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 사람이 이성이든 동성이든 동경하고 그를 닮게 된다. 나도 그 사람을 만나기 전까진 혼자 뭔가를 한다는 것이 그저 어색했던 것 같다. 하지만 스무 살에 만난 그녀는 매사에 여유가 있고 혼자 하는 일에 익숙했다.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영화를 보고, 혼자 술을 마시고, 취한 밤 혼자 책을 읽다 가끔 나를 불러내 밤 산책을 즐겼다. 주말이면 혼자 여기저기 다니고, 이유 없이 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종점으로 옮겨 다니며 사람들을 멍하니 관찰하는 것이 오래된 습관이라 했다. 그렇다고 그녀가 친구가 없었냐고 물어본다면 그렇지도 않았다. 오히려 인기가 많아 늘 주변에 사람이 끌었다.
아무튼 하루는 내가 혼자 하는 이유에 대해 묻자 그녀는 혼자 밥 먹으면 밥만 먹을 수 있어 좋고, 혼자 영화 보면 영화만 볼 수 있어서 좋고, 혼자 술 먹으면 혼자 취할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당시 나는, 속으로 "혼자 식당에서 밥 먹는 것이 좋다고?" 반문하며 그 말을 바로 이해하지 못했는데, 좋아했던 그녀를 따라 몇 번 흉내 내보니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처음이 어색할 뿐 의외로 혼자 고독(?)을 즐기는 것도 나름 괜찮았다. 혼자 밥을 먹으니 이야기에 정신 팔릴 이유도 없고, 상대방의 밥 먹는 속도에 내가 맞출 필요도 없었다. 그저 음식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훗날 고독한 미식가라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었는데, 그때 나는 이미 이 식당 저 식당 돌아다니며 고독한 식사를 즐기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함께 사는 세상에서 혼자 하는 것은 어색하다. 한데, 함께 살아도 어차피 우리는 혼자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모난 부분을 둥글게 둥글게 깎고 어울리며 함께 살아가는 것이 필요하듯, 혼자서 홀연히 자신의 날을 세워주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서 혼자일 때 우리는 걷는다면 걷는 것에, 먹는다면 먹는 것에, 본다면 보는 것에 고요히 집중할 수 있다. 맑은 정신은 사실 그런 순간에 찾아온다.
좋아하는 영화가 있다면,
좋아하는 음식이 있다면,
좋아하는 장소가 있다면,
혼자 보고 혼자 먹고 혼자 그곳에서 걷는 것도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