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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란하마 Sep 17. 2021

영화 <파운더>에 대한 단상

- 불편한 인간시대 같은 느낌이 드는 이유는?

 

  

  돈을 많이 벌고 싶습니까?

  사업으로 크게 성공하고 싶은가요?

  경쟁자를 꺾고 위너가 되고 싶습니까?

  딕과 맥의 형제에게서 맥도날드를 거머쥔 레이 크록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합니다. ‘난 물에 빠진 경쟁자의 입에 호스를 꽂아 넣을 거야.’ 결국 물에 빠진 경쟁자의 입에 호스를 꽂아 넣겠다는 레이 크록은 맥도날드 왕국을 건설하고, 딕과 맥은 맥도날드 무대에서 사라지고 맙니다.   

  <파운더>는 맥도날드 햄버거가 어떻게 세계적인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로 성공했는지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블라인드 사이드>를 연출했던 존 리 핸콕이 감독이고, 주인공 레이 크록은 <배트맨>과 <버드맨>에서 매력적인 연기를 보여줬던 마이클 키튼이 맡았습니다.


  한국전쟁이 휴전이 된 이듬해죠, 1954년 미국에서 쉰 살이 넘은 세일즈맨 레이 크록은 밀크셰이크 믹서기를 팔다가 우연히 맥도날드 형제의 가게에서 30초 만에 햄버거를 만드는 시스템을 보게 됩니다. 본능적인 사업가의 기질이 있는 레이 크록의 촉수가 그걸 그대로 두지 않습니다.  

  레이 크록은 딕과 맥 형제에게 끈질기게 접근해서 결국은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는 동업자가 됩니다. 주문과 거의 동시에 햄버거가 손에 쥐어지는  맥도날드 매장은 순식간에 소비자들의 눈길을 끕니다. 당연히 프랜차이즈도 늘어나게 되죠. 그런데 문제가 발생합니다. 매장은 엄청나게 늘었지만 수익은 코끼리의 비스킷 같이 볼품없었습니다. 지나친 관리비용이 문제였죠. 거기다 공격적으로 프랜차이즈를 늘리는 레이 크록의 경영방식을 딕과 맥은 못마땅해합니다. 때로는 계약서의 조건을 들이대며 레이 크록의 발목을 잡기도 합니다.

  그렇게 사사건건 브레이크에 걸려 고민을 하다가 레이 크록은 신의 한 수를 두게 됩니다. 프랜차이즈 부동산 주식회사를 세웁니다. 레이 자신이 부지를 구매해서 지점에 그 땅을 임대하는 거죠. 이렇게 되면 꾸준히 매출이 생기게 되고, 사업을 확장시킬 자본이 쌓이게 됩니다. 그 자본으로 더 많은 땅을 매입하고, 더 많은 지점을 낼 수 있는 거죠. 땅이야말로 바로 돈이 되는 겁니다. 햄버거 장사가 아니라 부동산 사업을 하게 되는 거죠. 레이는 그를 통해서 지점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프랜차이즈 사업을 확장하는 레이에게 딕과 맥이 계약서 사항을 들이대며 모든 변경사항은 서면 허가를 받아야 한다면서 다시 브레이크를 겁니다. 레이는 단호하게 말하죠.

  “레스토랑 내부의 일은 전적으로 자네들 소관이야. 하지만 밖이나 위아래는? 자네의 권한은 문과 바닥에서 끝나.”



  결국은 딕과 맥 형제는 270만 불을 받고 맥도날드를 레이에게 넘기게 되죠. 수표를 받은 뒤 화장실에서 마주친 레이에게 딕이 레시피나 시스템을 다 알면서 왜 굳이 맥도날드를 사려고 한 것인지를 묻죠. 레이는 딕도 모르고 있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중요한 건 체계가 아냐. 이름이 중요한 거지. 맥도날드라는 영광스러운 이름.”

  아무리 콘텐츠가 좋다고 해도 그걸 확장시킬 동력이 없으면 글로벌 브랜드가 되는 건 불가능합니다. 딕과 맥 형제의 콘텐츠는 좋았지만 비즈니스적인 감각은 거의 없었던 겁니다. 거기에 비해 레이는 세계를 지배할 햄버거의 야망을 가지고 있었던 거고요. 레이의 대사에서 그게 확 와닿습니다.

  “남들은 앞으로 나가는데 난 왜 멈춰야 하는 거지?”

  “소심한 생쥐처럼 굴면 왕국을 건설할 수 없죠.”

  초창기 맥도날드 창업자인 딕과 맥 형제, 그리고 맥도날드 왕국의 제왕이 된 레이 크록은 이긴 자가 모든 걸 차지하는 냉혹한 자본주의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맥도날드의 불편한 진실이기도 하죠. 어쨌든 맥도날드는 부동산으로 신화를 이루고, 햄버거 브랜드로 세계적인 기업이 됩니다.  

  경영학적인 측면에서 맥도널드의 성공요인은 동일한 재료와 규칙을 따르는 제품의 표준화, 정확한 계량과 조리법에 의한 제품의 균질화, 홍보비와 관리비 및 물류비 같은 생산비용 절감하는 통합운영의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렴한 가격과 빠르고 정확한 서비스를 빼놓을 수 없죠.



  영화를 다 보고 나서 햄버거 한 개에 15센트를 받고, 세트 메뉴로는 35센트를 받는 맥도날드가 구세군에 15억 달러를 기부하고, NPR에 수억 달러를 기부했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더구나 거의 모든 재산을 사회에 다 기부했다고 하죠. 그런 엄청난 일을 한 건 햄버거였지만 결국은 부동산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겁니다. 역시 사업에서는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고, 땅은 돈이 된다는 사실입니다.

  <파운더>에서는 낯이 익은 연기자들이 여럿 출연합니다. 레이 크록의 아내 역할을 맡은 로라 던, 레스토랑 주인 역할을 한 패트릭 윌슨. 그런데 캐릭터도 미미하고, 거의 존재감이 없습니다. 딕의 역할을 맡은 닉 오퍼맨과 맥의 역할을 맡았던 존 캐롤 린치 정도가 눈길을 끕니다. 하긴 레이 크록과 작용 반작용의 균형을 맞추는 역할이었으니까요. 저 개인적으로는  연쇄살인마를 다룬 <조디악>에서 알렌 역을 맡았던 존 캐롤 린치의 연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어쨌거나 <파운더>는 오직 마이클 키튼을 위한 영화였습니다. 그의 연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순수한 인간적인 탐욕과 거머리 같은 끈기에 거의 몸서리가 쳐졌습니다. 하긴 그게 사업하는 사람의 숙명이기도 하겠지요. 인간극장처럼 잘 만들어진 영화이긴 하지만 왠지 보기에 편치 않습니다. 성공을 위해서 상대를 냉혹하게 쓰러뜨리고, 아내까지 내치는 행동이 우리의 정서에는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요즘도 어쩌다 맥도날드 매장에 가게 될 때가 있는데 아무래도 햄버거의 맛이 예전 같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한국에서는 맥도날드가 도대체 얼마를 벌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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