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효주 May 27. 2021

칭찬을 해봐요.

어떻게, 무엇을 칭찬해야 하는지막막하신 분들께.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칭찬은 중요합니다.  칭찬은 누군가의 기분을 북돋아 주어야 할 때나 교육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니 특히 부모-자녀 관계에서 '칭찬'은 더욱 중요하겠지요. 그런데, 부모-자녀 관계에서, 아이에게 어떨 때, 무엇을 어떻게 칭찬해줘야 할지를 모르겠다고, 칭찬을 어려워하시는 부모님들이 참 많습니다. '칭찬'을 주고받는 상황 자체에 미숙하신 분들도 많이 있고요.

 

그런데, 참 재밌게도, 상담심리나 임상심리를 하는 사람들은 늘 사람을 대하고 선생님이나 부모만큼 상대방을 잘, 자주 칭찬해야 하는 사람들인데도, 칭찬을 어려워하기도 합니다. 누군가에게 칭찬을 제대로 한다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인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본인이 칭찬에 미숙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는 게 오히려 다행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누군가를 칭찬하는 게 어렵고, 미숙한 제일 큰 이유는 무엇일까요? 어쩌면, 본인이 제대로 된 칭찬을 받아본 적 없기 때문에, 칭찬을 해줄 수 없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니, 칭찬에 미숙한 사람이, 그러니까 어쩌면 칭찬을 제대로 받아보지 못했던 사람이, 누군가를, 특히 자녀에게 칭찬을 잘 또는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무턱대고 자녀에게 마구마구 칭찬하면, 아이들이 부담스러워 할 수 있고,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습니다. 안 하던 칭찬을,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는 칭찬을 그래도 어떻게든 해보겠다고, 이래저래 연습을 해보는 그 마음이야 좋은 거지만, 과도한 또는 부적절한 칭찬으로 오히려 자녀와의 관계가 껄끄러워질 수도 있으니, 이왕 연습할 거, 효율적으로 연습하면 좋지 않을까 합니다.


그래서, '칭찬'에 대해 제가 상담을 배우고 일하면서 알게 된 팁을 전달을 해드리려고 합니다.




일단, 부모님께서, 자녀를 왜 칭찬해주어야 하는가부터 고민을 좀 해보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칭찬을 한다면, 어떻게, 무엇을, 언제 칭찬해야 하는지도 같이 고민해 보면 좋겠습니다.


그러게요. 그런데, 왜 칭찬을 해야 할까요? 칭찬을 왜 하지요? 왜 굳이 칭찬이어야 할까요?


학습 심리학자들은, 일찍이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는 과정에서 '칭찬'이 큰 효과가 있다는 점에 대해서 밝혀주었습니다. 오죽하면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책까지 나왔겠습니까. 그러니까 칭찬은 (1) 교육적으로 효과가 좋습니다. 그리고 '칭찬'을 잘하면, 부모-자녀 관계가 좋아집니다. 그러니 '칭찬'은 (2) 관계 면에서 효용이 있습니다. 


칭찬의 교육적인 측면을, 조금 더 자세히 설명을 해드리면, '칭찬'으로, 상대방(자녀)이 새롭게 습득하기를, 또는 오래오래 지속하기를 바라는 행동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쉽게 생각해 볼게요. '칭찬'을 받은 행동은, 또 해야 할 것 같고, 또 하고 싶고, 계속해도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지 않나요? 그냥, 딱 이런 것 때문에, '칭찬'이 교육적인 효과가 매우 강력하다고 합니다. '칭찬'을 받으면, 기분이 좋아서, 그 행동을 계속하고 싶어지는 거, 우리 모두 무엇인지 모르지 않지요? 그러니까, 아이가 계속해야 하는 행동을 할 때, 아이가 옳은 행동 또는 좋은 행동을 하고 있다는 걸 알아봐 주는 것만으로도, 아니 사실 이걸 알아봐 줘야 칭찬으로서의 효과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아이에게 '밥 먹자'라고 했을 때, 보통 아이들은 세 번 정도 같은 말을 해야 부모님이 하는 말을 들어줍니다. 그런데, 어느 날은 '밥 먹자'라고 했는데, 그 말을 듣고 한 번 만에 밥상 앞에 앉아 있는 거예요. 그럴 때, "한 번만에 듣고 오다니! 감격이다!"라고 해주세요. 이게 칭찬입니다. 꼭 '잘했다'라는 말이 들어가지 않아도 칭찬을 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눈에 띄게 훌륭한 행동을 했을 때, 찬사를 보내는 것만 칭찬이 아닙니다. 그러니 아이가 뭔가 출중하고 좋은 행동을 하기를 억지로 발견하려고 하지 마세요. 교육적인 면에서 봤을 땐, 아이가 하지 말았어야 하는 행동을 하지 않은 걸 알아봐주고, 유지해야 하는 행동을 계속하고 있다는 걸 알아봐 주는 게, 진짜 칭찬입니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일상에서 아이가 하는 행동이나 말 중에서, 무엇을 알아봐 줘야 할지, 그리고 무엇을 말하는 게 칭찬이 되는지, 분명한 기준을 잡으실 수 있을 거예요.


