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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혁준 Jan 05. 2021

이강인은 이적해야 한다

이강인의 성장에 대하여

 


 지난 U-20 월드컵에서 골든볼을 수상하며 대한민국 축구의 미래로 확실히 자리매김한 이강인 선수. 그가 가진 재능은 확실하다는 것을 만천하에 알린 대회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볼에 대한 소유, 전개, 날카로운 킥, 발재간을 이용한 탈압박처럼 그간 알려진 이강인의 장점도 고스란히 볼 수 있었고, 작은 체구임에도 좋은 밸런스를 이용한 몸싸움으로 축구팬들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냈다. 많은 기대와 함께 개막한 2020-2021 라리가 1라운드 이강인은 2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꽃길만 펼쳐질 것 같던 이강인의 앞날에 최근 굉장히 짙은 먹구름이 끼었다.      



 이강인은 올 시즌 조금은 기복이 있지만 출전하는 경기마다 나쁘지 않은 몸놀림을 보여주며 활발한 플레이를 이어갔다. 그러나 발렌시아의 감독, 하비 그라시아는 이강인보다는 다른 선수를 중용했다. 발렌시아가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면 이강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발렌시아는 현재 17위이다. 16라운드까지 진행된 가운데 승점 15점을 획득했다. 18위 레알 바야돌리드와 같은 승점을 기록하고 있고 득실차로 겨우 앞서 강등권을 면했다. 그나마도 19위 오사수나가 15경기를 치러 13점을 획득했으니 연기된 한 경기에서 오사수나가 승리한다면 발렌시아는 강등권에 들어가고 만다.     


 스페인 현지에서도 이강인의 출전 시간을 두고 이야기가 많다. 이강인이 경기장 내에서 갖는 역할이 현재 발렌시아의 공격에 가장 필요한 역할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직 감독은 이강인에게 그리 신뢰를 보내는 것 같지는 않다. 현재 이강인의 나이를 고려했을 때 그리 출전 시간이 적다고 할 수는 없으나 동 나이대의 선수들이 다른 구단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본다면 조금 조바심이 생길 수 있다.     


 그렇다면 본격적으로 이강인이 이적해야 하는 이유이다. 전술적으로도 여러 이야기를 할 수 있겠지만 경기 외적인 이유가 크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이적을 선택한 페란 토레스의 인터뷰는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마르셀리노 전 감독의 경질을 두고 선수들 사이에서 왕따를 당했다는 이야기였다. 팀 내 어린 선수들은 마르셀리노 경질의 주동자와 같은 시선을 받았고 대상은 이강인과 페란 토레스같은 어린선수들, 이를 행한 쪽은 파레호와 같은 베테랑 선수들이었다고 밝혔다. 물론 왕따의 주동자 격으로 몰린 파레호의 입장은 나오지 않아서 이의 진위를 파악할 수는 없으나 이를 통해 선수단 내부의 분위기가 좋지는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발렌시아의 구단주 피터 림은 이강인과 페란 토레스같은 팀의 유스들을 이용해 리빌딩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마찰을 빚던 전 감독인 마르셀리노가 경질되었다. 마르셀리노는 팀의 베테랑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감독이었고 다니 파레호와 같은 팀의 베테랑 선수들은 해당 결정에 불만을 품을 수 밖에 없었다. 하비 가르시아 감독이 선임된 후 다니 파레호, 코클랭, 호드리구, 콘도그비아와 같은 팀의 주축이면서 베테랑이었던 선수들을 모두 매각한 발렌시아는 급진적인 리빌딩을 시도했으나 이 선수들의 공백을 대체할만한 선수들의 영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성적이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하비 가르시아 감독도 구단의 영입 정책에 대한 불만을 인터뷰를 통해 드러냈고 팬들도 구단 수뇌부에 등을 돌린 상황이다. 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은 구단 수뇌부와 감독, 선수단 간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잡음을 내고 있으며 선수단 역시 마르셀리노 전 감독의 경질로 빚어진 갈등을 아직 봉합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피터 림 구단주가 부임한 이후 지속적으로 문제를 빚은 발렌시아의 소통은 이제 경기력, 결과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팬들이 외치는 것처럼 피터 림은 구단주에서 물러나야 할 시간이 온 것이다.      


 만약 피터 림이 물러나 새로운 좋은 구단주가 온다고 가정하자. 몇 년간 무너진 발렌시아의 체계를 바로잡는 데에는 꽤 시간이 걸릴 것이고 선수단이 하나로 다시 뭉치는 것도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이강인에게는 이를 바로잡는 시간이 독이 될 수 있다. 2021년 새해가 밝았으니 2001년생의 이강인은 만으로 20살이 되었다. 선수들의 데뷔가 빨라져 2000년대 출생 선수들이 활약하는 것은 모든 리그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으며 이를 차치하더라도 만 20세의 선수는 앞으로 본인의 재능을 꽃피우기 위해 본격적으로 출전 시간을 신경 쓰며 발전에 노력을 쏟아야 하는 시기이다. 물론 발렌시아의 문제가 빠르게 해결이 되고 이강인과 같은 어린 선수들을 중심으로 리빌딩이 성공해서 팀이 다시 안정권에 들어온다면 굉장히 좋겠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최고의 시나리오이고 팀이 정상화되는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아무도 모른다. 어지러운 팀을 정상화하는 이 시간이 성장을 지체하는 시간이 될 수 있고 현재 상황을 고려했을 때 그럴 가능성이 높다.     


 이강인의 재능은 확실하다. 아직은 어리기에 여유로운 마음으로 지켜봐야 하는 것은 사실이나 이강인의 재능을 모두 꽃피우기 위해서는 조금 더 안정되고 편안한 환경에서 노력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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