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와이프>를 보고

서로를 다치게 하면서 치열하게 사랑하는 이상한 부부의 이야기

by 노정희


환상의 커플이고, 천생연분이다.

(비꼬는 어투로)

영화를 보는 내내 남편이 빨리 죽기를 바라면서 봤다. 주인공이 죽기를 바라면서 본 첫 영화인 것 같다.


남편은 작가로서의 자기 재능이 부족하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면서, 글로 존중받고 싶다는 욕망은 포기하지 못한다. 여자들에게 둘러 쌓여 멋진 시구를 읋으며, 그럴싸한 작가의 이미지 속에 숨어 음흉한 속내를 감추고 사는 인물이다.

어쩌면, 자신의 욕망에 아주 솔직한 인물일 수도 있겠다.

호두알 껍질 위에 여자들의 이름을 적어 플러팅을 시전 한다. 노벨상을 타러 가는 그곳에서도 젊은 여자에 대한 플러팅은 계속된다.

가식이 역겹기도 하고, 너무나 가벼운 속내가 우습기도 한 인물이다.

자신에게는 없는 신의 재능이 아내에게는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평생 그들은 공생관계를 유지한다.

남편은 부인의 재능에 빨대를 꽂는다. 자신의 이름으로 책을 출판해 세상의 온갖 찬사를 받고 아주 즐거워한다. 한편으로는 평생 바람을 피우고, 단 것을 끝도 없이 먹으며, 공허한 욕망을 계속 채우며 살아간다. 아마, 자신에게 없는 재능에 대한 열등감이 그렇게 발현되는지도 모르겠다. 한껏 가볍고 혐오스러운 자신의 내면을 볼 엄두가 나지 않았던 것도 같다.


일주일에 몇 번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정도의 수준인 나조차 그의 심정이 가장 이해 안 되는 부분이다.

자기 글이 아닌데, 어떻게 자신에 대한 찬사로 받아들이고 뛸 듯이 기뻐하는지?

그게 영화의 가장 최대 미스터리였다.

글이란건 자신이 써야만 가치가 있고 의미가 있는 건데, 남이 써준 글로 받은 칭찬이 작가라는 사람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정말 모르겠다.


칭찬이 진짜 자기 것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인정받는 기분 자체를 소비하며 살아가는 남편의 모습은 기묘하다. 완전히 사기꾼캐릭터라면 오히려 이해가 쉽다. 본질에 대한 욕망이 없고, 물질에 대한 욕망만 있을 테니까 말이다.


그런데 더 이상한 건 아내다.


아내는 피해자가 아니다. 처음부터 불륜으로 남편을 만났으니, 도덕적으로 완전히 깨끗한 인물도 아니고, 여성 작가에 대한 인식이 낮았던 1950년대였으니 자신의 한계를 미리 짐작했을 수도 있지만, 누군가의 정제되지도 않은 조언을 평생 좌표 삼아 살아가는 그녀의 방식이 꽤나 이상하게 느껴졌다. 남편의 이름으로 자신의 글을 내보내는 방식을 그녀 자신이 선택했다. 또, 남편의 노벨상 시상식에서 그녀가 히스테리를 보이는 면이 어쩌면 굉장히 인간적이지만, 또 어쩌면 굉장히 모순적으로도 보였다.


그녀는 글을 쓰는 사람이다. 인정받기 위해서라기보다, 쓰는 것 자체가 좋은 사람. 그래서 상을 받는 것도, 명성을 얻는 것도, 본질은 아니다. 자신을 알아봐 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 자신의 글이 읽히고 있다는 것, 그 사실 자체가 더 중요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 부부를 수상하게 여기던 전기 작가의 취재를 달갑게 맞아주었는지도 모르겠다.


남편은 열등감 속에서 살았고, 아내는 침묵 속에서 살았다. 둘 다 각자의 대가를 치렀다.

서로의 결핍이 정확히 맞물려 유지된, 이상하게 균형 잡힌 관계다. 그래서 더 기묘하다. 서로를 망치면서, 동시에 서로 없이는 완성되지 않는 관계.


서로를 다치게 하면서 치열하게 사랑하는 이상한 부부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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