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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 사고법의 교과서

[Editorial Thinking(에디토리얼 씽킹)] 을 읽고

by roots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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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토리얼 씽킹"은 잡지 매거진 에디터이자 작가로 20년을 넘게 보내온 최혜진 작가가 자신의 에디터로서의 경험을 그녀의 깔끔한 문투로 풀어낸 책이다. 책 전체가 에디터 선배가 후배에게 애정 어린 조언을 하는 느낌이다. 에디터로 일하면서 느낀, "자신의 생각을 어떻게 뽑아내고, 어떻게 구성해서, 어떻게 독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지"의 전 과정을 설명한다. 현역 에디터이거나 에디터를 지망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하는,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읽기를 추천하는, 그리고 사실 글을 쓰지 않는 사람이라도 읽어보면 좋을 그런 책이다.


작가가 정의하는 에디토리얼 씽킹은 '정보와 대상에서 의미와 메세지를 도출하고, 그것을 의도한 매체에 담아 설득력있게 전달하기 위해 편집하고 구조화하는 일련의 사고방식'이다. 얼핏 잡지 에디터에게 필요한 능력처럼 보이긴 하나, 의도한 매체를 잡지에 한정 지을 필요가 없다. 보고서를 쓰거나 발표를 하는 직장인, 영상을 만드는 유튜버, 글을 쓰는 작가 등 자신의 생각을 남에게 전달하는 모두 에디토리얼 씽킹을 알게 모르게 하고 있다. 무의식 중에 늘 하는 일이라면, 그 과정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목적과 단계에 맞게 실행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재료를 수집하고, 이 재료들을 연결하고, 새로 범주화하면서 새로운 생각을 도출해 낸다. 이 설명 과정에서 여러 유명 미술 작품들과, 캠페인 영상, 잡지 등 실제 사례들이 풍성하게 설명되어 이해하기 좋았다. 새롭고 특별한 생각을 표현해 낸 것 같은 유명한 예술 작품도, 그 사고의 기저를 보면 주변에 흩어진 다른 작품이나 우리 주변의 일상 속에서 살짝 비튼 생각을 도출해 낸 것뿐이다. 그 과정을 알고 나면 굉장히 단순하여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착각이 든다. 하지만 막상 내가 새로운 생각을 도출해 내는 것은 쉽지 않다. 그렇기에 그 과정이 잘 설명된 이런 교과서를 보면서 늘 훈련을 해야 한다. 그래야 나도 다른 나열된 사물들에서 조금 더 확장된 생각을 도출해 낼 수 있다.


그다음은 생각해 낸 메시지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할지 고민한다. 어느 내용을 넣고 어느 내용을 뺄 것인지. 어떤 내용을 어디에 배치할 것인지, 이미지는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글, 그림, 사진의 구성과 위치, 심지어 여백까지 활용하여 어떻게 독자의 관심을 끌 것인지를 고민하고 결정한다.


이 일련의 과정 중 '객관성과 주관성' 부분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작가는 잡지 에디터로 일하면서 "너의 생각을 쓰라"는 선배의 조언과 글에서 '나는'을 빼고 팩트를 중요하게 여기라는 다른 선배의 조언 사이에서 혼란스러웠다고 한다. 객관성은 무엇이고 주관성은 무엇일까? 작가는 그 답은 김정운의 '에디톨로지'라는 책에서 찾았다고 했다.


"객관성이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객관적 관점이란 각기 다른 인식의 주체들이 '같은 방식으로 보기'로 약속해야 가능하다. 다시 말해서 객관성이란 원래 있는 것이 아니라, 상호 합의의 결과라는 것이다."


이 설명에 백번 공감한다. 회사에서 보고서를 쓰던 기억이 났다. 어떤 논리의 연결은 아무 문제 없이 넘어갔으나, 어떤 논리의 연결은 객관적이지 못하다고 피드백을 받곤 했다. 근거를 충분히 실어주라고 말이다. 당시에 나도 비슷한 고민을 했다. '어떤 것이 객관적인 것인가, 데이터를 충분히 실어주면 그것이 객관성이 있는 것인가?, 하지만 데이터를 해석하는 것이 나의 보고서의 역할인데... 객관적인 해석이란 무엇이지?' 오래전에 했던 그 고민의 답을 이 책에서 찾았다. 사회 다수(혹은 회사 구성원 다수)가 굳이 근거를 조목조목 설명하지 않아도 동의하는 논리의 연결은 객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리고 나의 논리의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해서 그 연결고리를 다시 모두가 합의하는 더 낮은 층위의 논리들로 설명하는 것은, 주관적인 의견에 객관성을 더하는 과정이었던 것이다.


이런 사례도 떠올랐다. 사내 신입 직원들 연수 과정에서 그들이 실무에서 쓰게 될 보고서에 대해 강의한 적 있다. 과거의 예산 집행의 타당성을 검토하는 사례 문제에서 한 친구가 "효과도 없는 유튜브 광고에 돈을 많이 쓴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썼다. 이를 보고 나는 "효과도 없다"는 건 누구의 생각인지, 당시 그 친구가 유튜브를 이용할 때 광고는 '귀찮기만 하고 빨리 넘겨야 하는 것'으로 여겨 유튜브 광고는 효과가 없다고 단정한 것은 아닌지, 실제 구글 수익의 대부분은 광고 수입이고, 많은 회사가 바보가 아니면 효과도 없는 유튜브 광고를 할 리가 없지 않은지 물었다. 그때 나도 그 친구에게 피드백을 주면서 어렴풋이 저것은 주관적인 의견이라고만 생각했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이 역시 합의의 정도가 핵심인 것 같다. 나나 다른 누군가는 유튜브 광고가 효과가 없다는 논리의 연결에 쉽게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 이런 주장을 하려면 왜 유튜브광고가 효과가 없는지, 다른 사람들도 동의할만한 더 구체적인 근거를 연결시켜야 한다. 그 친구에게 피드백을 하면서 나 스스로도 보고서 쓸 때 이 부분을 늘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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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이 짤이 생각났다. 데이터, 정보, 지식, 통찰, 지혜, 음모론에 대해서 직관적으로 설명하는 귀여운 이미지다. "에디토리얼 씽킹"은 이 짤을 아주 세세하게 설명한 책과 같다. 통찰과 지혜를 도출하는 과정과 이를 연습하기 위해서 해야 하는 일들. 그리고 여기서 도출해 낸 생각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표현해야 하는지까지. AI와 함께 일하는 시대에서 더욱 중요해지는 능력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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