만약, '밥 먹자'는 말을 딱 한 번 했는데, 아이게 밥상 앞에 딱 앉았을 때, '네가 한 번에 오고 웬일이냐'라는 식으로 반응을 하면, 아이 입장에서 어떤 기분이 들까요? 바람직한 행동을 보인 아이에게 기분이 나빠질 법한 반응을 보이시면, 아이는 그다음엔 바람직한 행동을 또 해볼 마음이 생기지 않을 거예요

만약, '밥 먹자'라는 말을 세 번이나 반복하고서야, 아이가 밥상 앞에 앉았을 때, "왜 너는 한 번에 오는 적이 없냐."라는 말을 들으면, 아이는 분명 자기가 잘못된 행동을 했다는 걸 알긴 알 거예요. 하지만, 이런 말을 여러 번 반복해서 듣는다고, 아이가 다음에는 '밥 먹자'라고 말하면 곧장 밥상 앞으로 올까요? 여러분들은 아마도 경험적으로 알고 있을 거예요. 이런 식의 훈육은 그다지 효과가 없었다는 것을요.


아이가 바람직하게 행동했을 때, 그것을 알아봐 주는 것이 진짜 칭찬이고, 이러한 칭찬을 통해 바람직한 행동을 강화하면 교육적으로 좋습니다. 그리고 훈육과는 달리, 부모-자녀 관계에서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낮고요. 네, 그렇습니다. 칭찬은 비단 교육적인 효과만 있는 게 아니라, (2) 관계 자체에 윤기와 활력을 더해주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누군가의 무언가에 대해 칭찬을 하려면, 상대방의 '선한 의도'를 파악하는 게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이 '선한 의도'가 '강화'되어야 할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칭찬'을 잘하려면, 우선 '선한 의도'를 찾아야 합니다. 그리고 '선한 의도'를 찾는 힌트는 상대방이 해야 하는 '바람직한 행동'은 무엇인지, 또는 상대방이 하는 행동 중에서 '무엇을 강화할 것인가?'라는 질문과 관계가 있습니다.





정말 어려운 상황에서도, 칭찬할 거리를 찾아낼 수 있다는 걸 설명드리기 위해 극단적인 예를 한 가지 더 들어볼게요. 아이가 공부를 해야 하는 걸 알기는 하지만, 너무 하기 싫어서 툴툴대고 싫은 티를 팍팍 낼 때가 있을 거예요. 그럴 때, 우리는 아이 마음에 있는 ‘선한 의도’를 발굴해내야 하고, 그걸 토대로 아이를 칭찬해줄 거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잘 생각해 봅시다. 만약, 공부하기를 싫어하는 아이가, 공부의 필요성에 대해서 잘 모르거나, 공부를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고 여긴다면, 아이가 어떻게 행동할 거라고 짐작이 되나요? 맘 편히 안 합니다.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고 하기도 싫은 걸 뭐하러 해요, 마음 불편해하면서. 그러니까, 어쩌면, 싫은 티를 팍팍 낸다는 건, 아마도 공부를 해야 하는 걸, 공부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알고 있다는 거겠지요? 싫든 좋든 본인에게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는 건, 바람직한 마음가짐입니다. 그리고 원래 공부가, 늘 재미있는 것도 아니고요. 보통은 하기 싫을 때가 더 많지 않나요? 공부가 원래 그런 건데, 아이가 그래도 본인에게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는 건, 참 다행한 일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어떤 아이들은 공부를 하지 않았을 때, 부모님이나 선생님께 혼이 날까 봐 걱정이 돼서 억지로 하는 아이들이 있기도 합니다. 딱히 공부가 좋은 것도 아니고, 왜 하는지도 잘 모르지만, 그냥 하는 거예요. 어른들이 시키니까요. 안 하면 혼이 나고요. 이런 아이들은, 사실 누군가와의 관계를 해치고 싶지 않거나, 혼이 나서 자신의 마음에 상처가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습니다.


그럼, '공부가 본인에게 필요하다는 건 알고 있는 것'과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걱정하고, 자신의 마음에 상처가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것' 모두, 아이가 자기 자신을 위하는 마음이 있다는 게, 보이시나요? 그리고 이 '자기 자신을 위하는 마음'은 바람직해서 유지가 되어야 하는 마음일까요, 바람직하지 않아서 사라져야 하는 마음일까요?


아마, 선 듯 동의하기 어려울 수는 있겠지만, 머리로는 이해되실 수는 있을 거예요. 자신을 위하는 마음은 유지되어야 하는 바람직한 마음이라는 것을요. 그러니, '공부하기 싫어서 툴툴대고 싫은 티를 팍팍 낼 때', 아이의 ‘불편한 마음’ 안에 ‘자신을 위하는 마음’이 있다는 걸 알아주고 반영해주면, 그게 곧 칭찬이 됩니다. 실제로 공부를 하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이렇게 ‘공부하기 싫어 마음이 불편하다’는 사소한 순간에도 ‘자신을 위하는 마음’이 있다는 걸 느끼면, 스스로를 생각보다 소중히 여기고 있다는 걸 인지하게 될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불편한 감정에도 '좋은 의도'가 있다는 걸 경험적으로 인식했을 거예요. 그러면... 나중에라도 자신이 뭔가 나쁜, 불편한 마음이 생겼을 때,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해 자신의 좋은 의도를 찾으려고 하게 되지 않을까요? 


