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12살부터 피나는 노력을 하고, 누군가는 하루에 4시간만 자면서 성공을 이루는 세상에서, 나를 사랑하기가 쉽지 않네요.
처음 만났을 때부터 보통 사람은 아니라 생각했어요. 어떤 강연에 나오는 사람처럼, 잠을 극한으로 줄여가면서 자신의 목표를 향해 가던 사람이기도 했고. 주변과 상황이 도와주지 않아도 좌절하지 않는 삶을 살아온 사람이니까요. 나보다 이십 년을 더 살았으면서 평생을 그렇게 살아왔으니, 그 힘듦을 가늠할 수 없네요. 마지막으로 얼굴을 봤을 때도 열심히 사는 중이었고, 여전히 그렇게 살아가고 있을 거라 믿어요. 아주 단단한 사람이니까.
당신은 내 행동을 지적했습니다. 열심히 산다면 절대 그럴 수 없다고 말했죠. 나는 하루에 네 시간만 잘 수도 없고,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지 않고 독하게 살 수도 없으면서, 하고 싶은 것이 많은 사람이라 그렇게 말했겠죠. 나는 내가 얼마나 열심히 사는지 증명해야 했어요. 네 시간, 하루에 얼마나, 그런 객관적인 수치로 설명할 수 없으니, 내가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왔는지 구구절절 얘기해야 했죠. 간절히 죽음을 바라지도 않으면서 간절히 살기를 바라지도 않는 나를, 당신은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습니다. 내 행동만 지적했다면 버틸 수 있었을 텐데, 당신은 내 마음까지 지적했습니다.
저는 당신 앞에서 늘 작아졌습니다. 내가 못난 사람 같아서 그랬죠. 아무리 내 열심을 믿는다 하더라도, 세상이 말하는 열심과 다르다는 걸 알았으니까요. 저는 당신 말이 정답인 줄 알았습니다. 당신 말대로 하면 내 삶이 조금은 괜찮아질 것 같았어요. 그런데 당신이 내 마음이 잘못되었다고 말한 마지막 날에, 내 삶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당신처럼은 못하지만 내 방식대로 살아가고 있었으니까요. 당신은 내게 실망하고 상처받았다 말했어요. 나 또한 그랬습니다. 당신이 나를 이해한 적이 단 한순간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만약 당신이 상처받지 않으려면 내가 어떻게 해야 했었나요? 이미 피폐한 삶을 계속해서 긁어내야 했을까요. 그렇게 해서 무너질 나라는 걸, 제가 제일 잘 알고 있습니다. 같은 바람을 맞아도 모든 나무가 버티지 못한다는 것을 왜 몰라주나요. 버티려다 꺾인 나에게, 태만하게 누워있다고 말하면 어떡하나요.
또 하나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당신은 평생 나를 약하고 게으른 사람으로 생각할 것을 아는 것입니다. 이미 떠난 사람이 뭐 중요하냐고 하겠지만, 저는 그렇게 쉽게 정을 떼지 못합니다. 잠깐이나마 좋은 사람이었기에, 당신을 혐오하면서도 당신이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중요합니다. 똑같은 태도로 당신을 나쁘게 생각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나는 당신이 열심히 살아왔다는 것을 알고, 믿으니까요. 내가 살아온 삶을 영영 알지 못할 당신이 생각나 이따금씩 슬퍼집니다.
당신과 절연을 하고 나서 죽을 생각도 했습니다. 내가 얼마나 힘들게 살아왔는지 보여주기 위해서는 그 방법밖에 없는 것 같아 그랬어요. 물론 진심은 아닙니다. 그러기엔 내가 버텨온 나날들이 아깝습니다. 늘 죽고 싶겠지만 지금껏 그랬듯이 조금만 더 버텨볼 생각입니다.
종종 생각나는 당신이, 이제는 조금 불쌍해졌습니다. 그렇지 않은 척 하지만, 남을 이해하고 응원하지 못하는 당신이 불쌍하게 느껴집니다. 남을 깊이 들여다보지 못할 정도로 여유가 없던 당신이, 여전히 치열하게 사는 것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존경합니다.
여전히 하루에 4시간씩 자는 누군가를, 뼈를 깎는 노력을 하는 누군가를 존경합니다. 그러나 나는 당신처럼 살 수도 없을뿐더러, 당신처럼 살고 싶지도 않습니다. 당신은 대단한 사람이지만, 내가 그리는 나의 모습은 당신과 같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