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우리를 모두 다르게 만든 이유
영화 <사랑의 레시피>를 보고나서...
영화 <사랑의 레시피> 국내 포스터.
다 이룬듯 보여도 삐걱거리고, 다 무너진 듯 보여도 파편들 사이로 새싹이 돋는 우리의 삶은 언제나 진행 중.
※본 리뷰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오프닝
레스토랑 사장의 권유로 상담을 받는 케이트.영화를 하나의 파티에 비유하자면 오프닝 시퀀스는 파티장 입구의 환영단이라 할 수 있다. 게스트를 파티에 확실히 입장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영화는 케이트가 상담실에서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주인공 케이트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설명을 관객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장면. 그 후에도 영화는 케이트의 일터, 케이트의 일상 등을 담은 장면들을 이어나가며 관객으로 하여금 케이트와 가까워지게 한다. 이런 면에서 나는 이 영화의 오프닝이 참 마음에 들었다. 과하지 않으면서도 사람을 영화에 빠져들게 만드는 것이 좋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케이트의 원칙적이고 계획적으로 움직이는 성향이 나랑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기도 해서 더 영화에 집중이 됐다.
2.케이트
주방의 케이트원칙. 계획. 완벽. 케이트를 표현할 수 있는 단어를 세 개 꼽으라하면 이 정도가 될 것 같다. 실력과 명성을 겸비한 수셰프에겐 아마 필수 요건이 아닐까 싶은 단어들. 그 덕분에 케이트가 일하는 레스토랑은 늘 손님들로 붐빈다. 하지만 케이트의 삶이라는 파이에는 '셰프 케이트'의 자리가 너무 커서 '사람 케이트'는 입지를 굳히기가 쉽지 않다. 그런 케이트에게 '조이'라는 변화가 찾아오는데... 사고처럼 찾아온 이 변화는 결국 케이트를 한층 더 성숙하고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어 줄 수 있을까? 케이트는 이 변화에 어떻게 대처해갈까?
3.조이와 케이트
사건은 늘 방심했을 때 찾아온다고 했던가. 톱니바퀴처럼 흘러가던 케이트의 일상에 찾아온 '조이'라는 변화는 실금처럼 서서히 찾아온 것이 아니었다. 한 번의 해머질로 금이 쩍- 가버리듯이 찾아온 벼락같은 변화였다. 싱글맘이었던 케이트의 언니가 교통사고로 딸 조이만 남겨둔 채 세상을 떠나고, 케이트는 조카를 모른척 할 수 없어 거두기로 한다. 언니를 잃은 슬픔을 견디는 것만으로도 벅찬 상황에서 조이를 거두는 결정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케이트의 평소 칼같은 성격에서 파생된 책임감때문으로 보이기도 했고, 빈틈없어 보이는 케이트의 내면에는 따뜻함이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 같기도 했다. 이유야 어찌됐든 케이트는 마른 하늘의 날벼락을 감당하느라 정신이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 엄청난 변화의 소용돌이에서 치이고 있는 것은 케이트 뿐만이 아니었다. 어쩌면 케이트보다 훨씬 더 힘든 것은 하루 아침에 엄마를 잃은 조이일 것이다. 케이트도 그것을 모르지 않기에 조이가 대답을 잘 하지 않아도, 밥을 잘 먹지 않아도 혼내지 않는다. 그렇지만 케이트는 아이를 다루는 법을 잘 몰랐고, 조이는 이 모든 것을 감당하기엔 너무 어렸다. 이 둘의 위태로운 동거는 과연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까? 둘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까?
4.닉과 케이트
음악은 경직된 분위기를 풀어주며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 더 유연한 방향으로 이끄는 힘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닉의 등장이 음악과 함께였던 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느껴졌다. 케이트의 철두철미한 주방에 음악처럼 등장한 닉은 그렇게 본인의 성향을 케이트 뿐만 아니라 관객들에게도 알리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오페라 곡들을 좋아하기 때문에 네순 도르마와 함께 등장한 닉이 더욱 반가웠고, 앞으로 진행될 케이트와의 케미스트리도 무척이나 기대됐다. 하지만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닉과 케이트는 사사건건 부딪히며 거리를 좁히지 못했는데, 그 때 조이가 둘 사이의 윤활유 역할을 한다. 닉의 유연한 성향에서 파생된 아이를 대하는 능력이 조이에게 딱 맞아떨어졌고, 영원히 불협화음일 것만 같았던 케이트와 닉과 조이의 사이는 멋있는, 아니 맛있는 블렌딩으로 발전한다.
5.메시지
우리는 모든 것을 다 가지지는 못한다. 그렇기때문에 우리는 우리의 부족한 점을 채워줄 누군가를 찾아 서로 의지하며 살아간다. 신이 인간을 모두 다르게 만든 이유도 이 때문이 아닐까? 매사에 철두철미하지만 유연함을 모르는 케이트와 유연하지만 결단력이 부족했던 닉이 만나 서로의 삶을 한 단계 성장시킨 것처럼, 그리고 그 사이에서 ZOE라는 JOY(기쁨)까지 함께할 수 있었던 것처럼, 우리도 우리만의 '사랑의 레시피'를 완성시켜 줄 누군가를 만나 '행복'이라는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보자!
영화가 참 괜찮은데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것 같아서 이 영화를 선정해 리뷰해보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케이트의 모습에서 원칙대로 하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는 제 자신이 조금씩 보여서 그런 케이트가 닉에 의해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이 너무 힐링으로 다가왔어요. 저같은 성격이신 분이 있다면 이 영화를 추천합니다. 악역이 없으면서도 재미를 놓치지 않는 힐링을 넷플릭스에서 즐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