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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란하마 Nov 09. 2021

케이트 윈슬렛이 출연한 영화 열 편

- 할리우드의 전설을 만들어가고 있는 배우

  <타이타닉> 1998년

  스토리, 연기, CG, 배경, 음악 그 모든 게 감각의 총량을 꽉 채워주는 영화입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케이트 윈슬렛의 절실한  사랑에 시선이 맞춰지지만 타이타닉 호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타고 있었고,  가슴 저리게 하는 삶들이 있었다는 걸 간과한다면 그건 마치 뷔페에서 한 가지 음식만 먹은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제임스 카메론은 참 위험하고 불온한 감독입니다. 타성에 젖은 감각에 불쑥 기습을 감행해 정신을 마비시키고, 심장을 얼어붙게 하니까요.


  <데이비드 게일> 2003년

  사형 폐지론자가 사형을 당하는 아이러니를 통해 사형 제도를 비판하는 영화입니다. 죽음으로 신념을 지키며, 그 신념은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냅니다. 그런 사람들이 있기에 시대가 녹슬지 않는 거겠죠.


  <이터널 선샤인> 2005년

  Change your heart!

 기적이 일어나는 건 불가능하지만 마음을 바꾸는 건 가능합니다. 그게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어줍니다. 아픈 기억을 지우고 만나는 사랑, 여전히 불완전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게 사랑의 숙명입니다. 두 사람이 불완전한 걸 극복하고 서로를 만들어가는 거죠. 영화를 보는 내내 아픈 기억을 지우는 건 사진에서 얼굴을 도려내는 것이나 다를 게 없다는 걸 느꼈습니다.  


  <리틀 칠드런> 2007년

  어른이지만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어른들의 이야기입니다. 욕망만 불쑥 커버린 아이가 어른으로 성장하는 이니세이션이기도 하죠. 영화 가운데 아동 성범죄자인 로니가 ‘착하게 살라’는 엄마의 유언에 따라 자신의 성기를 자르는 장면은 그냥 건너뛰고 싶습니다. 여자와 첫 미팅을 하고 난 뒤, 차를 함께 타고 이동할 때 로니가 아랫도리를 내리고 운전을 하는 여자를 바라보면서 마스터베이션을 하는 장면에서는 수컷으로서의 원죄의식과 수오지심이 느니다.  욕망은 즐거움의 에너지이면서 동시에 파멸의 근원이 되기도 합니다.


  <레볼루셔너리 로드> 2009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케이트 윈슬렛의 <타이타닉> 커플이 다시 만났습니다. 불꽃 튀는 사랑과 행복이 영원할 것만 같았던 결혼생활은 벽지처럼 낡아가면서 권태에 빠지게 되죠. 새로운 삶을 찾아 프랑스 파리로 떠나는 계획을 세우면서 활력을 얻게 됩니다. 하지만 그런 이상은 현실에 발목을 잡힙니다. 끝까지 파리로 떠나고자 하는 아내의 이상과 직장에 남으려는 남편의 현실이 부딪치는 부부의 연기는 이 영화의 압권입니다. 아, <타이타닉>의 로맨스도 현실에서는 어쩔 수 없구나! 하는 탄식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영화를 보다 보면 집안에 타이타닉 호의 그림이 옆으로 세워져 있는 게 눈에 들어옵니다. 참 깨알같이 짓궂 미장센이죠.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2009년

  스티븐 달드리 감독, 미치게 좋습니다. <빌리 엘리어트>도 연출했죠. <더 리더>는 케이트 윈슬렛에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영화입니다. 야만과 폭력의 역사 속에서도 인간의 품위를 지켜내고자 하는 숭고한 몸짓이 먹먹하게 합니다. 마이클이 한나와 첫 섹스를 하고 집으로 돌아와 가족들과 식탁에 앉아 식사를 할 때의 교차 편집은 온몸을 찌릿하게 합니다. 카메라가 뇌 속으로 들어온 느낌이죠. 거기다 마이클이 책을 읽어줄 때 한나의 표정은 연기라기보다 완벽한 시였습니다.  

             

  <레이버 데이> 2013년

  노동절에 살인범이 교도소를 탈옥해서 불쑥 집안으로 들어와 공포심과 긴장이 서서히 로맨스로 바뀌어가는 영화입니다. 싱글맘 아델 역을 케이트 윈슬렛이 맡았고, 탈옥수 프랭크는 산적 보스처럼 생긴 조슈 브롤린이 맡았습니다. 사랑은 강요하지 않고, 배려하는 게 미덕임을 다시 일깨워줍니다. 두려움과 걱정 속에서 오히려 사랑이 커지는 역설도 보게 됩니다. 마지막 장면은 참 달달하고요.  


  <대학살의 신> 2012년

  영화라기보다 연극에 가까운 영화입니다. 세련되게 치장된 매너와 인위적인 표정을 걷어내고 나면 인간은 그저 속물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그 속물적 근성이 사건 현장을 통해서가 아니라 현학적이고 재치 있는 언어유희로 전달된다는 것. 날 것의 감정을 담아낸 대사와 거기에 조응하는 연기자들의 표정을 보는 게 묘미인 영화입니다. <차이나타운> <피아니스트>를 연출한 로만 폴란스키 감독에 케이트 윈슬렛, 조디 포스터, 크리스토프 왈츠, 존 C 라일리의 호화 캐스팅으로 이루어진 영화입니다.   

                 

  <우리 사이의 거대한 산> 2017년

  <드레서>를 10편 안에 넣었다가 빼고, 이 영화를 소개하기로 했습니다. 극적 완성도가 높아서도 아니고, 격한 감동이 있어서도 아니었습니다. 팔레스타인 출신 감독인 하니 아부 아사드가 연출한 영화라 눈길을 끌었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소개가 됐었죠. 개인적으로는 영화를 보는 내내 뭔지 모르지만 불편한 감정도 있었고요. 케이트 윈슬렛은 어떤 점에 이끌려 캐스팅에 응했을까? 그것도 궁금했습니다. 간결하게 요약하면 조난 속에서 사랑이 싹트는 로맨스입니다. 극적 전개는 성기고,  핍진성도 조금은 떨어졌습니다. 전제에 신뢰가 가지 않다 보니 두 인물이 감정 대립을 극복하고 이룬 사랑마저도 고개가 갸웃해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케이트 윈슬렛의 연기는 눈길을 끕니다. '거대한 산'은 실제의 산이면서 은유이기도 합니다.

                                                             

  <원더 휠> 2018년

  순이 때문에 탈도 많고, 말도 많은 우디 앨런 감독이 연출한 영화입니다. 개인적으로 초기작인 <맨하탄>이나 <애니홀>도 좋지만 최근에 연출한 <블루 재스민> <카페 소사이어티> <레이니 데이 뉴욕>도 좋아합니다. <원더 휠>의 제목은 뉴욕 코니 아일랜드의 대관람차 이름이죠. 해변가 레스토랑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하는 지니(케이트 윈슬렛)와 안전요원 믹키(저스틴 팀버레이크)의 사랑 전선에 기습적으로 나타난 캐롤라이나(주노 템플) 때문에 그야말로 지지고 볶는 로맨스가 됩니다. 영화의 매력은 50년대를 보여주는 영상미와 함께 케이트 윈슬렛이 복잡하고 다채로운 인물의 감정 연기를 에너지가 넘칠 정도로 완벽하게 표현했다는 점입니다. 환상적인 배경 속에서 날 것으로 부딪치는 사랑싸움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다를 게 없습니다.   

   

    스크린을 통해 케이트 윈슬렛과 데이트를 하는 시간은 누가 뭐래도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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