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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정희 Mar 19. 2024

행복한 삶이란?

"행복한 청소부"를 읽고

한 달에 2번씩 하는 그림책 모임에서 "행복한 청소부"를 함께 읽었다. 한 사람씩 소리 내어 읽고,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참 소중하다. 집에 돌아와서도 책의 잔상이 남는다.  

"행복한 청소부"라는 책은 뭔지 모를 불안함을 느끼는 나에게 '이렇게 살아도 괜찮아.'라고 상냥하게 말을 걸어준 것 같아 왠지 따뜻하다. 


"행복한 청소부"는 우연한 기회로, 자신이 청소하는 글루크 거리에 이름 붙은 음악가에 대해 자신이 모르고 있다는 점을 자각한다. 음악에 대한 관심이 생기면서 매일 저녁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며 뭔가 깨달음을 얻는다. 더 나아가 문학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한다.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읽고 또 읽어가며 문학의 아름다움에 대해 심취한다. 청소부인 그가 점점 학식이 높아 짐에 따라 사람들은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대학에서 강의 요청을 받기까지 한다. 하지만 우리의 행복한 청소부는 현재의 삶에 만족하며 남들이 바라는 교수가 되지 않기로 한다. 


사람은 타인이 욕망하는 것을 욕망한단다. 

나도 그랬다. 사회적으로 모두들 바라는 그럴듯한 무언가에 도달하고 싶어 항상 안절부절못했고, 지금의 나도 그 시절의 관성으로 바쁘게 살지 않는 삶이 뭔가 잘못된 것만 같아 끊임없이 불안하다. 

항상 바쁘게 살고 있는 남편과 아이를 보면서, 자본주의적으로 생산적이지 못한 전업주부로서의 삶에 대해 묘한 죄책감 같은 감정을 느낄 때가 종종 있다. 대입과 취업을 위해 쫓기듯 살아왔던 시간들과 전쟁 같았던 직장생활에 대한 관성으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 죄악인 것처럼 세뇌되었던 탓인지? 

나만 이런 여유로운 시간을 누려도 되나 싶을 때가 종종 있다.


행복한 청소부처럼. 화려한 무언가는 되지 못했지만 나만의 새로운 세계가 열린 것 같아 기쁘다. 

집안일을 하고 나서 한가로이 도서관에서 책을 읽을 수 있고, 좋아하는 영화를 찾아볼 시간이 있어 행복하다. 읽은 책들과 보고 좋았던 영화를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으로 글도 쓸 수 있는 공간까지 마련되니 더욱 행복하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삶이 더욱 가치 있는 것만은 아니라고 나에게 귓속말해 주는 것 같은 "행복한 청소부"가 고맙다. 이렇게 살아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 같아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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