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쭉

그것을 알아보았다

by 참읽기

20대에는 철쭉을 안 좋아했다. 안 좋아하는 걸 넘어서 밉보았다. 진달래와 비슷하게 생겼는데 진달래는 언덕 뒤편에 아련하게 피는 반면, 철쭉은 화단에 대놓고 피는 게 싫었다. 색깔도 막 빨갛고 막 분홍이고. 이름도 철쭉이 뭐야. 이파리도 털이 부숭하니 만지면 묻을 것 같고. 억새보이는 게 영 마음이 안 갔다.

그런데 사람 마음 신기하게 작년부터 철쭉이 자꾸 눈에 든다. 개나리, 목련, 진달래 피다가 벚꽃이 봄을 활짝 열어주지만 그 꽃들은 순식간에 지나간다. 여름이 오기 전, 장미 피기 전까 오직 철쭉뿐이다.'아직 봄이야, 봄 느낌 내줄게.' 천덕꾸러기가 열심히 피어 봄을 지킨다. 내 아파트, 네 아파트 지천에 피어있는 걸 보며 누구 하나 "봄이다!" 환호하거나 그것을 다발로 만들어 건네는 일은 없지만.

철쭉은 멋지게 질 수도 없다. 여름이 시작될 때 뜨거운 햇빛 아래에서 그냥 마른다. 철쭉이 피는 걸 반가워하는 사람이 딱히 없는 것처럼 지는 걸 아쉬워하는 사람을 본 기억이 없다.

며칠 전 어린이집 하원하고 아이가 아파트 화단에서 논다. 저벅저벅 걸어가더니 가득 피어있는 철쭉 한 송이를 쭉 잡아뗀다.

“꽃은 함부로 떼면 안 돼. 예쁘게 보아주자." 말하려는데,

“엄마 선물이야.” 아이가 손을 내민다.



가끔 그런 때가 찾아온다. 나를 둘러싼 지금이 결코 우연이 아님을 깨닫고, 복닥리는 장면이 슬로비디오처럼 느려지는 순간이. 특별한 장소에 가서 멋진 경을 보며 감동받는 것보다 지천에 널린 것이 곱고, 매일 곁에 있는 이가 귀하다는 걸 알아보는 것은 몇 배 어렵다. 그래도 일 년에 두 번 혹은 세 번, 철쭉이 제일 곱게 보이는 날은 찾아온다.


나의 아이는 알아보았고 아이가 건네는 순간 나도 알아보았다. 흔한 철쭉에 담긴 선물 같은 봄을.



철쭉
Royal Azalea(진달래과의 제왕)

진달래과 진달래 속에 속하는 식물. 가까운 종인 진달래와 달리 꽃에 독이 있어서 먹을 수 없기 때문에 개꽃이라고도 한다. 이 외에도 진달래(진한 달래)보다 꽃 색깔이 연해 연달래(연한 달래)라고도 한다.

철쭉은 진달래과 식물 중 가장 아름답고 기품 있는 꽃을 자랑한다. 진달래가 야리야리하고 외로움을 타는 소녀 느낌이라면, 철쭉은 우아하면서도 아름다운 여인의 느낌이고, 산철쭉은 열정적이면서 생기 넘치는 청춘의 느낌을 준다. 산철쭉과 철쭉 모두 우리 고유종이다.

철쭉이란 이름은 한자어 척촉(躑躅)이 구개음화되어 변형된 것인데, 이는 '배치작거리다'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양이 이 꽃을 먹으면 죽기 때문에 보기만 해도 비틀거린다는 뜻이다.

꽃말은 '자제', '사랑의 즐거움'이다.

(출처: 나무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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