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안에서 살아남기
영화 [빅쇼트]를 보고
지긋지긋한 대입 공부가 끝나고 1997년 대학에 입학했다. 내가 새내기란다. 97학번 새내기.
노래방도 안 가는 내가 새내기 시절에는 학교 광장에서, 축제 무대에서 춤도 추고 노래도 불렀다. 축제가 되면 학교 풀밭에 돗자리를 펴고 앉아 김이 모락모락 나는 두부김치에 막걸리를 먹었다. 주점에 재료가 다 떨어지면 잔디를 뜯어 파전을 만든다는 괴소문도 들려왔다. 뭘 먹든 젊은 나는 죽지 않고 살아있었고 대학 생활은 너무 즐거웠다. 철없는 남자 동기들은 전공시험에서 누가 빨리 나가는지 시합을 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학점을 선동열 방어율이라며 자랑스럽게 떠들어댔다. 학점이 어떻든 처음 겪는 대학생활은 너무 즐거웠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관심이 없었다.
즐거운 1학년이 거의 끝나갈 무렵, 매스컴에서는 우리나라 경제위기에 대한 뉴스가 끝없이 나왔다. 대마불사라고 불리던 대기업들이 부도났고, 대한민국 경제에는 고질적인 문제가 있으니 IMF의 관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IMF의 요구사항대로 지켜지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국가부도를 맞을 수도 있다고 했다.
처음 보는 광경에 얼떨떨했다. 한강의 기적이라며, 빠른 경제성장으로 세계 여러 나라의 부러움을 받던 우리나라였는데 어쩌다가 이렇게까지 된 건지 알 수 없었다.
IMF 관리가 시작되면서 많은 기업들에서는 정리해고를 시작했다. 평생직장의 개념을 가지고 있었던 우리로서는 매우 당황스러운 일이었다. 정리해고를 당한 많은 40~50대 남성들은 집에다가는 해고되었다는 말을 차마 하지 못하고 양복차림으로 등산이나 공원을 배회한다는 사회면 뉴스가 나오기 시작했다.
뒤숭숭한 겨울 방학이 지나고 2학년이 되었다. 철없던 남자 동기들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어두운 얼굴로 군대에 간다며 휴학계를 내러 학교에 왔다. 멋쟁이 강남 출신 친구도 집안 사정이 나쁘다며 일산으로 이사를 갔고, 휴학계를 냈다.
영화 [빅쇼트]는 미국 경제위기를 다룬 영화다.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로 인하여 미국은 우리나라 IMF 시절의 악몽, 오히려 더 한 위기를 겪게 되었다. 실업자가 폭발적으로 양산되고 주택담보대출을 갚지 못해 집에서 쫓겨난 많은 소시민들은 홈리스가 되어 거리를 전전하게 되었다. 영화 [빅쇼트]는 미국 경제위기의 원인을 추적하고 고발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관객이 최대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으로 사건을 설명한다. 2번을 봐도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긴 쉽지 않다. 미국의 금융위기는 그 복잡함에 원인이 있기 때문이다.
나를 비롯한 사람들은 복잡한 걸 싫어한다. 심지어 나는 내가 한 달에 얼마씩 내고 있는 보험의 약관을 정확히 읽어본 적이 없다. 그런 점을 정확히 알고 있는 영악한 월스트리트의 금융인들은 주택을 담보로 엄청난 금리의 대출을 능력도 되지 않은 사람들에게 빌려준다. 영화에서는 개의 이름으로도 주택담보대출이 나온다. 물론 대출약관은 복잡하다는 이유로 들으려 하지도, 설명하려 하지도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집을 사들이기 시작하면서 미국의 부동산 시장은 끊임없는 활황을 맞게 된다. 사람들은 더욱 빚을 내어 집을 사들이고 집값은 더 오른다. 가격에 거품이 끼기 시작한다. 월스트리트 사람들은 더 많은 금융상품을 만들어 내며 거품의 거품을 만든다. 무대 뒤에서 평생 만져볼 수도 없는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들이며 말이다.
어느 순간 자신이 갚아야 할 대출이자가 감당이 되지 않게 되자 이자를 몇 달씩 밀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아예 집을 버리고 떠나버리는 사람들이 생겨난다. 채권 중 가장 안전하다는 부동산 담보채권은 점점 부실해지기 시작하고 이를 눈치챈 금융인들은 여러 개의 부실채권을 모아 1개의 합성 채권을 만들어낸다. 신용평가사와 짜고 합성 채권에 높은 안전등급을 부여한다.
이렇게 얽히고설킨 부실채권이 한꺼번에 쓰나미처럼 부도가 나면서 미국은 유래 없는 금융위기를 맞게 된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라 좀 걱정이 된다. 최근 2년 동안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여 많은 사회문제를 낳고 있다.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2배 가까이 올라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과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의 자산격차가 너무 심하게 벌어져 버렸다. 근로소득으로는 어떻게 메꿀 수 없을 정도의 차이가 만들어져 일할 맛이 나지 않은 세상이 되어 버린 것이다. 서울 특히 강남 3구의 아파트들은 함부로 들어갈 수도 함부로 나올 수도 없는 요새가 되었다.
그 원인에는 부동산 정책 실수도 없지 않을 테고, 코로나로 인한 미국 양적완화 정책으로 너무 많이 풀려버린 돈 때문에 돈의 가치가 떨어져 버린 걸 수도 있다.
또 최근에는 너무 많이 풀려버린 달러화로 인하여 인플레이션이 문제가 되어 금리를 인상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집값은 하락세로 접어들고 있다는 기사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우리나라의 부동산 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등 소위 영끌로 집을 사들였던 사람들에게는 재난과 같은 뉴스가 아닐 수 없다.
사람이 살기 위해서는 의, 식, 주가 필요한데 이상하리만큼 "주"에 대해서는 그 본래의 의미가 많이 왜곡되어 있는 것 같다. 뭔가 잘못되었다.
여하튼, 상황이 이런 진데 세상만 한탄할 수 있는 노릇도 아니고 우리는 자본주의에 대하여 좀 더 철저히 공부해 볼 필요성이 있다. 사람들은 공개적으로 돈 이야기를 하는 것을 매우 천박하고 속물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자본주의 안에 살면서 돈의 영향력 아래 놓이지 않은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을까? 돈에 대하여 잘 알아야 한다.
나는 감당할 수 있는 범위안에서의 투자 방법을 공부하고 있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근로소득만으로는 인플레이션을 감당하기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나의 노동이 아니라 돈이 스스로 불어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자본주의 안에서의 생존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책을 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