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카

발 밑에 상상하지도 못한 완벽한 세계

by 참읽기

" 이건 무슨 꽃이야?"


작은 아이가 어린이집 하원하고 아파트 놀이터에서 놀다가 차를 타러 가는 길에 멈춘다. 처음 보는 꽃이 화단 한쪽 가득하다. 키는 작지만 존재감이 확실하다.



인터넷에 이름을 찾아보니 설다. 빈카. 토종은 발칸반도, 멀리서부터 왔구나. 러시아에서는 봄에 제일 먼저 만나는 꽃이란다. 워낙 잘 자라서 여기저기에서 볼 수 있단다. 러시아에서 피면 말 다했지.

사진 찍어온 빈카를 그리기 위해 다시 들여다본다. 모든 꽃잎이 휘어져 나오는 각은 섬세하게 같지만, 꽃잎 한쪽은 각지고 한쪽은 둥글다. 모든 꽃잎의 길이가 살짝씩 다른데, 모여서 한가운데는 정오각형 띠가 선명하게 남는다.

뭐 이런 작은 꽃이 엄청나게 수학적 균형을 갖추면서 리듬감이 있으며 유머 감각까지 장착했지? 아까 화단에 가득히 피어있던 작은 빈카들이 다 정오각형 중심으로부터 퍼져나가서 꽃잎이 살짝살짝 다르다고?


늘 앞만 보고 었는데, 아이를 따라 시선을 돌리니 전혀 못 봤던 것이 열린다. 내 생각보다 더 정교하고 아찔하도록 완벽한 세계. 발 밑에 상상하지도 못한 세계가 피어있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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