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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이수 Feb 28. 2024

힘내요 뽀빠이 시금치

겨울이 되길 기다려

아이고 힘들다~’ 앓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날이 있다. 예전에는 잠을 자거나 쇼핑을 했는데 언제부터인지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장점은 깨끗해지는 것, 단점은 하루 종일 걸린다는 것. 청소를 하다 보면 곧잘 옛날 썼던 메모지를 시작으로 다양한 잡동사니를 만난다. 그러다 좋아하던 만화책보며 세월아 내 월아 하며 삼천포로 빠져든다. 다행히 최근 1년간은 청소대신 요리를 통해 기분 전환을 하고 있다. 성격이 급해 대충 만들어 먹는데 그럴 땐 맛이 없다. 조금만 집중해서 정성을 쏟아 음식을 만들면 맛이 좋아졌다. 역시 무엇을 하든 진심을 담아야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온다는 말이 진리였다.

  

내가 음식에 진심을 갖기 시작한 일이 있었다. 좋아하는 일본 드라마 호타루의 빛 시즌2를 보던 중 만난 대사였다. "너무 큰 슬픔을 겪은 친구를 위해 타카노는 아주 정성을 들여 된장국을 끓였다. 마른 멸치를 뜨겁게 달군 프라이팬에 볶아 비린내를 없애고, 천천히 정성껏 시간을 들여 육수룰 내고 맑은 된장국을 끓여 주었는데 그 따뜻한 맛을 잊을 수가 없다." 나는 급하게 마우스로  화면 속 멈춤 버튼을 눌렀다. 대~앵하고 머릿속에  종이 울렸다. 잠시만 생각해 보자. 엄마가 해주는 음식은 무엇을 바라고 하지 않는다. 식구들이 맛있게 먹어주길 바라며 정성 들여 식사를 준비한다. 나는 그 사랑을 먹고 자랐구나. 이럴 수가, 너무나 당연해서 잊고 있었다. 단순히 먹는 것이 아닌 누군가를 위한 요리에 애정을 담을 수 있다는 걸 마음이 알게 되었다.  이때부터 가끔씩 요리에 진심이 되곤 한다.



많은 제철 요리 중 가장 좋아하는 게 시금치이다.  길쭉하고 얇은 시금치는 마트에서 사계절 내내 볼 있는데 주로 국을 끓이거나 무침을 하기도 하고, 샐러드나 피자에 쓰이기도 한다. 그런 시금치 종류 중에서 겨울에 나는 섬초를 좋아한다. 섬초는 전남 신안지역에서 품종이 개량된 시금치를 뜻한다. 10월부터 3월까지 겨울이 제철이며 해풍을 맞고 자라 일반 시금치에 비해 길이는 짧고 연보라색 뿌리를 가지고 있는데 단맛이 아주 좋다. 10월 보단 개인적으로 12월부터가 맛이 더 달아서 겨울을 손꼽아 기다린다. 시장에 가도 되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산지직송 인터넷으로 주문을 한다. 그리고 도착한 섬초를 보는 순간, 싱싱하고 파릇파릇 한 잎을 보면 뽀빠이 기운이 여기서 오는구나 싶다. 이게 뭐라고 기분이 좋아지는지 투덜투덜하던 내 모습은 온 데 간데없고 설렘이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자~ 조금 더 기분이 좋아지게 맛있는 무침을 시작하자.


-섬초 무침-

1. 섬초를 다듬어 끓는 물에 쌀짝 데친다. 

2. 물기를 짠 후 다진 마늘과, 다진 파(생략가능), 집에 있는 들기름과 깨소금을 준비하고 취향에 따라 국간장으로 간을 맞추어도 좋다. 

3. 추가 팁

잎이 흐물거리지 않게 짧게 15초~30초 정도 데친다.

끓는 물에 소금  한 스푼 넣으면 색이 더 생생해진다.

간을 삼삼하게 하면 뿌리의 본연의 생생한 단맛을 잘 느낄 수 있다.


모든 재료를 넣고 버무린 후에 소복하게 접시에 옮겨 담아, 맛을 본다. ~ 이 맛이야!’ 어느새 머릿속을 휘젓던 무거운 생각은 어디 가고 없다. 밥솥에서 흰쌀밥을 퍼담아 식탁 위에 앉는다. 맛있는 걸 먹으면 스트레스가 풀린다는 말이 이 말인가 보다. 

           뽀빠이 힘을 나눠준 섬초무침을  그려보았다.


6살, 아프고 입맛 없을 때마다 흰 죽에 시금치를 맛있게 먹던 어린아이가 이젠 시금치를 찾아 직접 요리를 하니 장금이가 된 기분이다. 귀찮을 때도 있지만 정성  한 스푼 넣어 요리를 하다 보면 내가 원하는 맛을 찾을 수 있고, 스트레스가 서서히 녹아가는 걸 경험하게 되었다. 점점 평화로워지는 그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힘들 때는 시금치를 산다. 맛있게 먹고 뽀빠이 기운을 나눠 받으 내일은 힘차게 전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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