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재(橫財)와 횡사(橫死)

- 횡(橫)에 대해서 

  뜻밖의 엄청난 돈이 생기는 걸 횡재라고 하죠. 횡재를 싫어할 사람은 없습니다. 횡재를 맞은 사람, 존경받지는 못해도 부러움의 시선을 받을 만하죠. 요즘 로또 열풍이 더 심해지는 걸 보면 횡재의 꿈을 꾸는 사람들이 점점 더 늘어난다는 반증이기도 한데요, 토요일이면 누군가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면 그게 자신이 아니어야 할 이유는 없죠. 일등 당첨자가 마땅히 자신이어야 할 터이지만 현실이 그렇지 않은 게 아쉬울 따름이죠.  

  사람이 갑자기 횡액으로 죽는 걸 횡사라고 하죠. 횡사를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런데 살다 보면 횡사를 피하지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횡사는 터무니없는 죽음이고, 그래서 망자는 억울하고, 유족은 더 슬플 수밖에 없죠.  

  횡재와 횡사. 모두 가로 횡(橫)을 씁니다. 왜 가로 횡을 썼을까요? 가로지른다는 건 자연의 흐름이나 지켜야 할 체계와 규칙을 깬다는 겁니다. ‘돈을 옆구리에 찔러 준다’는 표현도 그래서 나온 게 아닐까 싶은데요, 그래서 중국에서는 복권에 당첨돼 엄청난 돈이 생기는 건  빠오푸(暴富)라고 쓰고, 비합법적으로 큰돈을 버는 걸 횡재(橫財)라고 쓴다고 하죠. 사전에서 횡(橫)을 찾아보면 ‘방자하다’라는 뜻도 있고, ‘도리에서 벗어나다’라는 뜻도 있습니다. 자연의 흐름의 거스르거나 지켜야 할 규칙과 체계를 벗어나는 행동은 욕심에 따른 것이기 쉽습니다. 일시적으로 가시적인 성과가 있더라도 결국은 부작용이 드러나기 마련이죠. 

  횡(橫)으로 쓰는 단어를 찾아보았습니다.      

  횡격(橫擊)  옆으로 냅다 갈김

  횡구(橫句)  거짓된 문구 

  횡담(橫談)  함부로 지껄임

  횡도(橫道)  정도에서 벗어난 길. 옳지 못한 길

  횡득(橫得)  뜻밖에 이익을 얻음

  횡렴(橫斂)  무법하게 조세를 물려 거둠

  횡리(橫罹)  뜻밖에 재앙을 당함

  횡문(橫聞)  똑바로 듣지 못하고 그릇 들음

  횡보다      똑바로 보지 못하고 잘못 보다

  횡액(橫厄)  뜻밖에 닥쳐오는 재액

  횡요(橫夭)  젊어서 죽음

  횡일(橫逸)  제멋대로 놂

  횡자(橫恣)  제멋대로 굶   

  횡정(橫政)  아주 못된 정치. 횡포한 정치

  횡주(橫走)  바른길을 버리고 바르지 못한 길로 달려감

  횡탈(橫奪)  무법하게 가로채어 뺏음

  횡포(橫暴)  제멋대로 굴며 성질이나 행동이 몹사 난폭함 

  횡행(橫行)  제멋대로 행동함      

  횡을 쓰는 단어들은 좋은 뜻이 아니라 거의 다 부정적으로 쓰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죠. ‘가로지르는 삶’을 살지 않았다고 아쉬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표시 나지 않고, 사소하지만 정도를 지키며 살아온 당신의 삶이야말로 향기가 나는 아름다운 삶입니다.  

  버스타고 지하철타고 출근해서 정해진 일, 남한테 미루지 않고 내손으로 처리하고 밤늦게 파김치가 되어 집으로 돌아온 당신. 소리 하나 나지 않지만 지구의 자전만큼이나 소중하고 위대한 일입니다. 진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