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효주 May 25. 2021

마음을 알아주는 훈육 (2)

훈육에도 적극성과 융통성, 그리고 창의력이 필요하다

부모님들은 하루에도 수 십 번,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하라고 하거나 무언가를 하지 말라고 합니다.


흔한 아침 풍경을 예로 들어 볼까요?


누구야, 

일어나. 

밥 먹어. 밥 먹으면서 딴짓하지 말고.

씻어.

옷 입자. 돌아다니지 좀 말고.

이제 신발 신어야지.


하루 일과를 시작할 때부터, 부모님은 아이(들)에게 뭔가를 하라고 하거나, 하지 말라고 하는 말을 아주 많이 합니다. 그러면 아주 어린아이도, 다 큰 것 같은 아이도 부모님으로부터 저런 요구나 지시들을 계속 듣는 거예요. 그런데 부모님으로부터 이런 요청이나 지시를 들은 아이(들)가, 부모님이 시키는 대로 곧장 행동을 하나요? 과연 몇 번이나 같은 말을 반복해야 아이들이 부모님의 말을 들어나 줄까요?


제가 이 질문을 상담에서 만난 부모님들과 평소에 만나는 여러 부모님들께 여쭤봤는데요, 정말 거짓말같이 거의 대체로, '같은 말을 한 세 번 정도 반복하면 그때는 말을 듣고 따라주는 편'이라는 답을 들었습니다. 제가 이 답을 들을 때마다 재밌더라고요. 우리 집 어린이들도 비슷하게 한 세 번 정도 이야기할 때, 시킨 대로 움직일 때가 제일 많거든요. 아마도 아이들은, '부모님이 시킨 대로 하려면, 세 번은 같은 요청을 들어야 한다.'가 기본값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아이들에게 뭔가를 시키려면, 기본적으로 세 번까지는 말을 해봐야겠구나 하는 생각도 함께요.


그런데, 부모님 입장에서는 아이들에게 한 번 말했을 때, 아이가 발딱 일어나서 시킨 대로 하지 않으면 “말을 안 듣는다”라고 느껴지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니까 '세 번이나 말을 해야 겨우 알아듣는' 건, 부모가 하는 말을 제대로 안 듣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아이들은 매번 부모님의 말을 제 때, 제대로 안 듣는 게 되는 거지요. 그러면 부모님 입장에서는, 처음에 뭔가를 하라고 말할 때와 두 번째 말할 때, 세 번째 말할 때는 목소리 크기도 말투도 달라질 수 있겠죠? 또는 “왜 말을 안 듣냐?”라고 더 크게 몇 번 더 같은 말을 반복하다가 언성이 높아질지도 모릅니다.


그러다가 세 번도 넘게 같은 말을 했는데도 아이들이 시키는 걸 하지 않으면, 무시당했다는 생각에 감정이 확 상해버리고 버럭 화도 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아이가 부모님이 여러 번 같은 말을 계속하는데도, 시키는 대로 하지 않는다면, 또는 혼을 내는 데도 시키는 대로 안 하고 하지 말라는 걸 계속한다면, "얘가 나를 무시하는 건가?", 또는 "반항하나?"라는 생각이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이런 생각이 들면, 표정이나 오고 가는 말이나 행동, 분위기가 험악해져 갈 것 같습니다.


그런데요,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 합니다.


“이렇게 말로 하는 건 쟤한테 안 먹히는구나”

"아무리 여러 번이라고 해도, 이런 식으로 말로 하는 건 쟤한테는 소용이 없구나."


그러니까, "씻어"라고 세 번 정도 말을 했는데도, 씻으러 가질 않거나, “하지 마”라고 세 번 정도 말했을 때까지 행동을 그만두지 않으면, "씻어", "하지 마" 이란 말은, 이제, 그만 해보자고요. 같은 말을 세 번 이상 반복하는 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습니다.





같은 말을 세 번 이상 하지 않고, 아이들의 문제행동을 제지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구상해보기 위해, 흔한 상황을 예로 들어보려고 합니다. 요즘 많은 가정에서 층간 소음이 문제가 많지요? 그래서 층간 소음과 관련된 상황을 가정해 볼게요. 거의 매일 밤마다 아이에게 밤에는 뛰지 말라고, 말씀하고 있지 않나요? 그리고 우리는 또 어느 날 "밤에는 뛰지 말자."라고 세 번 정도, 불편한 마음을 참아가며 예쁘게 말을 할 거예요. 그런데도, 우리 어린이들은 또 뛰지요.


