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개념

by thirtynine

사람들은 스스로 규정한 '나'라는 사람으로 살며 그 감옥에 구속된다. 그곳에는 엄한 교도관이 하나 있는데 늘 자기 머리에 대고 이런 식으로 울어댄다. 나는 사람들 많은 곳에 나서서 말하거나 노래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나는 운동은 못해. 내가 어떻게 저 사람처럼 할 수 있겠어. 부럽지만 나는 아니야. 머릿속 공명으로 온갖 하면 안될 이유에 대한 말을 쏟아낸다.

한데 우리가 보통 '나'라고 규정한 그 '나'가 온전히 내 생각에 의지해 만들어낸 자신은 아니다. 나와 타인과 내가 속한 사회 속에서 규정된 자아가 만들어낸 '나'이기에 엄밀히 말하자면 참된 '나'도 아닌 것이다. 그렇기에 더욱 그것에 집착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주변 대부분이 이런 감옥에 살고 있는 것 같다. 물론 나라고 온전히 자유롭냐면 그렇지도 않지만 적어도 가끔 감옥에 또 들어가고 있구나, 혹은 이 간사한 교도관 간수 놈이 또 말을 거는구나 하고 알아차린다. 적어도 그때는 그곳에서 빠져나와 앞서 간수가 가리키던 반대 방향, 가보지 않은 세계로 행동의 방향을 전환한다. 그런 일이 잦아져, 하고 싶은 일은 어린 아이처럼 그냥 해버리는 편이 됐다. 이제 "이거 이래도 돼?"하는 정도의 일은 생각으로 거르지 않고 그냥 해버린다. 예컨대, 생전 연락하지 않던 사람에게 뜬금없이 전화해 궁금한 걸 묻는다든지, 상사에게 보내면 안될 문자를 보낸다든지, 나도 저 사람처럼 사람들 앞에서 멋지게 노래 불러야지 하고 죽어라 연습해 음치를 극복하고 무대에 오른다든지 남들이 본다면 이상하게 혹은 무리한다 여길 일도 그냥 저지르거나 해버린다. 이런 습관이 심해져 뜬금없이 밤에 혼자 씩씩대다 상사에게 연락해 도움을 청하고, 생각한 일을 기삿거리로 만들어 제보하고, 어떨결에 전국 MBC뉴스까지 나왔던 것이다.

우리는 어린 아이처럼 살 필요가 있다. 아이들의 행동을 자세히 보면 원하는 일에 거리낌이 없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하고 싶은 일은 그냥 해버린다. 분명 손 뻗어도 닿지 않을 곳에 있는 물건인데 얻고자 하면 일단 손부터 뻗는다.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우리도 이런 아이들처럼 (스스로 규정한) 개념 없이 살 필요가 있다. 스스로 세운 장벽을 넘어 자기 감옥을 벗어난 그곳에서 삶의 풍요가 찾아온다. 그대가 하지 않던 운동을 즐기고, 가지 않던 곳을 가고, 만나지 않던 부류의 사람과 교류하고, 시도하지 않던 음식을 음미하고, 연주하지 못했던 악기를 익히고, 노래 부르는 것을 즐기며 안 쓰던 글을 쓰고 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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