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의 신작이 나온다고 해서 몇 주 전부터 개봉을 기다렸다가 개봉 첫 날 봤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영화감독은 박찬욱이다. 그의 영화는 늘 새롭고 신선한 것을 보여준다. 폭력적이고 과격하면서도 등장인물의 심정에 공감되게 하고, 아름다운 미장센이 존재하며, 쉽게 예측하기 어렵지만 개연성이 높은 탄탄한 스토리 라인을 갖추고, 진한 여운을 주는 작품을 만드는 감독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나는 영화를 보면서 불편함을 느끼고, 그 불편함 속에서 평소에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떠올리거나, 평소에는 접하기 어려운 감정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박찬욱 감독이 특히 그런 부분을 잘 보여준다고 본다.
이번에 개봉 첫날 관람한 "어쩔수가없다"도 그런 영화다.
큰 틀에서 주제는 "사양 산업에서 공장 자동화를 통해 대체되는 인간의 절망과 위기"다. 봉준호 감독이 늘 주제의식으로 삼아온 "현대 계급사회에 대한 비판"을 박찬욱 감독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낸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구조적인 위기 속에서 가족이 함께 (범죄를 서슴지 않으며) 이를 이겨내는 과정은 영화 '기생충'을 오마주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인디언 분장을 한 댄스파티나, 타인의 정사 장면을 엿보는 장면 등에서도 '기생충'이 떠올랐다. 그러나 그 안에 담긴 내용은 박찬욱 특유의 절망과 불편함으로 가득하다.
실직, 그로 인한 상실감, 경제적 위기,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자식, 범죄를 저지르는 자식, 배우자의 외도, 그리고 상대를 죽여야만 살아남는 상황, 급기야는 범죄까지... 개인의 삶에서 하나만 겪어도 감당하기 힘든 불행들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관객을 불편하게 만든다. 그 의도된 불편함 속에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나는 박찬욱 감독의 전작 "헤어질 결심"을 그의 최고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이 영화를 상업영화로 만들었다고 했지만, 내게는 여전히 예술영화였다. 섬세하면서도 폭력적인 그의 표현 방식은 대중에게 충분히 어필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래도 200만 관객이면 적은 수는 아니다.)
"어쩔 수가 없다"는 이병헌과 손예진이라는 배우가 출연해 처음에는 좀 더 대중성을 노린 게 아닌가, 본래의 색을 잃지는 않을까 걱정했었다. 그러나 이는 기우였다. "헤어질 결심"보다 훨씬 더 불편하고, 폭력적이다. 즉, 박찬욱답다. 오히려 전작과 비교한다면 "올드보이"와 비슷한 결을 느꼈다.
개인적으로는 4.5점을 주고 싶은 수작이다. 다만 대부분의 관객은 긴 러닝타임 동안 불편함을 느끼며, "내가 왜 돈 내고 이렇게 불편해야 하지?"라는 생각을 할 것 같다. 이 영화 좋다고 말하면 다들 이상한 눈으로 쳐다볼 것 같은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