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보일드 한 스토리와 시골생활

- 참 불편한 진실

by 노란하마

작년에 우리 마을에 들어선 현대식 건물입니다. 무인 모텔? 아닙니다. 펜션? 그것도 아닙니다. 공공하수처리장입니다. 축사와 가정에서 나오는 오폐수를 정화시켜 개천으로 방류하는 기능을 합니다. 우리 마을은 북한강의 최상류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개천에서 흐르는 물줄기는 화천 파로호로 들어가 화천댐을 거쳐 춘천댐, 의암댐, 청평댐, 그리고 팔당댐으로 빠져나가 한강 물줄기를 이루게 됩니다. 그러니까 이곳은 최상류의 상수원 보호지역인 셈이죠.



그런데 개천을 보면 모래와 자갈은 하나도 없고 전부 잡초뿐입니다. 습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경안천이나 탄천보다 더 어수선합니다. 콘크리트 보가 자연스러운 물의 흐름을 인위적으로 막아 생긴 게 아닌가 싶습니다. 과거에는 정말 깨끗했습니다. 자갈과 모래가 많아 물떼새가 알을 낳아 새끼를 키우는 게 흔한 일이었는데 요즘은 전혀 볼 수 없습니다. 까마귀 떼만 극성입니다. 예전에는 냇가에서 김장도 했고, 식수로 그냥 먹어도 별 문제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요즘은 어림없습니다. 지하 20m에서 끌어올린 물도 먹을 수 없습니다. 수질 검사를 해보았더니 질산성 질소의 수치가 높아서 식용으로는 부적하다는 결과를 받았거든요. 오랫동안 비료와 농약을 사용하는 관행농법과 축산 폐수와 생활하수가 땅속으로 스며들었기 때문이겠죠. 농촌 어디나 다 비슷한 현실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읍내 슈퍼마켓에 삼다수 생수 묶음이 산처럼 쌓여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편의점 입구마다 생수가 진을 치고 있습니다. 산 좋고 물 좋다는 아이러니 하게도 강원도 최북단 접경지역에서도 생수를 먹는 사람들이 많은 게 현실입니다. 중국집에서 다른 중국집의 요리를 시켜 먹는 꼴입니다.



물은 생명의 근원입니다. 물이 오염이 되면 인간의 생존도 위기를 맞게 되죠. 다행인 건 공공하수처리장이 곳곳에 들어서고, 지역 주민들의 자연환경과 물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는 겁니다.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않습니다. 쓰레기 분류도 잘하고요. 농약도 저농약으로 대체하거나 제초제 사용도 극히 제한하고 있습니다. 땅이나 물이 한번 오염되면 그것을 회복하는 게 너무 어렵다는 걸 잘 알기 때문입니다. 이런 노력을 지속적으로 하면 언젠가는 더 깨끗해진 물줄기를 볼 수 있겠죠.

그나저나 흐르는 물이 제 자리로 다시 돌아오기까지 천 년이 걸린다고 하던데 천 년 뒤의 물은 그냥 퍼 마셔도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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