그러면 많은 부모님들께서는, 애써 침착하게


"지금 뛰면 아랫집에서 뭐라 해"

"안돼"

"뛰면 안 된다고 했지"

"조용조용 걸어 다니자" 


등등의 추가적인 설명과 훈계를 하실 거예요. 그런데, 어쩌면 많은 아이들은 이런 말을 아무리 여러 번 들어도 아마 또 부주의하게 쿵쾅쿵쾅 걷거나 또 뛸 거예요. 아아.. 우리 아이가 또 이러면 이젠 어찌해야 할까요?


훈육의 대 원칙은, 행동은 제한하고 마음은 알아주는 것입니다. 말은 참 쉽고 그럴싸 하지요? 이 쉽고 그럴싸해 보이는 말을, 위의 예시 상황과 묶어서 좀 더 쉽게 말씀드려 볼게요. 몇 번을 다른 말로 여러 번 뛰지 말라고 하는데도 또 뛰는 아이가, 더 이상 뛰지는 못하게 제한하면서, 밤에도 집에서도 뛰고 싶어 하는 마음을 알아주는 게, 훈육의 대 원칙대로 아이를 혼내는 겁니다.


아주 (실현이 가능한 건지 조차 의심스러운) 이상적인 훈육이죠? 


“밤에는 뛰지 마”라는 말은 행동을 제한하기 위한 말입니다. 그러니까 이미 많은 분들이, 훈육의 기본 원칙 중에 행동을 제한하는 건 어렵지 않게 하고 있으신 거라고 볼 수 있겠죠. 그런데 말입니다, 같은 말을 한 세 번번이나 했는데도, 아이의 행동을 제한하는 데 실패했다면, 같은 말을 계속해서 반복하는 게 행동제한에 과연 효과적인 걸까 고민을 해보자는 거예요. 크게 말하건, 조용히 말하건, 예쁘게 말하건, 세게 말하건, 그냥 “밤에 뛰는 거 아니야” 이런 훈계를, 여러 번 반복해도, 아이가 계속 뛴다면


"별 효과도 없는 말을, 나는 왜 자꾸 반복하는가?"


이런 걸 점검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아이가 밤에 못 뛰게 하는 제일 좋은 방법 중에 하나는, 아이가 공중으로 뛰어오르려고 할 때 또는 공중으로 뛰어올랐을 때, 바닥에 착지하지 못하게 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좀 웃기죠? 그러니, 나이가 서너 살 이너 대여섯 정도 되는 아이라면, 서너 번 뛰지 말라고 해도 또 뛰면, 차라리 가만히 들어서 안아주세요. 아니면 다른 놀이를 해주세요. 행동을 제한하는 말이 별다른 효과가 없다면, 말보다는 훨씬 더 직접적인 대안들을 더 적극적으로 창의적으로 고민해보자고요.


사실, 아이들에게 말로만 하지 말라고 혼내는 건, 지극히 수동적인 대응입니다. 뛰지 말라고 여러 번 말하고 왜 뛰면 안 되는지 조곤조곤 이유를 설명하는 건, 훈육을 위해 다 필요한 내용들입니다. 하지만 이걸로는 충분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애들은 이런 말 만으로 훈육을 그치면, 또 뜁니다. 그러니, 밤에는 뛰는 거 아니라고 여러 번 이러저러하게 말을 바꿔가면서 설명도 하고 혼을 냈는데도 아이가 계속 또 뛴다면, 차라리 아이를 들어서 안아 주세요. 그리고 "밤에도 신나게 놀고 싶지?", 또는 "집에서도 뛰어놀고 싶지?"라고 물어봐 주세요. 이건 아이의 마음을 알아주는 질문이 될 수 있습니다.



훈육을 해야 할 때마다, 늘 이런 식으로 하시라는 건 아닙니다. 다만, 이 글을 보신 후라면, 언젠가, 열 번에 한 번이라도 이 글이 떠오르면, 훈육에도 적극성과 융통성, 창의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보시고, 여기에서 제안한 방법대로, 아이의 행동을 제한하면도 마음을 알아주는 훈육을 한 번 해보시길 제안해 봅니다.

작가의 이전글 마음을 알아주는 훈육(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