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와 무사히 웨딩 촬영을 마친 날 이었다. 촬영이 끝나고 늦은 오후에 차를 타고 종로에 있는 <ㅇㅇㅇ다>로 갔다. 수의 대여 예복을 반납해야 했다. 건물 앞에 차를 잠시 대기해 놓고 수 혼자 대여복을 챙겨 반납하러 갔다. 차 안에 남아 건물로 들어가는 수를 보다가 정지된 우리 차 앞에 어떤 할머니가 서 있는 걸 발견했다.
‘왜 위험한 도로에 나와 있으시지…?’라는 의문이 잠깐 들었지만 이내 핸드폰을 하며 수를 기다렸다. 잠시 후 앞 창문으로 수가 보였다. 아까 전부터 서 있었던 할머니와 무슨 얘기를 하는 듯 보였다. 수의 표정을 보아하니 뭔가 난감한 상황인 듯 했다. 수는 금방 운전석으로 들어왔다. 할머니와 무슨 얘기를 했냐고 물으니
“어디 종로구청에 가셔야 한다고, 우리한테 혹시 태워줄 수 있냐고 물어보셨는데 바쁘다고 하고 그냥 왔어.” 라고 했다.
나는 재빨리 네이버 지도 앱을 켜서 종로구청을 검색했다. 자동차로 무척 가까운 거리였다. 수에게 거리도 가까운데 할머니를 태워다 드리자고 했다. 얼마나 택시가 안 잡히면 초면에 그런 부탁을 하셨겠냐고.
“에고고고” 앓는 소리와 함께 할머니는 뒷좌석에 앉으셨다. 할머니는 우리에게 굉장히 고마워하셨다. 어디 가시는 거냐고 여쭤보니 지인의 딸 결혼식에 간다고 하셨다. 할머니가 말씀하신 예식장은 종로구청 바로 맞은편에 있는 곳이었다.
“양주에서 지하철을 타고 여기까지 왔는데, 도통 택시가 안 잡혀 30분을 서 있었어.”
5분만 서 있어도 푹푹 찌는 날씨였는데 30분을 서 계셨다니…
“눈이 침침해서 지나가는 택시 안에 사람이 타고 있는 건지 뭔지 이제 보이지도 않아.” 할머니가 말씀하셨다.
우리 차를 타지 않았다면 어쩌면, 한 시간동안 하염없이 서 계셨겠지. 이동 시간을 넉넉히 잡고 왔는데도 도무지 잡히지 않는 택시 때문에 말이다. 할머니 얘기를 듣고우리랑 만난 것이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처음에 수가 거절하긴 했지만…! 다시 내 제안을 수락해 운전을 해주었다)
할머니가 나에게 예식장 이름을 적은 쪽지를 건내 주셨다. 쪽지엔 ‘ㅇㅇ예식장 11층’라고 적혀있었다. 나는 핸드폰을 꺼내 예식장을 다시 검색해보았다. 예식장은 11층이아닌 LL층(지하2층)이었다. 아니 무슨 지하 2층을 LL층으로 표기 하는거야? 어르신들이 헷갈리실만 하지.
할머니가 차에서 내리기 전 “예식장은 11층이 아니라, 지하 2층이래요.”라고 알려두었다. 할머니는 우리에게 너무 고맙다며 택시비 이 만원을 드리려고 했다. 10분도 채 안 된 거리였는데 말이다. 물론 받지 않았다. 할머니가 편안히 목적지에 잘 도착해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할머니를 태워드리지 않았다면 할머니의 속사정도 전혀 몰랐겠지.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나면 이해가 되고, 이해가 되면 의문과 오해는 사라진다.
물론 모든 어르신이 그런 건 아니지만, 노년이 되면 눈이 침침해져 핸드폰 글자나 간판을 잘 보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사물 인터넷이니 뭐니 워낙 급변하는 세상이기에 ‘카카오 택시’같은 모바일 앱이 아니면 택시 하나 잡기 힘든 세상이다. 나처럼 젊은 사람도 헷갈리고 어려운 모바일 시스템을 어르신들이 어떻게 바로바로 적응할 수 있겠는가.
길가에 서 계셨던 할머니를 떠올리며 같은 상황에 놓여있을 수많은 할머니 할아버지를 생각해본다. 그 대상은 우리 엄마가 될 수도, 먼 훗날 내가 될 수도 있다. 서비스와 정보가 충분히 넘쳐나는 시대인데도 그 제도가 모든 사람에게 들어맞는 건 아니다. 나이와 상황, 특성에 맞는 접근법이 필요하다. 디지털 방식과 함께 아날로그 접근도 유지하는 것. 예를들어, 식당에서 주문 받는 방법을 모두 키오스크로 대체하기보다 대면 주문 방법도 함께 열어두면 어떨까?
노인에게 배우고 맞추라는 세상이 되기보다, 각자의 생애 주기와 취약성에 맞는 시스템이 다양해졌으면 한다. 아날로그 방식은 구식이고 비효율적이라 생각하는 우리의 인식에도 보다 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는 ‘다양성’의 가치가 들어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