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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정희 Mar 27. 2024

후회

이집트 여행

나는 후회를 잘하지 않는다.

후회해 봐야 소용도 없기도 하고, 그 당시 내 감정상태에서 최선의 선택을 했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나는 꽤나 감정적인 사람이라 감정에 휘둘려 일을 그르치더라도 후회를 할 것이 없는 것이 다음에 같은 상황이라도 같은 행동을 했을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아무튼, 내가 살면서 제일 후회하는 일은 이집트 사막투어 갔었을 때였다.

20대 중반 다니던 회사를 가뿐히 때려치우고, 어릴 적 로망이었던 한 달짜리 코스 배낭여행을 했었던 적이 있었다. 1박 2일 사막투어를 시작했을 때는 여행이 점점 일상으로 다가와 멋진 풍경을 봐도 그러려니 하는 무딘 감정을 가지게 되었을 여행 후반부였다.

 

장기 여행을 해본 지가 너무 오래된 지금, 생각하면 사막투어는 막 가슴이 뛰는 신나는 일이다. 당시 나는 여행의 고단으로 쉬고 싶은 마음만 간절했었다. 깨끗한 침대에 푹 쉬고만 싶었다. 과자 까먹으면서 뒹굴 거리고 싶었다. 참 아이러니하다. 과자 까먹고 딩굴거릴때는 신나는 모험이 하고 싶고, 막상 여행을 하면 쉬고만 싶고. 에라이~~ 만족을 모르는 얄팍한 인간이여!


이집트 여행 내내 배낭여행객이었던 나는 벼룩이 나올 법한 아니 나왔을 지저분한 침대에서 잤고,  으면 모래가 씹힐 것 같은 빵을 질겅이며 여행했다. 여행 내내 별 불평불만 없이 잘 자고 잘 먹고 잘 싸는 수더분한 여행객이었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그런 여행이 꽤나 힘겨웠었던 것 같다.


사막으로, 하루 종일 덜컹거리는 지프차 안에 몸을 맡기고 가도 가도 비슷비슷한 사막을 달리고 달려 최종 목적지 백사막에서 캠프를 차렸다. 아니 차려졌다.

사막투어는 현지투어진행요원들이 텐트를 쳐주고 음식을 차려주는 형식이었는데, 나는 손끝하나 까딱하지 않고 차려준 밥을 먹고 쳐준 텐트 안에서 잠을 잤다.


왜 돕지 않았을까? 텐트 칠 때 좀 도와도 괜찮았을 텐데, 말 한마디 좀 걸어봐도 좋았을 텐데.

나는 그들과 소통하려는 마음을 먹어본 적이 없었다. 그들의 나라를 여행하러 왔으면서 그들과 친해지고 싶은 마음은 아예 없었다. 지겨운 호객행위와 바가지상술에 지쳐 오히려 경계심과 약간의 적개심을 가지고 있었다.


텐트 밖에서 나가 마음을 열고 쏟아져내리는 별을 봤으면 평생 잊히지 않는 추억을 만들었을 텐데...

나는 피곤하다는 이유로 여행의 목적을 잊은 채, 단단히 오그라든 마음으로 밖에 찬란한 별이 있다는 생각도 하지 못한 채, 그저 경계심이 가득가득한 채, 안락하지 않은 여행의 피로만을 가득 안은채, 잠을 자버렸다.

  

여행이 일상처럼 다가오는 특별한 경험을 그 뒤로는 다시는 하지 못했다. 사막여행은 또 언제 해보려나.


아마. 20년 뒤,  지금의 나를 생각한다면 이렇게 젊은 데 왜 아무것도 도전하지 않았느냐고 한숨을 내지을지도 모르겠다. 지금의 건강한(딱히 건강하진 않다. 무릎도 왠지 아픈 것 같고) 삶이 영원할 것이라고 착각을 하고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때 그랬던 것저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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