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의 마음
출근길에는 주로 책을 읽는다. 독서 모임에서 선정된 책이나 평소 읽고 싶었던 책이다.
나는 책을 처음부터 사기보다는 도서관에서 빌려보는 편이다. 우리나라는 도서관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다. 이런 공공문화서비스는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여튼, 본론으로 돌아와ㅡ 나는 지하철 출근길을 좋아하지 않는다. 지하철보다는 버스를 선호하는 편이다.
사람이 많지 않다면 버스에 앉아서 바깥 구경을 하거나 창문에 기대어 쪽 잠자는 것을 좋아한다.
지하철은 타는 사람 수가 훨씬 많고 밀도도 높고 풍경을 구경할 수 없어 답답하다.
괜히 핸드폰만 들여다보게 되는데 쉬는 것도, 나를 위해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것도 아닌
애매한 시간이 아깝게 느껴졌다.
그래서 출근길 지하철에서는 되도록 책을 읽으려고 한다. 길게 읽지도 않는다.
10페이지 내외로 읽는 것 같다. 그래도 책을 읽는 시간이 꽤 위안이 된다.
직장에 가기 전 오로지 나를 위한 시간에 할애했다는 것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조금이라도 했으니 의무와 책임이 가득한
직장에 가는 마음에 작은 숨통을 트여준다.
책을 통해 아침마다 이(異)세계에 빠지게 되는 것도 즐겁다.
<기록하기로 했습니다-김신지>를 읽으며 갈 때는 오늘 하루 기록 할만한 것들을 찾아보겠다고 다짐한다.
그냥 지나가는 시간도 ‘기록’을 하고 기록이 쌓이면 특별해지는 것이라고.
그런 날은 직장에서의 자질구레한 일들도 내 기록의 컨텐츠가 될 수 있다.
알츠하이머 아버지의 간병 기록을 담은 <내가 알던 사람>을 읽을 때는
오늘 퇴근 후 부모의 간병과 치매에 대해 알아보겠다고 계획하기도 한다.
아침의 독서 시간이 하루에 예상치 못한 미션이나 퇴근 후에 기대감을 주는 것이다.
한강 작가님의 <소년이 온다>와 같은 책은 출근 시간에 읽기 힘들었다.
글이 난해하거나 취향에 안 맞아서가 아니라 (실화 바탕인) 소설 속
내용과 등장인물의 안타까운 희생에 심적으로 읽기가 어려웠다.
<숨-테드창>과 같은 소설은 너무 두꺼워 한 손으로 책을 받치며 읽기에 손목의 통증이 뒤따랐다.
다양한 크기와 장르의 책을 읽어보니 나에게 출근길 어떤 책이 잘 읽히는지 알게 되었다.
<출근길에 읽기 적합한 책>도 경험의 시간이 필요한 셈이다.
화요일, 수요일처럼 주말이 오는 희망이 느껴지지 않는 날,
날이 흐리고 머리도 무겁고 몸도 축축 쳐지는 날, 그런 날에는 에너지를 올려주는 음악을 듣는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모아나2 ostㅡ Beyond>라는 곡은 내 플레이리스트에 항상 들어있다.
드넓은 바다로 모험을 떠나기 전 모아나의 깊은 두려움과 용기, 결연한 의지가 담긴 노래다.
이 노래를 듣다 보면 안전 지대에서 출항하기 전,
내 안의 모든 힘을 끌어올리는 의식을 치르는 듯 하다.
몇 번이나 들어도 질리지 않는, 가슴이 두근두근해지는 음악이다.
모아나의 목소리도 씩씩하고 단단해서 좋다.
내가 일하는 곳은 가라앉은 에너지로 일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분야다.
그래서 모아나 음악을 들으며 아침 시간에 에너지를 충전하는데 도움을 받는다.
만화 <원피스 ost- 우리의 꿈>도 기운을 끌어올리는 의식으로 훌륭한 음악이다.
책을 못 갖고 나왔을 때, 음악만 듣기에 지루할 때는 인스타그램에 다른 사람이 쓴 독서 기록이나 인사이트 글을 읽는다. 읽는 게 싫은 날에는 유튜브로 인문 교양 팟캐스트를 듣는다.
마음이 싱숭생숭한 날에는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틀어놓기도 한다.
덕분에 퇴근길의 시간보다 출근길의 시간은 빠르게 흘러간다.
하루 40~1시간 남짓한 시간이지만 5일의 출근길 시간이 쌓이면 내 일상의 큰 부분이 된다.
그래서 출근길의 시간에 나를 기쁘게 할 작은 의식을 부지런히 끼워놓는다.
문득 궁금하다. 나의 출근길 모습은 이런데…다른 사람의 출근길도 비슷한 모습일까?
매일 일터로 나가는 사람들의 다양한 아침 의식도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