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식 주연, 김태용 감독의 신작 <넘버원>을 아들과 함께 보고 왔다.
'엄마의 밥을 먹으면 엄마의 수명을 알리는 숫자가 줄어든다'는 설정은 꽤 흥미롭다.
영 어덜트 소설로 만났다면 꽤나 몽글몽글하게 읽혔을 법한 소품 같은 이야기인데, 2시간짜리 극장 영화는 좀...뭔가 부족했다 싶은데,
이런 가족 드라마를 좋아하는 관객도 많으니, 설날에 가족들과 가볍게 나들이용으로 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영화는 어머니의 사랑과 삶과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지만, 굉장히 가벼운 분위기와 대사를 사용한다.
중간중간, 아들과 어머니에게 제대로 감정이입을 시키며, "안 울면 인간도 아니다... 잉?" 하는 듯한 장면이 조금 있긴 한데, 나머지는 가볍게 지나간다.
엄마의 캐릭터는 딱 평균값에 수렴한다. 나에게는 그렇게 보인다. 세상에는 수많은 여성들이 있고, 그만큼 많은 어머니상이 존재하는데, 영화 속 어머니는 우리 머릿속에 있는 딱 평균적인 자기 연민도 없고, 슬픔은 혼자 삭히고, 아들에 대한 집착도 없는 정말 나이스한 캐릭터다.
아마, 감독의 어머니가 그런 분이라면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인 것 같다.
평소, 무겁고, 분석이 필요한 영화를 즐겨보는 나 같은 복잡한 관객에게는 좀 밍밍한 평양냉면 같은 영화였다.
입체적인 갈등보다는 설정에 기댄 전개 탓에, 감정 신에서 하품하는 아들과 나란히 앉아 감자튀김과 콜라를 축내는 시간이 더 달콤했을 정도였긴 했다.
그래도 수확은 있었다. 영화를 보고 나오는 길, 슬쩍 아들에게 말했다. 엄마 밥 먹으면 엄마 수명 줄어든다니, 이제부터는 네가 엄마 밥상 좀 차려주면 안 되겠니? 아들에게 당당하게 밥상을 요구할 명분을 챙겨준, 나름 '실용적인'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