들어준다. 그것이 내가 오늘도 기록하는 이유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으며 나에게 생각과 고민의 시간을 주었던 저자의 몇 가지 기록을 공유해보려 한다.



“이미 머릿속으로 결론을 내려놓고 시작하는 대화가 최악인 것 같다. 상대방에게 생각할 여지를 주자.”

- <기록의 쓸모> 62pg


“인생은 고통이 기본값입니다. 그런데 행복이 인생의 기본값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더라고요.”

- <기록의 쓸모> 79pg


“변하지 않는 전제에 집중해야 헛고생을 하지 않는다.”

- <기록의 쓸모> 113pg


“개인의 취향에 빠져 세상을 바라보는 창문을 닫지 않기를.”

- <기록의 쓸모> 125pg


“바늘에 찔린 만큼만 아파하자.”

- <기록의 쓸모> 153pg


“칭찬에 길들여지지 않아야 합니다. 대신 여러분이 다른 사람을 칭찬하세요. 여러분의 기준으로 다른 사람을 바라보세요.”

- <기록의 쓸모> 160pg


“‘나답게 사는 삶’의 토대를 만들어주는 것이야말로 기록의 힘이라 믿는다.”

- <기록의 쓸모> 266pg


* 커버 이미지 출처 : Pixabay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