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낳고,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전업주부가 된 지 거의 십 년이 다 되어 간다. 아이가 유치원 다니기를 시작하면서부터 동네엄마들과 커피 마시고 의미 없이 수다 떨었던 몇 년의 시간이 있었다. 다들 그렇겠지만 코드 맞는 사람들끼리 삼삼오오 해쳐 모였고, 갈등이 생기기도 하여 동네에서 마주쳐도 서로 못 본 척 슬쩍 피하는 사람들도 생겼다. 그런 시간이 흐르고, 더 이상 놀이터 지킴이가 필요 없는 학령이 되면서 동네엄마들과는 이별하게 되었다.
하루 종일 집안에만 있는 날이 많아졌다. 아이를 학교 보낸 뒤, 하루 종일 tv앞에서 우두커니 앉아 있거나, 침대에 누워 딩굴딩굴 핸드폰만 보는 시간이 많아졌다. 이런 무기력함에 진저리가 나면 도서관에 가서 아무렇게나 잡히는 책을 읽었다. 소설책, 에세이집, 등등 그렇게 한두 시간씩 책을 읽는다. 독서가 지겨워지면 동네 공원을 산책하다 집에 와 집안일을 하는 일상이 반복되었다.
뭔가 외롭기도 하고 새로운 걸 하자니 내가 쌓아놓은 안락함을 놓아버리긴 싫은 이도저도 아닌 시간이 몇 년 흘렀다. 이런 감정이 도대체 뭔지 몰랐다.
답답하긴 한데 새로운 걸 하기는 귀찮고, 아니 두려운 감정.
최근에 읽은 책 속에서 성장하지 않는 삶은 공허하다. 라는 문구를 보고 무릎을 쳤다.
아 맞다. 내가 느끼고 있었던 감정은 공허함이었고, 그건 성장하지 않음에서 기인된 것이었다는 것을 확실히 깨닫게 되었다.
나만의 작은 틀 밖으로 조금씩 고개를 내밀고 있다. 그림책 모임에 참여하기도 하고, 아이가 하는 글쓰기 모임에 엄마인 나도 참여해 같이 글을 쓴다. 오늘부터 라라크루 7기로 글쓰기 모임을 시작했다.
작년 동네 도서관에서 하는 동화작가 수업을 받았는데 글 안에서 사건을 만드는 것이 너무 어려워 좌절하기도 했다. 시도가 있었으니 좌절도 있는 것이리라.
최근에 말도 안 되는 동화지만 한 두 편 뚝딱 완성하니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다. 나름의 작은 성취가 모여 작은 성장을 만들어 내니 조금씩 무기력증이 사라진다.
누구의 엄마로만 불리면서 내 이름이 사라져 버린 상실감
매일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면서 느끼는 권태
성장하지 못하는 것에서 오는 공허함.
이 모든 부정적인 감정이 모두 전업주부이기 때문인 것 같아 내 삶이 답답했지만,
이 모든 감정을 겪고 나름의 틀을 깨볼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 것이 전업주부이기 때문인 것 같아 감사하다.
#라라 크루 7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