이게, 제대로 된 칭찬에서 기대할 수 있는 궁극적인 효과입니다. 





자, 그리고 우리는 '칭찬'에 익숙해지기 위해, 셀프 칭찬을 해보자고요. 우리는 생각보다 스스로에 대한 칭찬에 인색합니다. 자기를 제대로 칭찬할 줄 모릅니다.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칭찬하는 걸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울 때가 있고, 다른 사람에게 칭찬하는 게 어렵거나 어색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면, 칭찬에 미숙한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스스로가 자신을 칭찬하고, 이걸 받아들이는 셀프-칭찬이 가장 쉽고 효과적이며 효율적인 노력이고 방법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스스로를 어떻게 칭찬할 수 있을까요?


만약, 여러 분 중에

 "나는 내 행동이나 결과물이 참 탐탁지가 않다., 잘한다고 나름 인정도 많이 받고, 스스로도 나아지고 있다는 것도 느끼지만, 게으른 생활이 싫고 웬만큼 잘 지내면서도 스스로에게 만족하지 못하는 나 자체도 참 탐탁지가 않다. 그래서 때때로 울적하고 고통스럽고 싫다. 게으른 것도 싫고 만족하지 못하는 나도 싫고. 무엇보다 쉬어야 할 때 맘 편히 쉬지 못하고 스스로를 달달 볶는 게 싫다."


이런 분이 계시다면, 아마도 스스로가 탐탁지 않은 건, 자신에 대한 평가 기준이 높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쩌면, 이미, 이렇게 높은 평가 기준을 갖고 있는 것 자체도 싫을 수도 있겠죠.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다 보면, 나는 왜 나에 대한 기준 하나 조절하지 못할까 이런 식으로 불만이 번질지도 모릅니다. 이쯤 되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시간을 보내다가 '이게 그냥 나인가 보다'라고 결론이 날지도 모릅니다. 또는 기준이 높은 걸 뭐, 이제 와서 어쩌나, 과거가 있고 그렇게 길러졌으니, 이런 나를 이제 뭐 어째, 뭐 이런 식으로 생각이 흐지부지 끝날 지도 모릅니다.


이런 분들이라면, 그 높은 기대를, 그 망할 욕심을, 그 힘들고 고통스러운 와중에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끌어안고 있다는 거 자체를, 스스로 알아봐 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니까, 그 욕심으로, 남들보다 더 나은 성취를 이뤄냈을 수도 있고, 자신이 가진 조건이나 역량보다 더 높게 나아갔을 수도 있을 테니까요. 비록 그래서 남들보다 속은 더 끓이지만요. 그리고 이렇게 남들보다 그렇게 속을 더 끓이면서도 잘 참았고, 그렇게 힘든 와중에도 성장까지 하려고 정말 애를 많이 썼구나 라고, 그간 고생해온 자신을 위로해줄 수도 있을 거예요. 양쪽 어깨를 토닥토닥 두들겨 주면서요. 그리고, 그렇게 어깨를 토닥토닥하면서는, 심지어, 스스로를 이렇게 알아주는 마음이 생겼구나라고 하면서, 스스로에게 감사할 수도 있을 거예요.


사실 어느 한순간, 스스로를 칭찬하고, 위로하고 감사하는 마음이 든다고 해도, 기준이 높은 분들은 언젠가 또는 조만간 스스로가 탐탁지 않을 때가 또 찾아올 겁니다. 그래도 욕심 때문에 내가 성장했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욕심이 과한 게 이전처럼 불쾌하거나 불편하거나 고통스럽진 않을지도 모릅니다. 사실, 욕심이 많은 분들이, 욕심이 적은 분들에 비해서, 같은 조건에서는 더 성장할 수 있는 게 맞긴 하거든요.


그리고, 사실, 대충 만족하는 마음도, 성장을 멈추고 싶은 마음도, 게으르고 싶은 마음도 다 소중합니다. 이런 마음들이 있어야, 인생의 힘든 어느 한순간, 진짜로 마음 편하게 쉴 수 있게 되니까요. 그리고 이렇게 마음 편히 쉬어야, 내가 탐탁지 않아서 뭔가 열심히 하려고 할 때 지치지 않고 계속해나갈 수 있어요. 계속 열심히만 살 순 없잖아요.


이런 식으로 자신을 칭찬하는 거, 안 해봤던 거기 때문에 처음에는 억지로 해야 하지만, 자꾸 하다 보면 습관 됩니다. 그리고, 없던 습관을 새로 만들기 위해서는 억지로 노력해야 합니다.


그러니, 우리 모두, 자신을 위해 그리고 우리의 아이들을 위해 셀프-칭찬을 해봅시다!




작가의 이전글 마음을 알아주는 훈육 (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