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한 번의 점프를 위하여.

영화 <빌리 엘리어트>를 보고나서...

by 문수민
영화 <빌리 엘리어트> 포스터

※본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꿈을 좇는 소년에 관한 영화로 알려졌지만, 사실은 가족영화 쪽으로 조금 더 기울어져 있는 느낌. 그 절묘한 기울기가 이 영화의 화룡점정이었다.




1.더럼주와 빌리네 가족

빌리네 가족.

영화는 광부들의 파업이 한창인 작은 탄광마을 더럼주를 배경으로 전개된다. 광부들은 파업이 한창이고 그것을 막기 위한 경찰들이 줄지어 있는 것이 일상인 동네. 햇볕조차도 보기 힘든 이 작은 마을에서 빌리는 발레리노라는 큰 꿈을 품게 된다. 하지만 과연 이 마을에서 꿈을 가진 사람이 빌리뿐일까? 영화의 구석구석을 잘 살펴보면 빌리의 형 토니도 음악을 정말 좋아하고, 할머니도 무용수에 대한 꿈을 그리워하시는 모습이 보인다. 그 외에도 영화에 등장하진 않았지만 차가운 현실의 벽에 부딪혀 꿈을 향해 한 발을 뻗을 엄두도 못내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현실에 발딛고 하루하루를 살아내느라 꿈같은건 꿀 겨를도 없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았을까? 빌리의 꿈은 아마 빌리만의 꿈은 아니었을 것이다.




2. "항상 너 자신에게 충실하렴."

어머니가 남긴 편지를 다 외워버린 빌리.

이 편지 장면을 처음 봤을 때는 '빌리가 엄마가 얼마나 보고싶었으면 저 편지를 다 외웠을까?' 하는 생각때문에 눈물이 펑 터졌었는데, 다시 볼 때 내 눈물의 포인트는 항상 너 자신에게 충실하라는 엄마의 당부였다. 그건 엄마로서의 당부이자 더럼주에 살았던 예술가로서의 당부로 느껴졌다. 예술을 펼치기엔 너무나도 좁은 동네에서 빌리가 부푼 가슴을 터트리지도, 바람을 빼지도 못한 채 살아갈까봐 걱정이 되었던 엄마. 혹시 그건 자신은 그러지 못했지만 빌리만은 주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꿈을 펼치길 바랐던 엄마의 마음이 아니었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그 장면이 더욱 절절하게 와닿았다. 그러고나서 바로 빌리가 윌킨슨 선생님과 춤을 추는 장면으로 이어지니까 신나는 BGM에도 불구하고 왠지 더 눈물이 났다.




3. 우리는?

경찰에게 붙잡힌 형을 보고 고개숙인 빌리.

사실 우리에게도 빌리처럼 뭔가를 하려다가 가족이 걸려서 포기하게 되는 일들은 비일비재하다. 그것이 경제적 문제든, 감정적 문제든, 여러가지 상황상의 문제든. 뭐가 됐든 나 자신의 문제가 아닌 주변 환경의 문제로 내 소망을 포기해야한다는건 너무나도 가슴에 맺히는 일이다. 빌리가 중요한 오디션을 앞뒀을 때 형이 경찰에게 맞는 모습을 보고 고개를 푹 숙이던 장면은 개인적으로 영화 전체 러닝타임 중 가장 공감이 갔던 장면이었다. 대사 한 줄 없어도 그 때의 빌리의 마음이 너무 잘 느껴졌다. 결국 빌리는 그 때 오디션을 포기한다. 나는 그것이 시간이 지나면 무뎌지고 잊혀지는 일인 줄 알았는데, 그렇지가 않았다. 그 포기할 때의 마음은 오래 되어도 사라지지 않는 상처였다. 하지만 그 상처를 치유해줄 수 있는 사람도, 지금의 나를 있게해 준 사람도 곧 가족이라는 것을 잘 알고있기 때문에 우린 그런 상처를 안고도 포용하며 살아간다. 빌리도 아마 그런 마음이지 않았을까?




4.빌리에게.

내려오지 않은 채 끝나는 빌리의 점프.

부르튼 발에 물집이 생기고 진흙길을 건너기도 하며 목적지에 도착한 자와 차타고 휙 달려서 목적지도 도착한 자의 마음은 절대 같을 수 없다. 이게 내가 마지막 빌리의 점프에서 눈물이 나고 벅차올랐던 이유이다. 빌리가 그 점프를 연습하며 흘렸던 땀은 빌리만의 땀이 아닌, 탄광으로 내려간 아빠와 형의 땀이자, 무용수의 꿈을 이루지 못했던 할머니의 땀이자, 돌아가시면서까지 빌리를 걱정하고 응원했던 엄마의 땀, 그리고 빌리의 재능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발견해 키워주신 윌킨슨 선생님의 땀이 모두 모인 결과였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빌리가 그에 대한 감사함은 가지되, 마음의 빚은 지지 않고 마음껏 꿈을 펼쳐나갔으면 좋겠다.

빌리야 꼭 행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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