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면허 갱신 신청을 면허증 분실로 인해 경찰서로 직접 방문해야 했다. 지하철역 자동사진기계 인지 사진자동기계인지 하튼 그 기계에서 찍은 늙다리귀신처럼 나온 사진을 가지고 경찰서로 갔다.
신청서와 사진을 담당 직원분에게 건네주고 앞에서 기다리는데 직원이 이사진은 안된다고 한다. 순간 아무렇게나 찍은 사진이 너무 심했나 싶어 "사진이 잘못되었나요? 수정은 일도 안 했는데" 언제 찍은 거냐고 묻는다. 여기 오기 전 바로 찍은 사진이라고 답했다. 지금 내 꼬락서니 보면 아실 것 같은데 왜 그럴까 싶은데 직원분은 다시 나를 한번 쳐다보더니 웃는다. 모니터에 뜬 10년 전 나의 운전면허증 사진이 지금 사진과 똑같다며 같은 사진은 사용할 수 없다고 한다."네? 저 늙다리 사진이 10년 전 운전면허증 사진하고 똑같다고요?" 10년 전에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길래 지금 이 모양 이 꼴이었나 싶어 잠시 생각해 보니 그때가 남편 사업실패로 정말 힘들었던 시절이었다. 급 남편이 떠올라 급 화딱지가 치미는데 직원분은 계속 웃으며 10년 동안 하나도 안 늙었다며 동안 비결이 뭐냐고 묻는다. 어찌나 유쾌하고 큰소리로 말하던지 그 직원분 주위 사람들이 죄다 나를 쳐다본다. 창피하고 민망해 들릴 듯 말 듯 조용하게 "동안이 아니라 10년 전에 미리 많이 늙어버려 그래요" 그 직원분은 "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진짜 동안이세요. 나이보고 깜짝 놀랐어요. 누가 이 나이로 보겠어요. 이런 말 많이 들으시죠?" "에이 안 그래요. 요즘 다들 동안이라 전 동안축에 못 껴요."그 말을 남기고 접수가 끝난 나는 감사하다고 인사하고 밖으로 나왔다.
예전엔 그런 립서비스가 매우 불편했다. 필요도 없는 말을 굳이 왜 하는지 진심도 아닌 말로 단지 상대의 기분을 좋게 하기 위해 뱉어 내는 말은 사람들의 환심을 얻기 위함이라 생각했다. 근데 나도 늙었다보다. 말랑말랑한 그 말에 마음속 화딱지가 뭉개졌다. 늙어 가는 건 좋은 게 하나도 없다. 그러니 그 뻔한 말에 위로를 받기도 한다. 괜히 아까 떠오른 과거의 일로 남편을 마음속으로 후려갈긴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휴대폰을 들고 이리보고 저리보고 각도를 맞추고 산발한 머리를 풀었다 헤쳤다 하며 경찰서 문 앞에서 셀카를 찍어 남편에게 보냈다. 어디서 머리끄덩이 잡고 싸우다 경찰서에 잡혀 간 거냐며 답이 왔다. 이런 늙은 곰탱이...
그래 오늘은 봐준다. 아니 한 달 정도는 봐줄 수 있을 것 같다. 동안인 내가 참아야징 어쪄겠는가.경찰서 직원분의 막강 립서비스 덕분에 울 신랑은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